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 백제 문화를 찾아서 : 8. 일본 최초의 대승정 행기(行基)스님
보스톤코리아  2011-08-01, 14:22:37 
일본 쇼무(聖武) 천황 때 전국의 불교를 관장하는 최초의 대승정(大僧正)에 추대된 스님이 행기 (行基)스님이었다.
행기 스님은 덴치(天智) 천황이 즉위한 해(662)에 가와치의 오오토리군(大鳥郡)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왕인 박사의 후손인 고지재지(高志才智)였고 어머니는 백제 한의사의 딸 봉전(蜂全)씨였다.

행기스님 동상. 비가 오고 있어서 동상이 비를 맞고 있었다
행기스님 동상. 비가 오고 있어서 동상이 비를 맞고 있었다
 행기 스님의 출생지인 에바라지(家原寺)는 오오사카시 바로 남쪽에 있는 사카이시(堺)의 에바라지 쵸우(家原寺酊)에 있다.

사카이시는 세계에서 제일 큰 무덤인 닌토쿠 천황릉 이라고 불리던 대산(大山)릉이 있는 도시다. 인구가 80만 정도 되는 도시인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사용하던 조총의 90%를 사카이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 왜군의 선봉이었던 소서 행장은 원래가 사카이의 상인이었다.

오오사카에서 에바라지를 가려면 오오사카 JR전철의 시텐노지(天王寺)역에서 한와(阪和)선 전철을 타고 남쪽으로 달려 12번째 역인 쓰쿠노(津久野)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쓰쿠노 역에서 나와 왼쪽 책방 쪽의 대로를 따라 다섯 블록을 가면 작은 호수를 맞날 때 왼쪽으로 꺾어져 500m쯤 오르막 길을 가다 보면 바른 쪽에 에바라(家原大) 대학 체육관이 보이고 200m를 더 가면 왼쪽에 에바라지(家原寺)가 나온다.

에바라지 금당, 시험에 함격하기를 기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에바라지 금당, 시험에 함격하기를 기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천왕사에서 쓰쿠노역에 오려면 급행을 타지 말고 완행을 타야 된다. 급행은 이곳에 서지를 않는다.

행기 스님이 태어난 에바라지는 스님의 외가였다.
후일에 행기 스님이 이곳에 절은 세운 것이 에바라지다.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행기 스님의 등신대 동상이 서있다.

절의 동쪽에 3중 탑이 높이 솟아있고 바로 밑에 금당이 있는데 문수 보살을 모시고 있다. 에바라지의 문수보살이 영험이 있는 지혜의 보살이라고, 금당 주위는 온통 상급학교 합격을 기원하는 손수건들이 부쳐져 있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많은 학생들과 어머니들이 열심히 치성을 드리고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손수건을 부쳐 놓고 있다
합격을 기원하는 손수건을 부쳐 놓고 있다
 금당 옆으로 “행기 보살 탄생가”란 석비가 있고 도라이안(渡來庵)이라는 휴게소가 있다.

거의 모든 일본 사람들이 한반도 도래인의 자손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있는 것 같아 이름 그 자체로도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따로 떨어진 건물에는 행기 스님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진언종(眞言宗)의 조사 홍법(弘法)대사와 진언 율종의 조사 흥정(興正)보살이 모셔져 있다.

세분 스님의 한가지 공통점은 절에서 나와 일반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행기 스님 탄생 석비
행기 스님 탄생 석비
 홍법대사는 일본 최초로 우동을 소개한 분이다.
행기스님은 15세인 682년에 출가하여 나라땅 야쿠사지(樂師寺)의 신라승 혜기법사(惠基法師)의 문하가 되었다.

18세때 아스카사(飛鳥寺)의 백제 스님도쇼화상(道昭和尙) 문하에서 법상대승(法相大乘)과 이타(利他)의 도리를 배웠다.

도쇼스님은 백성들을 위하여 우물을 파고 다리를 놓는 등 사회봉사를 많이 하였는데 후일에 행기스님이 자기 스승의 뜻을 받들어 같은 일을 하게 되었다.

도쇼 스님이 입적했을 때 그의 유해를 화장하였는데 이것이 일본 최초의 화장이라고 한다.
22세때 백제스님 의연 법사의 문하로 옮겨 갔다가 24세때 신라에서 온 덕광법사의 문하생이 되어 비로서 구족계를 받아 승려가 되었다.

에바라지 경내에 행기 스님을 소개하는 안내문에 의하면 그는 나라 아스카 시대의 위대한 고승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관개 산업을 하고 평성 도읍지 건설을 위하여 뽑혀온 근로자들을 돕는 등 많은 사회 교화활동을 한 승려였다.

행기 스님과 홍법 대사 흥정 보살을 모셔 놓고 있다
행기 스님과 홍법 대사 흥정 보살을 모셔 놓고 있다
 평생에 49개의 절을 세웠는데 제일 처음 세운 절이 바로 에바라지(家原寺)다.
매년 1월 14,15일에 이곳에서 불의 축제가 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행운, 건강을 바라면서 참석하고 있다.

쇼무(聖武)천황때 일본은 동대사(東大寺)라는 국분사(國分寺)를 건립하고 있었다.
워낙 큰 토목공사라서 자재, 인력, 돈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천황은 행기 스님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행기스님이 전국의 신도들에게 시주할 것을 권유하자 재목을 시주한 사람이 5만1천590명, 금전을 시주한 사람이 37만 2천 75명, 기술인력이 51만 4천 102명이었고 공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인력이 166만 5천 71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인구가 500만이었으니 어린이, 노약자를 제외하면 인구 2명당 1명 이상이 동대사 건축에 참여한 셈이다.

서기 745년 78세때 행기 스님은 쇼무 천황으로부터 일본 역사상 최초의 대승정(大僧正)으로 추대되었다.
4년 후에는 쇼무 천황이 왕위를 딸 효겸(孝謙) 천황에게 양위하고 행기 대승정 앞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였다.

행기 대승정을 82세때 스가하라지절(管原寺)에서 임종하였다.(749)
제자 광신(光信)이 임종을 지켰고 유언에 따라 야마도 헤이구리 (平郡)이코마산(生駒山)의 동쪽 기슭에서 유체를 화장하였다.

행기 스스로 화장할 것을 유언한 것은 그의 스승인 도쇼(道昭)스님을 따른 것이다. 제자 경정이 화장한 유골을 주워서 사리병에 담았으며, 산 위에다 묘지를 마련했고 제자 진성(眞成)은 사리병 속에 행기스님의 전기(傳記)를 써넣고 묘지에 묻었다.

전기의 내용에 행기스님이 왕인의 후손으로 되어 있다.
묘지는 지금의 지쿠린지절(竹林寺)이다.
동대사는 백제, 신라, 고구려 세 나라의 기술자들이 건립한 절이다. 자세한 내력은 동대사 편에 소개할 것이다.

<사카이(堺)상인과 임진왜란>
사카이 상인들은 예로부터 돈을 벌 수 있는 건수를 찾는 데는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1543년 포르투갈 상인이 일본에 총을 전래하자 사카이 상인들은 재빨리 포르투갈과의 무역을 독점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기술을 활용하여 일본 전체 총 생산의 90%를 감당하게 되었다.

당시 전국의 번주들은 총을 구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사카이에서 총을 대량 생산하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때도 쌀 9석을 주어야 총 한 자루를 구할 수 있었는데 오다노부나 때는 3~4배를 더 주어야만 하였다. 그래도 오다노부나가는 비싼 값을 주고 총을 마련해 전국시대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히데요시 때는 일본 총의 성능이 유럽을 능가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여 히데요시의 정복욕을 부채질 하는 요인이 되었다.

1590년 대마도주 요시토시(宗義智)가 조선 조정에 나타나 총을 진상하면서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다는 정보를 전하였다. 그가 조선에 이런 정보를 전한 이유는 대마도의 사활이 조선과의 교역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선과 일본이 전쟁을 하게 되면 대마도의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왕과 대신들은 총의 위력을 과소평가하였다. 기존의 활을 사용하는 병사를 양성하려면 5~6년이 소요되는데 총을 사용하는 병사를 양성하는 데는 몇 일이면 충분하다는 전술전략에 어두웠기 때문이다.

요시토시가 거듭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다는 정보를 날렸지만 조선정부는 오불관언.
다만 이순신만이 이 정보를 근거로 거북선을 만들고 수군을 정비하였다.

요시도시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애도 “일본의 조선침략이 임박했습니다”라는 공문을 경상도 병마 절도사에게 보냈지만 대응이 없었다.

일본의 선봉장 가토기요마사의 부장 중에 김충선(귀화한 다음의 이름)이란 사람이 조선에 귀의하여 조총과 화약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는데 이순신 장군만이 열심히 배워 왜적을 무찌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국가를 방위하는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충분한 대비가 전제된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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