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법: 도덕적으로 완벽한 헌법, 그런 법? |
보스톤코리아 2012-01-23, 12:09:38 |
1919년 1월 16일, 수정 헌법 18조가 비준되었다. 주류(酒類)의 제조, 판매, 운송과 외국으로부터의 주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일명 금주법(Prohibition)이다. 1933년 수정 헌법 21조에 의해 수정 헌법 18조가 전면 폐지될때까지 지속된 한시적인 현상이긴 했다. 하지만, 이슬람과 같은 금욕적인 종교를 삶의 기반으로 하는 나라도 아니고 20세기 미국에서 금주법이 헌법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언뜻 이해불가능할듯 하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모니터를 어깨너머로 들여다보던 나의 룸메이트 역시 “도대체 이해 안가는 사건”이라고 한마디 거든다.) 이해 안가는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역사 아닐까?
19세기 후반 도금 시대 (Gilded Age)에 나타난 부의 편중, 자본에 예속된 정치의 부정 부패,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 독점 등에서 비롯된 각종 병폐를 개혁하려던 움직임 중에 1890년대 농촌을 중심으로 나타난 대중당 (populist party) 운동과 19세기 말엽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주로 도시에서 나타났던 개혁 운동 (progressive movement)가 있다. 개혁운동이 일어났던 시기는, 미국-스페인 전쟁 (1898년)에서 1차 세계 대전 (1914~1918, 미국은 1917년부터 참전)에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즉,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제국주의의 면모를 갖추게된 때다. 미국의 제국주의화와 별개로 미국 내로 촛점을 돌려보면, 상당한 사회적, 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진 것 같다. 가령, 산업자본의 독점을 막기 위한 반독점법이 정비되었고, 음식물 의약품에 대한 규제의 기반도 마련되었다. 꼭 1세기 전 1912년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공화당을 탈당하고 개혁당 (Progressive Party) 후보로 대선에 도전하면서 전주민 의료보험을 아젠다로 내놓기도 했다. 특히, 우드로 윌슨 대통령 당시 통과, 비준된 수정 헌법 16조에서 수정 헌법 19조까지의 헌법 개정은 종종 “개혁주의 수정 헌법” (Progressive Amendment)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먼저 연방 소득세 (Federal Income Tax) 골격을 만든 수정 헌법 16조 (1913년 비준). 이로써 연방은 수입에 따라 소득세를 부과하고 직접 징수할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연방 소득세는 남북 전쟁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되었다가 1870년대 초반에 폐기되었고, 과거 연방 세입은 관세와 위스키 등에 부과하는 주세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같은 해 비준된 수정헌법 17조는 연방 상원의원을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하도록 한 법 개정이었다. 잠깐, 그렇담 그 전에는? 1789년 제헌 의회때부터 17차 개정까지 주욱, 연방 상원 의원은 각 주의 주의회에서 간접 선거를 통해 선출했었다. 여러 갈래 개혁주의 운동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단일한 아젠다를 꼽자면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한 수정 헌법 19조 (1920년 비준)다. 어쨌거나 보수적이고 진보적인 여성들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1792년 <여성권리옹호 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라는 책을 출간하고 130년이 지나서였다. 19세기 유명한 참정권 운동가였던 수잔 B. 앤서니는 1906년 타계,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해보지 못했다. 1917년 12월 통과, 1919년에 비준되고, 같은 해 볼스태드 법 (Volsead Act)에 의해 강화된 수정헌법 18조는 개혁주의 운동의 한 갈래가 주장했던 점에서는 개혁 헌법의 일부로 봐야겠지만, 어딘지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간 법이었던 느낌이 강하다. 사실 금주법이 의제가 된 것은 19세기의 일이었다. 19세기 초반, 일부 사회 개혁가들은 알코올을 가정 폭력이나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했고, 일부 주에서는 19세기 중반 알콜의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었다. 1873년에는 기독교 여성 절주연합 (Women’s Christian Temperance Union)이 결성되었고, 1890년대에는 살롱 문화을 적대시 하는 반 살롱 연맹 (Anti-Salon League)가 결성되어 1920년대까지 활발히 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수정헌법 18조는 이들의 노력 덕에 얻어진 도덕적인 개혁이었을까? 물론, 여성 참정권 운동의 큰 줄기 속에 도덕적 자기 완성을 중요시하는 여권론자들이 합세했던 것이 수정헌법 18조가 통과되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20세기 초반 개혁주의자들의 상당수가 백인, 중산층, 엘리트식 도덕주의에 한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수정헌법 18조의 명분은 그래서 알코올로 인한 각종 사회 문제를 방지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또한 개혁주의자들읜 사회의 효율성을 고민했었다. 그렇기에 알코올로 인한 태업을 방지하는 것도 금주법의 한 이유였었다. 또한 기독교 근본주의의 영향도 배제할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뿐일까? 흥미롭게도 금주법은 알코올의 “섭취” 혹은 일정량 이하의 가내 주류 제조 등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양조와 판매, 유통 등이 금지된 것이다. 그러니 만일 국민들의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한 처방이 주 목적이었다면 금주법은 어딘지 부족한 법이다. 사실 금주법의 이면에는 1차 세계 대전 전후로 짙어진 반독일 정서와 함께, 양조산업으로 부를 획득하는 독일인들을 배척하려는 “정치 경제학적” 의도가 사실상은 크게 작용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광란의” 1920년대 밤은 밀주의 유통과 이권을 둘러싼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뒷골목을 지배하는 마피아의 기업화, 조직화된 범죄… 그것이 바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척” 위선을 떨던 헌법의 적나라한 결과였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mail protected] 이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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