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과 분노하는 미국 |
보스톤코리아 2011-10-14, 01:23:44 |
경제에 시름이 깊은 미국이 10일 발표된 노벨 경제학상을 휩쓸었다. 이번 경제학상은 정부 정책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낳는지 성장률, 인플레이션, 실업률 등 경제 지수로 측정하는 연구에 업적을 세운 경제학자들에게 주어졌다. 프린스턴의 크리스토퍼 심스, NYU의 토마스 사전트 두 경제학자가 영예의 수상자다. 경제 난국을 타개할 해법이 있는가 하는 기대감이 은근히 대두됐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심스 교수는 수상 후 자신들의 연구는 현재의 경제난을 헤쳐 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을 묻자 “간단한 답이 있었다면 세계에 이미 퍼뜨렸을 것”이라는 허망한 대답을 늘어 놓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 못한 경제학자들을 우롱하는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의 무능을 드러내는 학문’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악몽처럼 오버랩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에서 “경제학은 기껏해야 사회를 향상시키는 하나의 생각이거나 방법론”이라고 폄하해 버렸다. 실업, 부의 편중, 스테그네이션 등을 해결하는 결코 이상적인 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경제는 결국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하고 정책입안자들은 이미 충분한 경제적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캠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도 그의 저서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현실이 어려우면 사람들은 몽상하거나 분노한다.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고 말하는 책 <연금술사>가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폭로한다. 입양, 대학 중퇴 등 평범한 집안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바꾸는 기업의 총수로 거듭났던 얘기가 전세계를 매료시키는 것도 딛고 있는 현실이 척박해서이다. 미국인들은 몽상을 간직해왔다. 과거 미국은 신분제도에 얽매어 있는 유럽보다 계층이동이 자유로웠다. 누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면 충분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꿈을 가져도 됐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자랑거리다. 수많은 세계의 이민자들이 미국을 찾아 모여든 것은 바로 이 꿈, 즉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미국을 오늘날 세계의 최고의 나라로 존재케 하는 힘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계층이동이 낮은 나라가 됐다. 좋은 학군에 부유층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며 교육과 복지환경이 열악한 저소득층 자녀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뚫고 일어서기가 결코 쉽지 않다. 실업률이 9%에 달한다. 일부 저소득층 학생들은 대출한 학자금을 갚는데 여념이 없다. 의료보험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아 무보험자가 수 천만명이다. 미국 국민들은 매우 ‘착하다’고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는 한 칼럼에서 밝혔다. 미국의 1인당 복지 지출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의 40% 정도밖에 안 되는 한국도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을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국민들은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경쟁에서 도태된 개인의 무능함을 탓하고 결코 정부 보조 등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오바마 케어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까지 이를 반대한다.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해 오바마 대통령을 선택한 미국인들은 선거 후 바로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했다. 극단적인 보수 단체 ‘티파티’에 마음을 내주기 시작했다. 2년 후 티파티 출신의 의원들을 대거 정계에 입성시켜 부채한도 협상, 부자감세 철회 협상 등에서 철저하게 오바마 행정부의 손발을 묶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제한한 4천300억달러 일자리 창출안도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로 좌초시켰다. 소득 1백만불 이상의 부유층들에게 5.6%의 추가세금을 부과가 반대의 가장 큰 이유다. 미 국민은 그동안 부의 편중에 대해 큰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러나 집 잃고, 직장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부의 편중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로버트 라이시 UC 버클리 교수가 자신의 책 ‘Aftershock’에서 지적했듯이 대불황이 부의 편중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대공황 직전 상위 1%의 소득은 전체소득의 23%를 점유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1970년대 무려 7-8%선까지 떨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정책 이후 미국의 소득의 불균형은 다시 불붙기 시작해 2007년에는 23%를 회복했다. 이 같은 소득의 편중은 상대적 빈곤감을 부추기는 심리상 문제도 있지만 중산층의 붕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다. 소득이 상위 1%에게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산층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소득이 줄은 중산층들은 2000년대 중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홈 에쿼티(주택의 실질적 가치)를 담보로 대출, 소비함으로서 경제를 지탱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주택 거품이 터지면서 대불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긴 몽상이 끝나고 차가운 현실의 바람을 접하면 분노는 거세진다. 99%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월가를 비롯해 미국내 주요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운동으로 타겟은 상위 1%다. 이들 시위에는 뚜렷한 리더십도, 목표도 없지만 이들의 분노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 경제학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됐다. 미국 경제의 골이 워낙 깊어 이 시위는 쉽게 수그러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월가를 점령하라’의 시위가 내년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변수 중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착한 미국 국민들도 이제 믿을 곳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까. ‘함께 모여서 나가면 그게 길’이라는 한국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길은 결코 노벨상 수상자나 정치가들이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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