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사진을 시작할 때, 아주 순수한 아마추어일 때 쓰던 카메라가 ‘니코매트(Nikomat)’였다. 이 카메라는 "35mm SLR 기계식 필카(필름 넣는 카메라)"였는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제품명이 ‘Nikomat’였지만, 서양에서는 ‘Nikkormat(니코르매트, 니코르마트)’라는 다른 철자였다. 괜히 이름이 짝퉁 같지만, 일본 니콘에서 개발한 것이고, 1965년에 최초로 발표되어 1970년대에 대중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누구나 한대 이상의 카메라를 갖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두가 사연이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가끔 좋아하는 카메라 회사 이름이나 제품명 등이 궁금해진다. 이름은 그 대상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나타내므로, 회사 건립할 때나, 제품 개발할 때 네이밍 작업을 거쳐 만들어졌다.

많은 이름 중에 어떤 이름이 선택되었고, 각각 나름의 의미가 있다. 요번 컬럼에선 카메라회사들의 이름의 의미와 브랜드명의 의미를 짚고 넘어가 보자.

보통 캐논이라는 이름하면 대포(cannon)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대포처럼 큰 크기의 EF렌즈들 때문에 캐논이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했을까? 아니다.

선명한 빨강으로 표현되는 캐논 로고는 현재의 로고로 정착될 때까지 몇 번의 변화가 있었다. 캐논의 창시자인 ‘요시다 고로’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특히 자비의 화신인 관음보살의 가르침을 따르던 사람이었다.

때문에 1933년 정기광학연구소(精機光學硏究所) 설립 당시, 자신이 만든 초대 카메라 시제품의 이름을 'KWANON(콰논)'이라고 지었다. ‘관음’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콰논'이다. 이 마크에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이 그려져 있으며 불꽃을 이미지로 한 KWANON 문자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이 이름은 발음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영문스펠링 역시 외국인들에게 익숙한 형태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카메라 발매에 맞춰 세계적으로 통용될 브랜드명이 필요하게 됐고, 1935년 '캐논(Canon)'이라는 명칭을 상표로 등록했다.

1985년 3월, 캐논은 고도의 정밀 AF SLR 모델을 50주년 창립 기념일인 1987년 3월 1일에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명은 'EOS'. Electro Optical System의 약자이며, 전자 광학 시스템이란 뜻이다. 그리고 E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태양신 아폴론(혹은 헬리오스)의 태양마차 횃불을 들고 밤의 장막을 걷는다고 한다. 사진은 빛을 담는 과정이며, 많은 사진가들이 새벽을 최고의 촬영시간으로 선호하는 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니콘은? 일본을 일본말로 하면 ‘니뽄’ 이다. 그리고 광학은 ‘고가쿠’이다. (日本光學; 일본광학)
일본 카메라 사이트에 들어가면 카메라 카테고리가 광학으로 되어 있다. 이를 합쳐서 니뽄 고가쿠 (nippon kogaku) 이것이 니콘이 되었다. 뒤에 ‘n’이 추가된건 니코보다는 니콘 발음이 더 외우기 쉽고 좋았기 때문이었다.

코닥은 창립자의 이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닥'의 풀네임은 '이스트만 코닥'이다. 이 브랜드명은 창립자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이스트만 코닥의 창립자 이름은 조지 이스트만으로, '이스트만'만 이름에서 따왔고 코닥이라는 이름의 탄생 배경에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당시 코닥의 이스트만 회장은 알파벳 ‘K’를 가장 선호했는데, 이는 ‘K’가 소비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쉽고 강력하게 기억되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파벳 ‘K’를 앞뒤 두 번 반복 사용해 고안한 이름이 바로 코닥(KODAK)이다. 단어 자체에 특별한 뜻은 없지만 이스트만 회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신념에서 탄생된 이름이기에 의미가 깊다.

이외에도 많지만, 지면 사정상 줄이고, 자신이 사용하는 카메라에 관심을 가져보자. 단지 도구에 불과하지만, 늘 함께하는 것이기에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자신의 분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애정을 갖고 물어보자. ‘넌 누구냐?’그리고 그 이름을 불러주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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