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이지은 교수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고풍스런 NEC 건물의 한켠, 허름한 레슨실은 더운 날씨도 잊은 채 피아노 레슨의 열기로 가득 찼다. 에어컨도 없이 진행되는 이열치열의 레슨 현장이었지만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할 말을 잊게 했다.

올해로 3년째 NEC예비학교에서 예비 피아니스트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지은 교수는 4세부터 대학 입시생까지 지도하며 진정한 예술가의 혼을 갖출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예술’을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레슨뿐 아니라 음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어야 한다. 또한 문학과 그림 등에 관한 것도 느낄 수 있도록 함께 지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성숙도가 깊어지면 음악 속에 녹아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천부적 재능보다는 노력이 많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교수. 그녀는 “열 손가락이지만 때로는 열두 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오랜 시간 연습으로 다져져야 자신만의 시스템화가 된다”고 말했다.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아홉살 때부터 영재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수업을 받기 시작해 일년 만에 각종 콩쿨 수상을 휩쓴 이 교수는 이후, 미국 유학 중에도 경연대회 수상을 비롯해 카네기 홀 등 뉴욕의 유명한 음악 무대를 거쳐 샹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홀 등 유명 국제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 받았다.

줄리아드와 피바디에서 유학 생활을 할 당시 연습에 몰두하느라 외로울 틈이 없었다는 이 교수. 연주를 앞두고는 연주 테크닉에 대해 고민하며 새벽 2~3시까지 연습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말한다. 그러한 시간들이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

한때 의대 수업에 관심을 갖고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갈 길은 음악이라는 확신을 다지게 된 계기가 됐다. 집에 돌아와 당시 가르치던 6~7세 어린 학생의 연주를 듣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 했다고.

그후 진로를 두고 고민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아름다운 것과 함께하며 그것을 만들어 가는 게 나의 일(직업)”이라고 자부심을 표했다.

이 교수가 NEC와 처음 인연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 전,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였다.
중학 졸업을 앞두고, 당시 한국을 방문 중이던 로렌스 레서 NEC 학장의 공개 오디션에 발탁, 미국 유학 길에 올랐다. 하지만 뉴욕에 도착해 친척의 권유로 줄리아드 교사를 만나 입학을 권유 받고 방향을 틀었다. 줄리아드와 피바디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지금에야 NEC로 돌아와 있다.

10여 년 전 ‘버츄오소 2000’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 받아 연주, 페스티벌 최고의 연주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화려한 연주자로 각광을 받았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지금은 자폐아, 시각 장애아 등도 함께 지도하며 예술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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