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사토크쇼 황제의 몰락
보스톤코리아  2012-03-17, 00:54:46 
<편집국에서>

입으로 흥하니 화도 입으로 시작된다. 미 시사토크쇼 황제 러시 림보를 두고 떠올린 생각이다. 부동의 토크쇼 1위를 지키며 황제의 지위를 누리던 그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극단적인 보수적 견해와 선동적인 발언 그리고 막힘 없는 달변으로 인기를 몰아가던 그였다.

그는 최근 토크쇼에서 조지아 타운 대학 법대생 산드라 플루크 양에게 “난잡한 계집(Slut)” “창녀(prostitute)”란 악담을 퍼부었다. 플루크 양은 의회에 참석, 오바마의 피임에 대한 보험료지급 의무화 법안 필요성을 역설했었다. 그런 플루크에게 “너무 섹스를 많이 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계집”이라는 극단적인 언어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진보단체는 물론 각 언론의 비난이 잇달았다. 그의 토크쇼 광고주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급물살을 탔다. 트위터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불매운동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광고주들은 하나 둘씩 광고를 빼기 시작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시어스, JC 페니 등 최소한 30여개의 업체가 광고를 중단했다.

급하긴 급했나 보다. 늘 폭탄발언을 한 후 사과와는 담을 쌓던 그가 이번에는 샌드라 플루크에게 공개사과를 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분노는 사그러 들지 않고 있으며 광고주 이탈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토크쇼 황제인 그가 괜히 그리 불리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에 흔들릴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러시 림보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 토크쇼 업계를 들여다 보아야 한다. 토크쇼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라디오 방송국들에게 토크쇼 콘텐츠를 제공한다. 보통은 이런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해당 시간에 배당되는 광고 시간을 지역 방송국과 반반으로 나눈다. 그런데 일부는 방송국에 콘텐츠를 써주십사 돈을 지불하고 제공키도 한다. 글랜 백이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한다.

러시 림보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현재 미국내 600여 지역 방송국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콘텐츠는 연당 최고 1백만불의 사용료를 부담하고 방송국들이 모셔간다. 광고 또한 반반으로 나눈다. 그의 시간대 광고는 최고 광고료가 부과된다. 20여년간 보수 토크쇼 황제로 군림해온 러시 림보가 벌어들이는 돈이 천문학적인 숫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 이후 단지 2개의 지역 방송국만 러시 림보와 콘텐츠 계약을 해지했을 뿐이다. 러시 림보의 위상이 쉽게 흔들릴 수가 없는 증거다. 적어도 겉으로 봐서는 그렇다. 거품을 걷어내고 바라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의 몰락의 징조라고 볼 수 있다. 데일리 비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보수 토크쇼의 청취율은 계속 하락세다. 더구나 림보의 대도시 지역 청취율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러시 림보의 청취자들은 백인남성 그 중에서 나이 많은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광고단가는 청취자 수와 청취자들이 듣고 있는 시간(TSL: time spent listening)을 중심으로 책정한다. 청취율이 감소할 경우 청취자들의 청취시간을 늘리면 같은 광고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은 여성의 섹스 이야기는 나이든 남성 계층의 청취자를 잡아 두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다. 그가 그토록 심한 표현을 써가며 플루크를 비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수를 둔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컨텐츠는 사용량이 급감하지 않고 있으며 광고주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림보 몰락의 징조는 같은 보수 토크쇼 호스트들의 도전에서 구체화 된다. 마이클 허카비는 4월 2일 무려 100개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러시 림보와 같은 시간대에 토크쇼를 시작한다. 도전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사회적 경제적 보수를 지향하는 허카비의 관점은 극히 보수적이지만 결코 러시 림보처럼 논란거리를 쏟아내지 않는다. 청취자들에게 하카비는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예전 광고주들은 러시 림보를 떠났다가 뚜렷한 대안이 없어서 다시 림보에게 돌아갔지만 허카비의 등장은 대안을 제시해 준다. 상위 20대 방송국 중 하나가 허카비를 택하는 경우 림보의 몰락은 급진전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림보의 추락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자정능력이다. 러시 림보에게는 당장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 될 법도 한데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림보를 비난하는 소셜미디어와 언론의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불매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림보의 프로듀서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림보를 옹호한다.

표현하는 자유를 누리되 그 대가를 치르라. 이게 미국의 사회적 자정능력이다. 미국도 많은 문제점을 떠안고 있지만 이 같은 표현의 자유와 자정능력은 미국이 선진국임을 드러내 주는 한 측면이다

최근 강용석은 ‘해군’을 ‘해적’이라 칭한 김지윤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는 개그맨 최효종도 국회의원을 모욕했다고 고소했다. 물론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각오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아나운서들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걸핏하면 법원에서 해결하려 하거나 빠른 답을 요구하는 한국사회다. 표현의 자유가 한국사회에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표현의 자유를 심판하는 곳은 법원이 아니라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번 러시 림보 사건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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