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뿌리내린 3세대 태권 가족
보스톤코리아  2010-12-06, 16:04:59 
좌로부터 아들 이학재 씨(6단), 조부 이강원 씨(9단),  손자 이정훈 군(태권도 4단)
좌로부터 아들 이학재 씨(6단), 조부 이강원 씨(9단), 손자 이정훈 군(태권도 4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3대가 태권도 사범인 특이한 가족이 있다. 스토우톤 지역에 살고 있는 이강원, 이학재, 이정훈 사범은 줄줄이 3대를 이어 내려 오는 태권도 사범 가족으로 각각 9단, 6단, 4단, 모두 합하면 19단이다.

이들은 70세인 이강원 씨로부터 출발해 37세인 이학재 씨가 2대, 그리고 12학년 이정훈 군이 3대이다. 그러나 이 군은 이학재 씨의 아들이 아니라 조카이다. 이 군의 부친은 이 군이 막 한살이 될 무렵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떴고, 조부인 이강원 씨가 이 군을 거두었다. 이 군의 부친 역시 4단인 고수였다고.

현재 조부가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 군은 전국 주니어올림픽 태권도 동메달리스트이다. 또한 ‘National Ratin Exam’에서 3회 연속만점을 기록했고, SAT 2350, GPA 100점 만점에 95~97점 정도를 기록할만큼 우수하다.

자신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1950년대 중반을 되돌아 보며 “초기에는 태권도가 힘자랑이나 하는 것으로 인식 됐었지만, 시대가 흐른 지금은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는 무술로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강원 씨의 말이다.

“태권도가 없었으면 그 아이를 잘 길러 냈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는 이 씨. 겨우 걸을 때부터 도장에 데리고 오가던 중 어느때부터인가 가르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4단이 된 이 군이다. 16년 세월동안 그를 지켜 주고 강인하게 인도해 준 데 태권도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 그의 조부는 “사춘기를 잘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 군은 한글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데도 한국말을 곧잘한다.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회초리를 들었다”는 이 군의 조부는 그로 인해 부인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내 가슴은 그 몇배 더 아팠다”고 털어 놨다.

이강원 씨의 둘째 아들 이학재 씨는 MIT의 연구실에서 야간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으면서 부친을 도와 도장을 운영하느라 눈코 뜰새 없다. 하지만 그 틈에도 노스이스턴 대학과 뉴잉글랜드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미국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 씨는 6~7년 전 보스톤 지역에 축구단을 창시했으며 성당의 한글학교를 설립, 교장으로 7년간 봉사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단체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역동적인 삶을 사는 게 좋다”는 그는 아마도 태권도 정신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많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며 이민 초기에 겪었던 인종차별을 태권도로 극복한 사례를 소개했다.

처음 인디아나 주로 이민 갔던 당시, 이 씨는 중학생이었고, 그곳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안이었다. 한명의 아시안을 보고 ESL 반을 만들 수 없었던 학교는 공부는 잘하지만 융통성 없는 따분한 친구를 그에게 붙여줬다.

그때 학교에는 풋볼 팀이 있었다. 가뜩이나 인종차별이 심한 곳인데다 그런 친구와 어울려 있는 아시안을 보고 풋볼 팀 아이들이 그냥 둘 리 만무. 침을 뱉고 케찹을 뿌리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을 보였다.

경고를 하자 한층 더해 공격을 해 왔고 이에 이 씨는 그동안 배운 태권도 실력을 발휘해 돌려차기로 상대를 제압했다. 이 사건으로 일약 명성을 얻은 이 씨는 단번에 인종차별을 극복했고, “부르스 리”라­는별명과 함께 많은 친구를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감은 몇배로 늘었다.

이학재 씨와 이정훈 군 2대를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길러 낸 이강원 씨는 올해 70세의 노익장이다. 올초 눈 수술을 해 혼자 도장을 운영해 나가는 것은 어렵지만, 아들과 손자가 사범으로 있어 든든하다.

태권도라는 말이 생기기 전, 태수도라는 명칭으로 쓰이던 시절, 6.25전쟁 직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운 그는 1958년 승단을 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30~40명이 입관하면 심하게 훈련해도 3~4명밖에 승단을 못했다”고 말했다.

군에 입대하여 사범으로 군인들을 가르친 후 학교 체육 교사로 근무하다가 1985년 이민, 지금껏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미국아이들뿐 아니라 타민족에게 태권도를 알리고 있다. 슬하의 5남매 중 승단한 4남매와 본인, 그리고 손자를 합하면 모두 27단이라는 것이 이 씨의 큰 자랑거리이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오바마, 고소득층 감세 연장 수용 2010.12.10
민주당 반발, 재정 적자 심화 우려
한인회 57년 셋방살이 끝냈다 2010.12.06
뉴잉글랜드 한인회관 구입 5개월 만에 입주식
미국에서 뿌리내린 3세대 태권 가족 2010.12.06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3대가 태권도 사범인 특이한 가족이 있다. 스토우톤 지역에 살고 있는 이강원, 이학재, 이정훈 사범은 줄줄이 3대를..
북한의 위키리크스 2010.12.06
편 / 집 / 국 / 에 / 서 : 지난 주 세계의 눈과 귀는 위키리크스와 북한 이 두 가지 뉴스로 뒤덥혔다. 미국무부의 외교 문서를 적나라하게 폭로한 위키리크스..
MFA 한국영화제 개막 2010.12.06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는 신예감독의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