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펜타곤 페이퍼 그리고 에이전트 오렌지 |
보스톤코리아 2011-05-30, 16:18:03 |
오늘 큰 아이가 학교를 가지 못했다. 건강한 아이인데, 올봄 들어서면서 눈이 벌개져서 퉁퉁 붓고 비염증세까지 전형적인 알러지 증세가 나타나더니 어제는 증세가 심해져 꽤나 고생을 했기때문이다. 최근 10~20년 새, 알러지 비염과 아토피 등 이른바 환경성 질병을 앓는 아이들의 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는 바로 그 현상이 나를 비껴가지 않다니. 누구나 제 자식은 공들여 키우겠지만, 나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건강에 해가 되는 위험요인들은 되도록 피해가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복합오염의 시대란다. 개인의 노력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위험들이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가끔 맥이 풀린다.
그래서였다. 지난 주, 과거 주한미군의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였던 스티브 하우스씨가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 를 매립했다고 양심고백을 했다는 기사가 예사로이 지나쳐지질 않았다. 하우스씨에 따르면 고엽제를 매립한 직후부터 쉬이 피로를 느끼는 등 간 기능에 이상이 왔고, 그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당뇨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앓게 되었다고 했다. 함께 매립 작업에 참여한 동료들도 건강에 이상이 왔다고 했다. 자신의 건강 문제가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양심에 비추어 이제라도 한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 30년 넘게 묻혀있던 진실을 꺼내든 하우스씨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감사하다. 그 덕분에 미국이 거부할 경우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미 양국간 불평등한 독소조항이 소파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인되었다.) 지난 주 칼럼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결과적으로는 베트남 철군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는 펜타곤 페이퍼 (국방부 문서) 사건도 은폐되고 묻힐 뻔했던 진실을 폭로한 어떤 ‘용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주인공은 다니엘 엘스버그(Daniel Ellsberg). 엘스버그는 1971년 베트남 전쟁과 관련된 7000 페이지의 미 국방부 문서를 유출한 반전운동가다.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해병대 출신에 국무부와 국방부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에서 일했다. 베트남에 참전하게 되면서 명분 없는 전쟁, 무의미한 살상에 회의를 느끼고 반전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엘스버그가 국방부 문서를 통해 알아내게 된 1급 비밀은 베트남전의 실상이 미국에 의해 약 30년간 ‘준비되고 기획된’ 전쟁이었다는 것. 가령, 트루먼 대통령은 1940년대 말에서 50년대 중반까지 프랑스가 호치민이 이끄는 혁명운동 세력에 맞서 베트남 식민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전쟁 자금 대부분과 무기를 지원했다. 베트남이 공산화 될경우 이웃 국가들로 공산주의가 확산되면서 아시아의 공산화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이른바 도미논 이론이 결정적이었다.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베트남이 경찰국가가 되도록 측면에서 지원했다. 54년 제네바 협정에서 논의된 베트남의 민주적 선거와 통일을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60년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는 직접적인 명분이 되었던 통킨만 사건에서 ‘북베트남의 선제공격’이란 미국측의 조작이었음이 국방부 문서에는 고스란히 나와 있었다. 1971년 6월, 앨스버그는 위와같은 내용의 방대한 양의 국방부 문서를 뉴욕타임즈의 닐 쉬한에 넘기고, FBI에 자수한다. 앨스버그는 절도죄와 간첩죄 등으로 1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이 앨스버그에 대해 불리한 증거를 훔치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워터게이트 사건)이 밝혀지게 되면서 담당 판사는 재판 무효를 선언하게 된다. 한편 뉴욕타임즈가 펜타곤 페이퍼를 보도하고 또 이를 보도하기 위해 국가 권력과 갈등하는 일련의 과정까지 목도한 미국의 대중들은 베트남전을 ‘부도덕한 전쟁’으로 또렷이 인식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The Most Dangerous Man in America)” 라는 제목의, 앨스버그와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바탕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제목만 알지 아직 못봤다). 앨스버그가 정말 위험한 사나이일까? 스티브 하우스씨건 대니엘 앨스버그건 위선의 제국에는 정말 위험한 인물들이겠다. 하지만 역사는 그 위험한 인물들의 용감한 행동덕에 진실에 가까워지곤 하는게 아닐까. <더 읽어볼 책>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이레) 역사서는 아니지만 현재 전세계 (GMO) 종자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기업 몬산토는 베트남전 당시 살포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제조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후 2세대 3세대의 건강에까지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에이전트 오렌지 (그리고 제초제 라운드업 레디)의 위험성 문제를 은폐해온 몬산토의 비윤리성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The Pentagon Papers (George Herring 외, McGraw Hill). 베트남전의 발발 배경에서부터 과정, 그리고 베트남전에 대한 논쟁과 철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Secrets: A Memoir of Vietnam and the Pentagon Papers (Daniel Ellsberg 지음, Penguin),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즈에 전달한 국방부 내 장본인 다니엘 엘스버그의 회고록이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mail protected] 이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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