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
보스톤코리아 2012-04-02, 14:20:29 |
제9회 발상의 전환 <남자다운 두부>
일본사람들은 두부를 우리보다는 즐겨먹는다. 또 두부를 요리해먹는 방법도 우리보다는 다양하다. 그래서 일본에는 두부공장이 수천개인지,수만개인지 수를 셀 수없을 정도로 많다. 두부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이다. 일본에서 두부요리를 대표하는 곳은 교토이다. 교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로 산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미네랄이 듬뿍 든 물이 맛이 좋기 때문에, 교토의 채소와 두부도 또한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교토에서는 약 600년전부터 두부를 요리로 만들어 팔아왔다.남선사의 스님 소아미가 그 시작이다.정원예술의 극치로 불리우는 남선사의 탕두부요리는 도자기 뚝배기에 뜨거운 물을 붓고 거기에 두부 한모를 가라앉힌 후 단풍나무잎처럼 생긴 차조기 잎을 띄운 요리인데 소아미 스님이 절이 너무 가난해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바로 그 요리가 교토의 대표작이다. 12월31일 밤 12시, 제야의 밤에 교토 아라시야마 산에 올라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강변에 쌓인 흰눈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탕두부를 한 입 떠서 먹는 맛. 그것을 교토사람들은 최고의 맛으로 친다. 교토에 12월31일 밤,눈이 내릴 확률은 20%.5년 연속 12월31일 밤에 교토 아라시야마산을 올라가야 딱 한번 그런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자, 바로 그러한 교토에... 삼화두부라는 두부가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젊은이 이토 신고(43)는 고민에 빠진다.1968년에 문을 열었으나 장사가 너무 안돼 망하기 직전인, 근근히 먹고사는 자신의 두부가게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그의 화두였다.교토에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수백년된 두부가게가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두부가격은 어느 가게도 한모에 100엔. 맛도 비슷비슷하고,네모난 모양도 똑 같다. 100엔 짜리 팔아봐야 남는 것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바꿔야한다, 튀어야한다.>가 그의 생각이었다.문제는 어떻게 튀는 두부를 만들 것인가였다. 일본의 20대, 30대 남자를 가리켜 초식남(草食男)이라고 한다. 풀만 먹고 사는 애들이라는 이 뜻은 한마디로 용기도, 희망도 그래서 박력도 없는 남자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88만원 세대와 비슷하다. 여기서 그는 이 시대의 일본남자에게 용기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부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짓고 가게 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바꾸었다. <남자다운 두부>라는 뜻의 <오도코마에 두부>는 두유의 농도를 좀더 높여서 고소하게 하고,남자다움을 강조해서 포장에는 <男>이라는 붓글씨를 큼지막하게 써 넣었다. 그리고는 박력과 배짱,용기, 의리있는 두부라는 것을 강조하기로 했다. 대신 100엔짜리가 아닌 300엔짜리 두부를 판매하기로 했다.이게 2005년도의 일이다. 두부가 갑자기 남자다움으로 변신하고,뭔 의리가 나오며 거기에 박력, 배짱은 뭔가. 그러나 이 황당한 <남자다운 두부>가 일반 두부보다 세배가 비싼데도 대히트를 쳤다. 초식남들은 이 두부를 먹으면 웬지 남자가 될 것 같고, 웬지 용기와 박력이 생길 것 같은 기분에 사먹기 시작했다. 2005년에 등장한 오도코 마에 두부는 너무 황당하다보니 메스컴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메스컴마다 기사를 써주기 시작하더니 2006년에는 40억엔(600억원),2008년에는 무려 55억엔의 매상을 돌파했다. 평소 매상의 100배였다. 이어 그는 오도코 마에 두부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만든 것이 오도코마에 노래인데,<남자다운,남자다운,남자다운 두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마치 유행가처럼 번져나갔다. 이어 T-셔츠에도 검은 바탕에 흰글씨로 <男>자라는 글씨를 넣어 800엔에 판매했고 컵, 키홀더, 운동 모자, 손수건, 등산용 색 등도 만들어 판매했다. 2009년에는 도쿄 등 간토 지방을 공략하기 위해 <남자다운 두부 크림빵>, <바람 불어서 두부 초코롤>, <남자다운 두부찐빵>등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두부에 상상력을 담아 새로운 시장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는 폭발적이었다. 오도코 마에 CM 송은 누구나 회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있으며, CD로도 발매하고 있고,트위터나 SMS등을 적극활용, 젊은 층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CD로 발매되는 <오도코마에 두부>노래는 매번 가사가 바뀌어 현재 30곡이 넘었다.바로 이 30곡을 CD로 만든 것이다. 웃기는 것은 이 CD가 팔린다는 것이다. 이 기발한 발상의 이토 신고 사장은 메이지대 경영학과를 나와 싱가폴 무역회사, 스키치 수산시장 등에서 근무하다 큰일을 냈다. 2010년 매출 60억엔(9백억원)돌파, 일본을 대표하는 두부이며, 회사의 사훈은 <남자다운 두부는 당신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이다. 제 10회 물건의 질을 따져라,많이 판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잇뽀도 찻집 교토에는 오래된 차 가게가 많다. 1160년에 개업한 츠엔(通圓)을 비롯, 잇뽀도(一保堂) 차포가 1717년 개업하여 세 번째로 오래된 차포(茶舖) 정도 된다. 2층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은 전통과 관록이 여실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 우선 진열되어있는 차 구경부터 했다. 차를 항아리에 넣어 놓고 파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의 오차 가게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차를 파는 가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여종업원 4-5명(사진)이 근무 중이다. 점장이 한잔의 녹차를 서비스로 준다. 녹차를 조금 마셨다. 순간 녹차의 너무나 강력한 향 때문에 머리가 핑 도는 듯 했다. 다시 한 모금 더 마셨을 때는 쓰러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녹차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단 말인가?’ 소주잔만 한 차 한잔을 간신히 네 번에 나눠서 마셨다.내가 마신 차는 잇뽀당에서 파는 400종의 차 중의 하나이며, 차의 이름은 덴카잇치(天下一)로 옥로(玉露)차이고 한 단지의 가격은 3만4500엔(45만원 정도)이었다. 이 가게에서는 녹차를 흔한 종이포장에 담아 팔기도 하지만 고급차의 경우는 모두 작은 항아리 단지에 넣어 판다고 했다. 항아리에 넣어서 파는 이유는 항아리가 숨을 쉬기 때문에 습도 조절과 향의 보존에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의 향은 400종의 차가 맛이 모두 틀리며 잇뽀도의 경우는 교토 인근에서 생산되는 우지차(宇治)만 전문적으로 판다고 했다. 차향에 이렇게 강한 맛이 나기 위해서는 어떤 비법이 있는가 하고 묻자 점장이 말하기를 “모든 차가 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덴카 잇치의 경우 상품명 그대로 천하제일이 되기 위해 제조 단계에서 특수한 비법이 있다”고 했다. 우지차를 재배하는 단계에서부터 다른데, 덴카 잇치의 경우 철저한 유기농으로 생산되며 무농약이고 비료에 생선가루를 넣는다. 녹차를 생산하는데 생선가루를 넣는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어서 어떤 생선가루를 넣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절대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참 후 그 생선은 청어라고 조그맣게 말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채소밭에 북해도 산 청어를 잡아 말린 후 그 가루를 뿌리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야 채소 향이 풍부해지고, 채소 자체의 영양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녹차의 납품을 직접 차밭 농가로부터 받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잇뽀도는 농가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철저하게 도매상으로부터 납품을 받는다고 말했다. 도매상이 농가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우지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도매상은 교토 인근에 약 50여개 정도가 있는데 그들이 생산한 차를 가지고 오면 맛을 보고, 각 품목별로 얼마를 구입할지를 결정한다고 했다. 300년 된 다포여서 특정 도매상하고만 거래 할 거라고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50여개의 도매상들이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생산을 독려해서 골라온 녹차를 가지고 오면 그중에 가장 뛰어난 맛을 품목별로 구입하는 것이다. 잇뽀도에는 약 5명 전후의 차 맛 감정사들이 있는데 그들이 잇뽀도 만의 미각기준을 가지고 선별하고 있다. 이것이 잇뽀도 만의 노하우다. 그들은 지난 300년간 자신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해온 맛의 기준이 있다. 그 맛에 합격해야 납품이 가능하고, 맛이 미달될 때는 언제고 도매상을 교체한다. 거기에는 신뢰관계가 없으며, 오랫동안 같이 거래해 왔다는 프리미엄도 없다. 오직 제품 그 자체가 거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무서운 관리방법이 아닐 수 없다. 잇뽀도가 지난 300년간 망하지 않고 성장해온 비결은 바로 그것이었다. 현재의 사장은 와타나베 고시(渡邊孝史)로 종업원은 130명, 연간 매출은 28억엔(300억원)이다. 잇뽀도 가게 안에는 이런 현액이 걸려있다. <만고의 소나무 바람 소리, 한 봉에 담아 바친다> 지난 300년간, 세월의 무게가 담긴 글귀이자 맛의 기준을 결정하는 함축적인 한 줄의 시였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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