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곳, 그곳에 나는 가고싶다(3)
보스톤코리아  2006-10-26, 00:52:04 
특수지역 트레킹 전문 산악인  윤낙승

먼지 속에서 터벅터벅 물어가며 걷는 수 밖에 없었다. 때마침 출근하는 시간이라 영어 좀 몇 마디 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짐을 지고 먼지투성이인 내가 측은했던지 회사 한 시간 늦어도 괜찮으니 나갈갓트(Nagargot)행 합승이 있는 곳까지 같이 걸어가 주겠단다. 한 30분은 족히 걸렸다. 사례금도 안 받겠단다. 원 세상에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살맛이 난다. 그 산골촌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영국 청년 하나를 만났다. 깨끗하고 친절하고 저렴한 여관을 쉽게 소개 받을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이곳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던 터라 훤했다. 주로 안나푸르나 포카라에 머무는데 티벳 불교에 심취되었다며 명상음악 CD를 한보따리 보여준다. 지금도 가끔 E-mail하는데 네팔(Nepal)서 또 만나잔다. 허긴 언제가는 또 Dolps Trecking도 하기로 했던터라 그럴수도 있으리라. 비교적 나즈막한 산정(山頂) 있는 나갈갓트(Nagargot)에서 쉬기 삼아 흡사 한국의 시골농촌과 닮은 주위를 무작정 찾아다녔다.
목적지도 없고 계속 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동네가 있으리라. 논두렁 길을 걷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열살 전후의 아이들이 따라온다. 언덕 위에 앉아 아름다운 농촌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이 황홀한 세상을 즐겁게 사는 이 나그네는 창조주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한 아이가 저 밑에 있는 옥수수 밑으로 뛰어가서 옥수수 몇 개를 따왔다. 내가 먹을 수 있나 보려는가 보다. 물론 나는 맛있게 두 개를 먹어치웠다. 6.25때 후퇴하던 인민군이 날 옥수수로 연명하며 가던 것을 본 기억이 새롭다. 며칠 후에 카트만두에서 미국서 막 도착한 김용박사 부부와 합류(合流)해서 앞으로 있을 네팔 서부와 티벳에서 쓸 것들을 준비해서 미리 시미코트(Simikot)로 공수시켰다.
시미코트(Simikot)로 가려면 카트만두에서 Nepal의 서쪽에 있는 Nepalgunj로 가서 다시 갈아타야 한다. 역시 15인승 소형프로펠러기이기 때문에 비, 구름, 폭풍에는 맥을 못쓰는 약골이다. Nepalguni로 떠나는 날 아침 또 폭우가 쏟아진다. 조금 구름이 걷는가 싶어 공항으로 갔다. 한참 기다리다가 드디어 비행기에 올라탔다. 드디어 가는가 했는데 기술자들이 연장을 들고 비를 맞으며 뭣인가 두 시간 뚝딱거리더니 다 내려서 다른 비행기로 옮겨 타란다. 잠잠했던 비는 다시 내려치기 시작했다. 기다렸던 것도 허사. 아침에 나갔다가 다 취소된 후 다시 여관으로 돌아온 것은 밤 9시가 되어서였다.
다시 다음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여러 날 기다리게 되면 Tibet쪽에서(sher) 우리를 기다리게 준비해 놓았던 짚차와 트럭은 다 허사가 되고, Tibet은 아예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Tibet에 지불한 선금(先金)을 돌려 받는다는 것도 불가능(不可能)한 일이다. 다음날 아침에 구름은 끼었으나 비는 잠시 멎었다. 다행히 Nepalguni까지는 갔는데 또 말썽이다 오스트리와 독일에서 온 젊은이들 3명이 나흘째 여기에 갇혀있다는 얘기다. 인도의 난파레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교통의 요지이긴 하나 찌는 더위에 습도까지 최고치라 정말로 찜통속에 들어가 있는 고통이다. 거기에 모기와 오물 온 동네가 어느 한 곳 쉴데가 없다. 그나마 공항(좀 깨끗하다는 옛날 한국 시골의 면사무소와 비슷)이 제일 나을 것 같은데 잠은 할 수 없이 좀 깨끗하다는 여관에서 잘 수 밖에 없었다. 그 유럽 젊은이 있는 돈을 다 털어 헬리콥터를 대절해서 기어코 오늘 가겠다고 한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하늘을 보니 얇은 구름뿐이다. 드디어 아주 작은 12인승 비행기로 험한 계곡 사이로 곡예비행을 하며 시미코트(Simikot)를 찾아갔다. 험준한 산악 사이로 아름다운 계곡과 그 가파른 비탈에 일궈놓은 농경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귀주(貴州), 카리마바드(Karimabad), 바다 위 등에 있는 비탈 논들과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줄 알았더라면 저 골짜기를 2주에 걸쳐 걸어서 갈수도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다음호에 계속>

편집상의 실수로 인해 39호에 실렸던 칼럼이 그대로 40호에 실렸습니다.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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