잔인한 4월, 학생들 잇따른 투신 자살
보스톤코리아  2012-04-23, 12:23:03 
16일 투신한 영주지역 중학생 이모 군의 교실 책상 위에 국화꽃이 올려져 있다
16일 투신한 영주지역 중학생 이모 군의 교실 책상 위에 국화꽃이 올려져 있다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인턴기자 = 최근 한국에서 청소년의 자살이 잇달아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경북 영주에서 중학교 2학년인 이모(14)군이 오전 9시30분경 아파트 20층에서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친구 전모(15)군이 서클에 가입하라고 협박하고 때려 괴로워 죽고 싶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같은 날 오후 7시45분경에는 경북 안동시 송현동 모 아파트 현관 앞에서 김모(14•여)양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15층 계단에서 발견된 김 양의 유서에는 "학교에서는 45분 동안 앉아 있는 훈련만 한다. 공부를 해봐야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카이스트(KAIST) 재학생이 자살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 초까지 4명의 카이스트 학생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1년 만이다.

17일 오전 5시 40분경 대전 유성구 KAIST 기숙사 앞 잔디밭에 이 학교 전산학과 4학년 김모(22)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지나던 학생들이 발견했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김 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이 있는 15층으로 올라간 장면을 확인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2월 복학한 김씨는 기숙사 방의 메모지에 “열정이 사라졌다. 정체된 느낌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씨가 진로를 고민하다 우울증에 빠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주지역 중학생의 자살 원인이 학교 폭력으로 밝혀짐에 따라 지난해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교육당국이 추진해온 학교폭력 예방지침들이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전문가들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역할과 기능이 가장 중요한데도 일선 학교의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안동의 김모양과 카이스트 학생 김씨의 자살원인이 성적과 진로문제로 추정되는 가운데 의사협회 총무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신창규씨는 "한국인 사망원인 4위가 자살이다. 정부가 학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학교 폭력에만 집중하는 건 일시적 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국가가 나서 자살 자체에 대한 예방작업을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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