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가야 할 길 없는 길
보스톤코리아  2011-05-30, 16:20:09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길이 있더군요. 고속도로, 작은 길, 시골 길 그리고 골목길, 산속을 오르내리던 오솔길…
살다 보니 지도에 표시 안된 길이 있습디다. 인생길, 수도적인 길, 옛 성인 성녀님들이 걷던 가시밭길, 그리고 샌들 신고 걸으시던 예수님의 길 길에서 나시어 길에서 돌아가신 부처님 길 달마대사의 맨발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실수 착각을 하시는 까닭을 살펴보니 겉으로 드러난 세상의 모습을 쫓아 너무 쉽게 생각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나 홀로 나아가야 할, 길 없는 길이 있습니다. 선배 지인들이 일러 주신대로 살다 보면 확실하게 숨 넘어갈 때 후회하시더군요.

가다가 막다른 골목길에서 주저 앉아요. 그리고 절망의 쓴 잔을 마십니다. 그런데 그 절망이 기회라는 깨달음의 지혜를 따르시면 희망의 새 길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건 스스로의 절망이고 남이 해줄 수 없다는 걸 믿으셔야 됩니다. 남의 탓으로 원망하시면 도로 아미타불입니다.

돌아보니 세속인의 눈에 “바보”가 되면 길 없는 길이 쉽게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추기경님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묘미가 있어요. 어느 분이 “사랑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으니 서슴없이 “나는 모른다” 하셨습니다. 얼마나 명쾌한 대답입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걸 많은 분들이 그냥 얼추 그럴 듯 하게 꾸며대시는데 솔직히 말씀해주시니 제 가슴이 시원했습니다. 위대한 달마대사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형식과 내용이 일치할 때는 침묵이 있을 뿐입니다. 겉 꾸밈, 위선, 비자연은 항시 남에게 보여야 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무”인데 무얼 감당하고 꾸밉니까. 군더더기죠. 그럴 필요가 없어요.

구름에 달 가듯. 흐르는 강물처럼 어울려 살아가는데 누가 감히 “감나라” “배놔라” 하겠습니까.
세상사 모든 일을 남이 어떻게 보느냐에 초첨을 맞추시면 길 없는 길이 고달퍼집니다. 사고방식의 차이죠. 물론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몸 가림은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마세요. 나를 바꾸면 되요 간단합니다.

이해와 오해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남을 바라볼 때 후하게 보되 스스로에게는 목숨을 걸고 냉혹 하십시오. 행여 손해 본다든지 얕본다는 생각의 고리에 걸리지 마세요. 거꾸로 나에게 후하고 남에게 박하게 되면 싸움과 언쟁, 살육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변하거나 없어지는 것에 마음 두지 마세요. 여기에 끌리면 주인이 아니라 종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사구(死句)를 조심하세요. 말꼬리를 잡는다는 말이 있어요. 말이나 언어에 사로 잡히면, 고집하면 끝장납니다. 활구(活句)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불교에서 말씀하는 불이(不二)를 살펴보세요.
“둘이 아니고 하나다”하는 이야기인데 분별하기 좋아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인데 홀로 걷는 길, 길 없는 길을 가시는데 길동무 되실 겁니다.
해인(海印)의 경지 즉 풍랑이 가라 앉은 바다. 투명한 거울, 번뇌 망상이 살아진 진짜 “나”의 모습을 마음에 얻으시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실 겁니다.

그때는 길 없는 길을 걸으시더라도 외롭지 않으실 겁니다. 왜냐구요. 자연과 하나되어 만물이 나를 가르쳐주고 친구하는데 외롭지 않지요. 훈훈하고 뿌듯하지요. 비록 발바닥은 굳은 살이 박혀 딱딱할지라도 그 걸음걸이는 의젓하고 위엄 있고 비바람, 찬 서리 몰아쳐도 끄떡 없습니다.

깨달음 얻은 분들은 하나같이 길 없는 길을 참으로 피땀을 흘려가며 수행하며 용맹 정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뒷모습에는 휘황한 광채와 향기를 풍기셨습니다. 깨달으시면 쉽습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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