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원장의 한방 칼럼 : 심(心)이야기
보스톤코리아  2011-04-11, 14:18:30 
오늘은 오장육부에서 황제격인 심장(心臟)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심장은 인체생명 활동의 주인으로서 장부 가운데에서도 맨 윗자리를 차지하여 인체의 각 부분을 통제하고, 정신이 머무는 곳이다”라고 황제내경 영추편에서 말합니다.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은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라서 경맥의 흐름도 가장 안쪽에 잘 보호될 수 있는 곳을 따라 흐릅니다. 수소음심경은 심장에서 나와 겨드랑이를 타고 팔의 가장 안쪽으로 흘러 안쪽 팔꿈치를 지나 손바닥을 거쳐 새끼 손가락 안쪽 끝으로 흐릅니다.

심장은 색은 적색, 계절은 여름, 맛은 쓴맛, 방향은 남쪽, 인체에선 혀, 땀, 육기에선 불(火), 성장력, 칠정에선 기쁨(喜), 웃음으로 나타내어 집니다. 심장은 오행 중에서도 화(火)에 속하므로 “심이 여름철의 기운과 통한다”고 하였고, 육기로 보면 소음군화라 하여 은근히 달아오르는 불기운, 예술성, 이상적 열정, 사랑의 감정, 섬세함 등을 상징합니다.

심기(心氣)가 왕성하고 심혈이 충만하며 심장의 박동이 규칙적이어서 혈액이 정상적으로 운행되면 맥이 조화롭고 힘이 있고 얼굴 전체가 홍조를 띄고 윤택하며, 혀가 붉으면서 윤기가 있고 정신이 맑아 사물에 대한 반응이 민첩합니다. 그러나 심기(心氣)가 부족하고 혈액이 손상되어 혈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하면 얼굴에 윤기가 없고 창백해지거나 잿빛을 띄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맥이 힘이 없고 팔다리가 차갑고 안색과 혀가 모두 어둡거나 보라색을 띄며, 동시에 가슴이 답답하고 자주 한숨을 쉬며, 심장 부위에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른 증상으로는 두근거림,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답답증, 두려움, 불면증, 혈액 순환 장애,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이 보입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심장이 두근두근 빨리 뛰는 증상이 느껴지면 심장을 주의해서 관찰해야 합니다.

특히 불면증은 심장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는데 심장에 혈이 충분히 못해 안정되지 못하면 잠들기가 힘이 들거나, 잠이 들긴 쉬워도 자주 깨거나, 혹은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스트레스나 걱정으로 심화가 생기면 산란한 꿈을 꾸고 오랜 시간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고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낍니다. 이런 경우 혀 끝이나 혀 전체가 붉고, 혓바늘이 돋거나 혀가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집니다.

여성들의 경우 출산, 월경, 다이어트, 불규칙한 식습관, 과도한 상념, 영양부족 등으로 혈이 부족해지기 쉽고 혈허(血虛)가 수년간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이 오기 쉽습니다.

한방에서는 혈, 체액, 진액, 눈물, 침 등을 모두 음기(陰氣)에 속한다고 보므로 혈액과 땀(한, 汗)의 근원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이 지나치게 손상되면 땀이 나지 않고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혈액이 없어지게 됩니다. 긴장을 하면 유난히 손바닥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심장의 액이 땀인 것을 알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심주신(心主神)이라 하여 정신, 의식, 사유황동을 심장이 주관합니다. 장경악은 유경에서 “ 심은 일신의 군주로서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창조하는 능력을 갖추어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기능에 응하니, 모든 장부가 심의 명령을 받으며, 총명함과 지혜가 이로부터 비롯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심장은 모든 장부의 군주로써 심장에 기혈이 충분하면 정신이 잘 안정이 되지만, 기혈부족이나 심음허(心陰虛)로 심장이 안정되지 못하면 정신이 쉽게 피로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여 잘 잊어버리고, 또는 정신이 흐리거나 반응이 느린 증세가 나타납니다. 만약 어떤 원인으로 인해 혈의 흐름이 빠르고 기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 불안증이 생기고 심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정신이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주희 희기완(心主喜 喜氣緩)이라 하여 심장은 기쁨을 주관하며 지나친 기쁨은 기를 늘어뜨린다고 했습니다. 저명한 한의사 선생님께서 방송에서 임상 사례를 말씀하셨는데 기쁨이 지나쳐도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떤 노모에게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못한 노총각 아들이 있어 항시 걱정이 많았습니다. 마침내 그 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고 합니다. 아들 부부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좋아서 달려가다가 그만 그 자리에서 마비가 와서 쓰러지고 말았답니다. 기쁨이 지나쳐도 심장이 감당하지 못해 병이 나고 맙니다.

항상 말씀 드리듯이 지나친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몸에 해롭습니다. 감정의 기복에 시달리지 않도록 마음을 잘 다스리는 여유로움을 갖도록 합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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