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부채 상한 증액 협상안에 서명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정성일 기자 = 사상 초유의 미국 정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 상황이 연방 정부 부채 상한 증액안의 법제화로 일단락 되었다.

연방 상원은 2일, 연방 정부 부채 상한을 최소 2조1천억 달러 증액하는 내용의 부채 타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74표,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연방 하원은 전날 밤 본회의 표결을 통해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합의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디폴트 위기는 당분간 사라지게 되었지만 디폴트 시한일까지 쫓기며 벼랑 끝 협상을 벌였던 워싱턴 정치권의 리더십 실추와 신뢰 하락으로 향후 미국 경제의 대외 신용도가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을 통과한 법안이 이날 오후 백악관으로 넘어온 즉시 법안에 대한 서명 작업을 완료, 부채 상한 증액 법제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은 이날 자정까지였던 디폴트 데드라인을 불과 10여 시간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에서의 법안 통과 직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번 타협안은 우리가 분수에 맞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지출 삭감은 물론 세금 인상, 세제 개혁 등을 포함한 균형 잡힌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앞으로 신설될 의회 특별위원회의 활동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한 주요 무역 협정들에 대한 조속한 비준 동의도 의회에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휴회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상식에 입각한 초당적 차원의 몇 가지 조치들을 즉각 취해주기를 촉구한다”면서 FTA 비준 동의안의 조기 처리를 강조했다.

이번에 통과된 부채 상한 증액안은 연방 정부의 부채 상한을 최소 2조1천억 달러 증액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2단계에 걸쳐 2조4천억 달러의 지출을 삭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연방 정부 지출을 2조4천억 달러 이상 삭감하도록 한 부채 상한 증액 합의안으로 미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적어도 향후 2년간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정부 지출 삭감 조치의 대부분은 오는 2014년 또는 그 이후에나 실행되기 때문이다.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2012년에 210억 달러, 2013년에 420억 달러의 연방 정부 지출을 삭감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14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GDP의 1%도 되지 않는 액수다.

지출 삭감은 2015년이 돼서야 750억 달러로 증가해 2021년에 1,56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의회 예산국은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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