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여성 납치 살해사건 경찰 대응 총체적 부실
보스톤코리아  2012-04-16, 12:58:15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인턴기자 =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계 조선족 오원춘(42)씨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 원룸 1층 자신의 방에서 곽모(28)씨를 살해했고, 시신마저 훼손했으나 다음날 오전 11시 50분이나 돼서야 경찰에 검거됐다. 곽씨는 전날 밤 10시50분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번 사건은 곽씨가 납치된 이후 112에 자기 위치를 정확히 알리는 신고 전화를 했음에도 경찰이 초동수사를 미흡하게 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이 7분 36초에 달하는 통화시간을 1분20초로 줄인 것에 대해서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이 밝힌 전체 녹취록을 보면 피해자의 신고전화는 112센터 접수자와 통화한 1분20초 이후에도 6분16초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

녹취록에는 피해자가 "못골놀이터 전의 집인데요, 저 지금 성폭행 당하고 있거든요" "지동초등학교에서 못골놀이터 가기 전" "아저씨 빨리요, 빨리요"라고 현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화를 받은 112센터 신고접수자는 피해자에게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누가 어떻게 알아요?" "문은 어떻게 하고 들어갔어요?"라고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분20초가 경과한 시점부터 피해자가 "악, 악, 악"이라고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고, 이후로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112센터 접수자는 "여보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죠?"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재차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2분4초가 경과한 시점부터는 테이프를 찢는 듯한 "찍, 찍" 소리와 "아, 아"하는 피해자의 비명이 고스란히 녹음됐다.

경찰이 밝힌 녹취록 속에 범인 우모(42)씨의 음성은 단 한마디도 기록돼 있지 않아 녹취록 속 범인의 음성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수원 성폭행 살인사건' 부실 수사와 잇단 경찰의 거짓말과 관련해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날 오후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총선 후에 후임을 인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인 오씨는 지난 10일 검찰로 송치되었으며 검찰은 한국 체류 기간 중 추가 범행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피해 여성 곽씨의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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