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행위를 묻다 매닝 일병과 위키리크스 그리고 1917년 간첩법
보스톤코리아  2011-05-23, 14:13:16 
제가 당신에게 밝히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브래들리 매닝, 2010년 5월 22일)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0년 5월 21일, 당시 22세의 젊은 청년 브래들리 매닝은 이라크 주둔 미군 정보 분석병이라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전직 해커 애이드리언 라모와의 온라인 채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진 며칠 간의 채팅에서 매닝 일병은 자신이 260,000건의 외교관련 기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했음을 밝혔다. 이 채팅에 앞서 매닝 일병은 이미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살상 동영상, 아프간ㆍ이라크전 기밀 등도 위키리크스에 넘겨주었다고 한다. 5월 26일, FBI에 위의 채팅 내용이 신고되면서 매닝일병은 체포되었다.

2011년 3월, 매닝일병은 “이적행위”를 포함한 22개 죄목으로 미 육군에 의해 기소되었다. 그는 아직 정식 재판을 받지는 못했으며, 현재 버지니아주의 콴티코 구치소의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매닝이 위키리크스의 “정보에 의한 테러행위”를 도왔다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은 “위키리크스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행위는 반역으로, [매닝을] 사형 시켜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육군 기소팀에 따르면 22개 항목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될 경우 [기소팀이 사형을 건의하지는 않았지만] 종신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정보유출과 관련 위키 리크스와 위키 리크스를 이끌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에게 1917년 제정된 간첩법 (Espionage Act)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따랐다. 또한 미국의 군 검찰은 기소 전 매닝에게 위키리크스를 이끌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와의 공모 사실을 시인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폴리 바게닝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매닝 일병이 수 십만 건의 군사 기밀 문서를 개인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고 누군가에게 그 정보를 유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산지와 매닝이 직접 접촉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1917년 간첩법 ( Federal Espionage Act of 1917) 과 1971년 뉴욕타임스 판결 (New York Times v. United States)
1917년 제정된 간첩법은 말그대로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1917년 당시 미국에서는 2차대전 시기에 시작된 냉전과 매카시즘 시대와 마찬가지로 적색 공포가 만연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또한 러시아에서의 볼셰비키 혁명을 목도하면서 만들어진 전 사회적 불관용과 히스테리아였다. 점차로 간첩법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의 취득과 유포에 관한 처벌을 위해 쓰여지게 된다.

간첩법에 제동이 걸린 것은 1971년의 유명한 뉴욕타임스대 미국 정부 판결에서다. 알려져있다시피 미국이 베트남전에 공식적으로 참전하게 된 계기는, 1964년 8월 미국의 매덕스 호가 통킨만에서 북베트남 해군의 선제 공격을 받고 교전에 들어간 통킨만 사건이다. 그런데 뉴욕 타임즈는 미국 기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를 연재하고, 미국이 베트남전 참전의 명분을 노리던 와중에 통킨만 사건을 날조해냈음을 보도한다. 닉슨 정부는 “미국의 안보를 우려”, 뉴욕 타임스에 연재 중단을 요청했으나 이에 뉴욕타임스가 불복하였다. 법정 공방 끝에 뉴욕타임스가 승소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의 옹호, 그리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수정헌법 1조의 원칙이 폭넓게 적용되는 대법원 판례가 남게 된 것.

미국인들은 비 미국인들에 비해 너무나 많은 권리를 누리고 있습니다. 끔찍한 일이지요. (브래들리 매닝, 2010년 5월 23일)”
매닝 일병이 “국가 기밀”에 접근할수 있었던 것은 군인(정보분석병)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의한 것이었던만큼, 매닝에 대한 법적 판단에도 군형법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종신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그의 죄목이 “이적행위” 즉, 적을 이롭게 한 행위라는 데서, “그 적은 누구더라?” 싶어진다.

물론 군 검찰이 이적행위를 이야기할 때 지칭하는 적은 미국이 일으킨 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되는 테러리스트 혹은 테러리스트와 연관이 있는 세력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매닝의 정보유출이 테러리스트 세력을 이롭게 했을까? 가령, 매닝은 이라크에서 미군 헬기가 (정확한 확인도 없이) 민간인을 살상하는 동영상을 위키리크스에 넘김으로써, 미군이 감추고자 했던 진실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게 했다. 이를 통해 이라크 전의 실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성찰적 자세를 갖게 된 대중은 테러리스트 연관세력 혹은 동조세력인가? 진실을 (연예인들의 연애와 결혼, 불륜과 이혼 같은 사생활이 아니다!) 폭로하는 행위가 미국의 적을 이롭게했다는 주장은 오히려 미국이 어떤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자신의 이득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논리로 들려질 뿐이다.

매닝을 양심적 내부 고발자로 보고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한 포스터는 이야기한다. 거짓의 제국에서는 진실이 반역이 된다고. 진실이 반역이 되지 않으려면, 진실은 권력이 감추고 싶은 무엇이 아니어야 한다. 22세 앳된 젊은이 브래들리 매닝의 이야기는 그래서 공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보는 자유롭게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는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니까요. (브래들리 매닝, 2010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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