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보스톤코리아  2012-03-19, 12:45:59 
제 5회 사카이(堺)상인, 히라노 상인

사카이시는 예나 지금이나 오사카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고, 근래에는 오사카부(府)로 편입되었다. 사카이는 예부터 자유도시였다.

사카이 상인은 네델란드나 포르투갈 상인들로부터 철포 즉 총이나 화약을 구입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받고 있었다. 사카이 상인은 호방한 성격인데 주로 약품과 동남아의 수입품을 주로 취급했다. 사카이 또한 예부터 상업이 번성한 곳이었다.

특히 무로마치 시대에서 전국시대에 이르는 동안에는 세토내해를 통해 전국에서 올라온 상품을 교토와 나라지방에 팔면서 부를 축적했다.

해안에는 갖가지 상품을 저장하기 위해 창고가 세워졌고 창고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인의 재력도 커졌다.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가 축적되자 드디어 무사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우선 스스로 대표를 세우고 마을을 다스렸다.이들을 마치슈(町衆)이라 한다.
그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출입구에 검문소를 두고 경비인을 고용해서 외부 침입자를 막았다.무사가 마을에 들어올 때도 검문소에 칼을 맡겨야 할 정도였다.

이것을 수호불입(守護不入)이라 한다. 정부로부터의 행정과 경찰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자유무역도시였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사카이에는 독자적인 상인문화가 발달했다.

사카이의 발달은 풍신수길의 천하통일 사업이 진행될 때까지 계속됐다. 사카이의 발달이 전성기에 이른 것은 1500년대이다.

1543년 포르투갈로부터 일본에 총이 전래되자 그들은 전국의 전국 다이묘들이 총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은 총의 생산이야말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들은 우선 자유뮤역도시의 장점을 이용해서 포르투갈과의 무역을 독점했다.

해외에서 도래한 기술을 활용하여 철포를 대량 생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사카이는 일본에서 최초로 총을 생산한 도시가 되었고,그 총을 전국의 영주들에게 팔아 막대한 부를 챙겼다.

국제적인 감각과 사무라이도 두려워 하지 않는 상인의 기개가 있었던 것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그들의 장사수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역시 토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오사카로 옮겨오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오카사 상인을 만드는 밑바탕이 되었다.

히라노(平野)상인
히라노는 오늘날 오사카 시내 중심가 중의 하나이다.
히라노는 서기 700년대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동쪽으로는 나라지방,남쪽으로는 오카야마 지방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자연히 물산의 집하와 이동이 많아 천년전에도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후 16세기 초반 전국시대에 이르러서 사카이와 마찬가지로 자유무역도시가 되었고 중세,근세에 이르러 발달한 마을이다.

히라노가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였다.
히라노 상인은 1600년대에 동남아와 무역을 했는데, 그 당시 히라노 상인을 대표하는 집안은 말길(末吉)가였다. 말길가는 막부 정부로부터 해외무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제국과 무역을 해서 일본의 3대상인 중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러나 얼마 안가 도쿠가와 막부의 해외무역 금지령에 따라 말길 집안은 몰락했다.오늘날 히라노는 약업의 거리로 유명하다.

지금의 히라노 정(町)에는 제약회사와 크고 작은 약국이 즐비하다.
예부터 일본은 내란이 많았던 나라이다. 외침은 없었으나 크고 작은 내란이 끊임없이 있었다. 전쟁으로 지고 새던 시절,가장 필요한 것은 약이었다. 특히 히라노 지역은 전쟁의 접전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어서 예부터 약업이 발달했다.

그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히라노의 중심가인 도슈마치(道衆町)에는 크고 작은 약업사와 제약회사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회서로는 다케다 제약이 있는데,현재 일본내 매출 순위 1위로 년매출 약 13조원 정도된다. 한국의 제약산업 전체의 볼륨이 약 17조원 정도이니까, 다케다 제약 혼자서 한국 제약 전체와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셈이다. 바로 그 도슈마치 거리에는 지금도 약업의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다. 그만큼 약업을 중시했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그 도슈마치에서 약업을 취급하던 히라노 상인들이 일본내에서는 약업에 관한한 가장 전문적인 집단이었다.
도요토미히데요시는 교토의 후시미상인, 시가현의 오미상인, 사카이의 사카이상인, 오사카의 히라노 상인등 네 상인집단과 함께 오사카를 일본경제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갔다.


제 6회 고등어 초밥, 4백년,이요마타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실상 일본을 천하 통일했다. 그는 곧바로 교토에 이조성을 짓는다. 성안에는 수천 명의 사무라이와 궁녀들이 근무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들이 쓸 식자재와 옷, 칼, 식기 등의 생필품을 조달하기 위해 시장을 개설한다. 바로 오늘날 교토를 대표하는 니시키 시장이다.

일본 최대, 최초의 공용 시장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일본 각지에서 명망 있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1617년 시코쿠의 에히메에서 생선 장사를 하던 이요마타도 생선과 초밥을 팔기 위해 니시키 시장에 상점을 열었다.

니시키 시장에는 고등어 초밥으로 유명한 이요마타가 1617년에 개업 지금껏 영업 중이고, 주방용 칼 등 부엌용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아리쯔쿠가 1619년에 개업했으며, 두부 피(皮)인 ‘유바’로 유명한 가라나미기치가 1790년, 여관이자 가이세키 요리점인 긴마타가 1801년 개업해서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그중 이요마타는 4개와 조그마한 방 하나가 있는 아주 작은 가게다. 메뉴의 종류 역시 다양하지만 이 가게의 18번은 역시 사바 스시(고등어 초밥)다.

이요마타의 하루 손님은 약 6~70명 정도로 명성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그 대신 고등어 초밥을 싸 가는 손님이 하루에 1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꽤 많다. 고등어 초밥 1인분의 가격은 1,670엔이다. 다른 가게들이 1,300엔 정도를 받고 있으니 그보다는 400엔 가까이 비싼 것이다. 가격이 비싼 것은 그만큼 좋은 재료를 쓰고 맛에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맛이 꽤 좋아, 나는 작년, 재작년에만 열두번이나 이 가게를 찾았다.

20대째 사장인 도요타 마타시게에게 400년간 고등어 초밥을 만들어 팔았으니 돈을 많이 벌었겠다고 했더니 ‘궁하지 않게 살고 있다’고 대답한다. 돈 좀 벌었다는 얘기다. 지점도 많겠다고 넌지시 물었더니 이 가게 하나가 전부란다.

400년 관록이 있으니 프랜차이즈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왜 가게 하나만 운영하느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프랜차이즈를 내자는 제안을 수도 없이 받았단다. 그러나 언제나 그의 대답은 ‘NO’였다고. 프랜차이즈를 해서 만에 하나 상한 고등어 초밥이나 맛이 없는 초밥을 고객에게 제공했을 경우, 손님은 실망하게 되고 실망한 손님이 하나둘 발을 돌리면 400년 전통도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교토 상인의 33계명 중 하나다.
화살이 두 개일 경우, 하나의 화살이 실패했을 때 또 하나의 화살이 있으니 그것으로 명중시키면 된다는 자만심을 가져서 첫 번째 화살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요타 씨 역시 가게를 여러 개 가지고 있으면 한 가게가 망하더라도 또 다른 가게가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이 생겨 일에 충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교토 상인을 가리켜 천년 상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교토에는 천년 이상 된 가게 6개가 영업 중에 있고, 200년 이상 된 가게는 무려 1,600개에 이른다. 그들의 대부분은 ‘지속 경영’, 즉 대를 이어가면서 한 가게에만 충실해 온 상인들이다. 그에게 가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밤이고 낮이고 연구.” 그의 대답이었다.
골프도 안 치냐고 물었더니, “그럴 시간이 없다.”고 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종업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준비를 하고 밤 12시나 되어야 잠들기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단다.
이튿날 아침 6시, 니시키 시장의 새벽 취재를 위해 그곳을 찾았을 때 이요마타 가게의 셔터 문이 정확하게 6시에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교토 천년 상인은 괜한 말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무서운 자기절제에서만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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