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는 후퇴하는가? |
보스톤코리아 2012-02-20, 13:32:23 |
공화당의 경선이 달아오르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정치학자는 물론 당사자인 정치인들조차도 새로운 선거환경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왜 그런가?
2010년 이후 미국 대법원은 개인이든 단체든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 한 선거자금을 무제한으로 모금하고 무제한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수퍼팩(Super PAC)이다. 현재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 공화당은 수퍼팩의 우려스러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화당 계열 수퍼팩들은 지금까지 약 4천만 달러의 자금을 모금했다. 이중 후보 지명이 유력해 보이는 미트 롬니를 지지하는 수퍼팩의 모금액이 약 3천만 달러이다. 최근에 3개주의 예비경선과 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릭 샌토룸 진영에 자금이 몰린다고 한다. 자금력에서 열세인 뉴트 깅그리치에게도 지난 1월에 라스베가스의 한 카지노 거부가 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롬니는 깅그리치에게 패배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 이후 플로리다 주에서 약 3천 건의 방송광고를 내보냈고, 이 중 대부분이 네거티브 광고였다. 방송광고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네거티브 선거전을 하지 않겠다던 깅그리치 역시 초반전 참패 이후 롬니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쏟아냈고 그것이 그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승리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수퍼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밝혔던 오바마 대통령도 공화당의 가공할 만한 수퍼팩 공세에 자극받아 민주당 성향의 부유한 지지자들의 기부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경선을 치르지 않는 입장이지만 오바마 진영도 현재 1천9백만 달러의 수퍼팩 자금을 가지고 있다. 양당의 당내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양쪽의 수퍼팩들이 거둬들인 자금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전대미문의 거대한 규모가 될 것이다. 후보가 직접 쓸 수 있는 자금과는 달리 지지자 누구나가 만들어 쓸 수 있는 수퍼팩 자금은 무제한이므로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돈 선거로 치닫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롬니에게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만 해도 수십 명이다. 아델슨은 깅그리치에게 1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이렇게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개인, 이익 단체, 각종 기구들은 후보에게, 그리고 당선자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않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역사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로마 제국의 창시자이자 로마 공화정의 파괴자였던 줄리어스 씨이저를 보자. 그가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에서 일약 제국의 창건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정치자금 운용술 덕이었다. 화려한 언변과 독특한 매력으로 귀부인과 유력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즉 정치자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권력을 얻었으며, 폼페이우스와 같은 대부호의 호의를 한 몸에 받아 마침내 권력을 쟁취한 후에는 정적들을 가차 없이 처단했다. 후원자였던 폼페이우스도 그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확실히 권력은 돈으로부터 나왔고, 그는 절대 왕정을 능가하는 권력자가 되었으며, 그 권력으로 인해 마침내는 부하의 손에 죽게 되었다. (그의 공식 직함은 '황제'가 아니라 오늘날 부정적 의미로 가득 찬 '독재자'였다.) 미국 민주주의는 일부 유보 사항들이 있긴 하지만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본받고자 하는 확립된 제도이다. 국민투표에서는 이기고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진 후보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던 2000년의 대통령 선거처럼 미국 민주주의는 부러움을 살만한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퍼팩이란 괴물이 나타난 2010년 이후의 미국 민주주의도 계속해서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살 수 있을까? 우울한 전망이지만, 11월의 본선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장영준 (중앙대 영어영문학 교수, 언어학자)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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