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사진 |
보스톤코리아 2011-02-21, 14:11:29 |
나는 아무리 환상적인 자연을 담은 사진에서도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자연, 그곳에 사람이 없다면, 맹물처럼 심심하다. 많은 사람들도 정적인 풍경보다는 역시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인물사진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요즘은 디카가 많이 보급되어 주위 사람을 촬영하여 교환하는 일이 일반적인 것 같다. 이전 컬럼에서도 부분적으로 언급한 바 있지만, 좀 더 확장하여 얘기해 보도록 하자.
우선 이야기를 만들어라. 인물사진의 경우엔 특히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슬프면 어떻게 슬픈지, 기쁘면 어떻게 기쁜지, 웃기면 어떻게 웃긴지 등의 감정의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봐야 한다. 혹은 이러한 시도 자체도 사진에 대한 좋은 고찰이 된다. 무표정한 분위기 자체도 표현의 방향이 된다. 그저 건조한 하루는 보내는 한 사람의 모습 또는 표정. 우리는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눈을 보고 대화를 하거나 인사를 나눈다.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찍힌 인물의 모습에서 얼굴(정확하게는 눈일 것이다)을 보게 된다. 인물사진에서 초점은 기본적으로 눈에 맞춘다. 개방값의 f치로 사진을 찍어 피사체의 대부분이 아웃포커스 되었다 할 지라도 눈에 초점이 맞아 있다면 그 사진은 안정적이어야 보인다. 다만, 그 틀에 너무 잡혀 눈감은 사진을 혹은 뒷모습을 찍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주제의 뒷모습이 너무 감정적이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수평선이나 나무, 계단, 문틀 등이 목, 손목, 발목, 무릎, 팔꿈치 등과 같은 관절을 자르지 않도록 한다. 예를 들어 환하게 웃고 있는 예쁜 얼굴 그 목 뒤에 수평선이 가로지르고 있다면 마치 목이 잘린 것처럼 보여서 좋지 않다. 허리를 자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물사진에서는 가급적 가슴, 허벅지, 전신, 팔과 같은 부분을 끊는 것이 보기에 좋다. 사진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은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사진에 일종의 여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여백이 있게 되면 사진의 질이 떨어진다. 인물사진에서의 여백은 기본적으로 시선방향에 두지만, 떄에 따라서 그 반대로 시선 반대방향에 줄수 도 있다. 이는 매우 강력한 긴장감을 사진에 형성한다. 하지만 이유 없이 뒤통수 쪽이나 머리 위, 몸의 좌우에 여백을 많이 두게 되면, 그 부분은 죽은 공간이 되니 유의하자. 참고로 사선방향에 여백을 두게 되면 사진이 꽉 차보이면서도 약간의 여유가 느껴지게 된다. 인물을 찍을 때 가장 초보적인 구도는 정면에서 눈높이로 찍는 방법이다. 이것도 때론 벗어나 보자. 아래서 위로 찍는 로우앵글은 위압감을 느끼게 해주며, 위에서 아래로 찍는 하이앵글은 샤프하게 보이게 해 주면서, 때론 귀엽게 보인다. 무엇보다 찍는 대상의 얼굴형태, 신체상태에 따라 가장 적정한 앵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방향이 어떤 위치가 그 주제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관찰해야 한다. 왜 주제가 달라졌는데, 여전히 같은 구도인가? 어떤 공식을 설정하여 사진을 찍는 것에 반대한다. 심지어 사물도 감정이나 분위기가 있다. 인물사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냉장고 사진을 보자. 그 컨셉에 맞게 기능과 편리성, 디자인에 맞춰 촬영 되어 있다. 그러나 인물사진은 그런 종류와는 다른 살아 숨쉬는 주제이다. 인물을 냉장고 사진처럼 찍진 말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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