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89회 |
보스톤코리아 2011-03-14, 15:14:58 |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곱게 차려입은 노인들의 모습은 평온하고 단아해 보여 좋다. 자신을 챙기며 한평생 살아오신 삶의 여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이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나이 40에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삶이란 내 몸과 마음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일 게다. 어느 사람은 삶에서 고된 일로 몸이 고달플지라도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매일 다스리며 챙겼기에 환한 얼굴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다른 사람에게 탓을 돌리며 살기에 무슨 일에든 불만투성이고 화난 얼굴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불혹의 사십을 훌쩍 넘어 지천명의 고지를 오르고 있다. 이때쯤이면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나 자신 스스로의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사랑 안에서 자라고 남편의 그늘 아래서 지내며 자식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쁘게 살았다. 이제부터가 내 삶의 진정한 모습의 행로가 열린 것이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사뭇 우스운 질문 같아 피식 웃음 지어보지만, 그렇다고 만만하게 여길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어떤 일에든 자신의 선택과 의지와 그리고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신묘년 새해에 계획하고 다짐한 일 중에서 첫째가 '말'에 대한 생각이었다. 말이란 내면의 깊은 생각이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때로는 생각을 추스를 사이 없이 튀어나온 발 빠른 말로 말미암아 곤혹스런 일을 겪을 때 얼마나 많던가. 이 말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며 우선 말에 대한 절제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우선 말씨를 잘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있는데 벌써 두 달을 훌쩍 보내고 있다. 말에 대한 절제와 경고의 귀한 글귀는 그 어느 종교나 경전에서도 우선으로 꼽고 있다. 때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말씨를 생각하다 보니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었던 여인이 갖추어야 할 4대 덕목이 떠오른다. 마음씨, 말씨, 솜씨, 맵씨의 女有四德之譽(여유사덕지예)의 귀한 말씀이 오늘 아침에 깊은 묵상으로 머문다. 참 옳은 말씀이다. 옛날에 공자는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禮)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禮)가 아니면 움직이지도 말라고 했다. 예(禮)란 인간의 도리요 올바른 질서다. 우리는 예(禮)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도록 자신을 살펴야 한다. 예(禮)에 어긋나는 말이 곧 무례한 말이다. 곱고 아름다운 품위 있는 말씨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행복한 일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밖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말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생각 없이 툭 던져지는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다주는지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편에게나 아내에게나 그리고 자식에게나 예의 없이 내던지는 말 한 마디가 삶에서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지를 말이다. 말이란 이렇게 상대방에게 꿈과 소망을 주기도 하고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삶의 여정에서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달으며 나 자신과 내 주변을 살펴본다. 높은 고지를 오르려면 간단하게 준비할 것들이 몇 있다. 이런 것처럼 지천명을 넘어 이순을 향할 때쯤이면 나 자신을 위해서든 주변의 사람을 위해서든 인생에서 갖추어야 할 필요한 덕목들이 몇 있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할 테고, 그 마음을 위해서는 위만 보지 말고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게다. 또한, 계절의 샛길에서 자연과 자주 만나며 더불어 함께 호흡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사색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마음이 중요할 게다. 요즘은 명상 요가를 다시 시작했다. 긴 겨울을 지내며 지루하기도 했지만, 동네길 산책을 할 수 없어 답답했었다. 엊그제부터 날씨가 풀려 걷기 운동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사람과 사물을 깊이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느끼게 되고 깊은 묵상의 세계를 만나게 되리라. 나 아닌 또 다른 사람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에서 함께 웃고 즐거워하며 함께 슬퍼하고 울어줄 수 있는 마음으로 나이 들어가는 삶이길 소망하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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