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극복한 입양의 아픔
보스톤코리아  2010-11-15, 16:27:56 
분장실에서 무대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한 제나 리 스캇(Jena Lea Scott) 씨
분장실에서 무대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한 제나 리 스캇(Jena Lea Scott) 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입양아로 자라면서 겪은 내면의 아픔을 연기로 극복하고 뮤지컬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배우 제나 리 스캇(Jena Lea Scott) 씨가 뮤지컬 ‘애니(Annie)’에서 열연 중이다. ‘애니’는 제나 씨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흡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애니’에서 제나 씨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인 고아 애니가 아니라 뮤지컬 전체를 넘나들며 변화무쌍한 감초 역할을 하는 3인이다. 미세스 푸(Mrs. Pugh), 보일란 자매( Boylan Sister),그리고 (Lily )의 역할을 맡아 바쁘게 무대를 오간다.

아시안 연기자로 무대에 서는 것이 쉽지 않은 미국 극장가 현실에서 주인공 역을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그래서인지 제나 씨는 주인공을 맡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어떤 역이든 연기에 몰입해 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19세가 되던 해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안고 뉴욕으로 가 American Musical and Dramatic Academy에서 연기자 수업을 받은 제나 씨는 필라델피아의 월넛 극장가에서 견습생 시절을 거쳤다. 이후 스펠링 비(Spelling bee), 홍크(Honk), 피터 팬 등의 뮤지컬에서 열연해 왔다. 또한 신인 연기자에게 주는 IRNE를 수상하기도 했다.

제나 씨는 “아시안으로 역할을 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윌락 패밀리 극장(Wheelock Family Theatre)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점을 선사하려고 노력하는 극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스톤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는 곳이므로 무대 위 배우들도 다양해야 한다고 미국 뮤지컬 무대의 현실을 꼬집었다.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흡사한 ‘애니’ 역할을 맡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애니를 꼭 할 필요는 없다. 쇼의 대부분이 나의 과거를 보여준다. 애니는 이미 내가 과거에서 공연한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올해 30세를 맞은 제나 씨는 지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인생이 굉장히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해는 내일도 뜰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제나 씨는 한국에 대해 우울한 고아원의 기억밖에 없지만 그래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스펠링 비라는 뮤지컬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의 역할을 할 때 굉장히 좋았다는 것.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의 추억만 남아 있는 곳이긴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바램을 비추었다.

1986년, 제나 씨는 5살 때 지금의 양부모에게 입양 되어 매사추세츠 주의 액튼으로 왔다. 양부모는 제나 씨를 뉴욕 공항에서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해 ‘비행기의 날’이라고 부를 정도로 제나 씨를 소중한 존재로 받아 들여 줬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 상황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제나 씨는 당시 한국의 고아원을 전전하며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하던 자신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시작 된 같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자라면서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이 항상 다른 사람들과의 이질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다섯살 고아’와 ‘입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떨구어 내지 못했다는 것.

자신보다 어린 입양 아기들과 한 비행기를 타고 와 미국에 첫발을 디딘 그 날을 기억하는 제나 씨는 그날 이후 언어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들었고, 점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 되었다고 말했다.

제나 씨는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영어는 굉장히 나에게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는 6살 때 “NO” (나의 첫번째 단어)를 배웠다. 2살 아니면 더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단어이다. 나는 ESL 에 들어가서 3학년 때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나의 양부모는 그녀에게 피아노와 발레 등을 가르치고 그녀를 학교 연극 무대에 서게 했다. 딸을 위해 격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제나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영어도 서툰 상태에서 처음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해냈고, 3학년 때에는 독서장애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 또 연극 무대에 섰다. 부끄러움을 타는 성격이었지만 연극에 대한 욕심은 그 당시부터 보였다.

“미세스 클라우스 역할을 맡았는데, 하얀 가발을 쓰고 하는 것이라 싫었다. 가발을 쓰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 후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걸 보고 놀랬다. 그때부터 어떤 역할을 맡든 간에 그것은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제나 씨의 말이다.

제나 씨는 수줍은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무대에 더 서려고 했고, 연극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오히려 무대에 서면 더 담대해지는 자신을 느낀다고. 그런 제나 씨를 두고 동료들은 놀란다.

마가렛 조(Margaret cho)나 다니엘 대 김( Daniel Dae Kim) 등을 좋아한다는 제나 씨는 “연기자가는 항상 노력해야 다음 역할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기관에서 주최하는 ‘한국의 날’ 행사에 가끔 간다는 제나 씨는 한국말과 한국음식, 태권도 등을 배우는 것이 재미 있다고 말했다. 김치와 갈비를 좋아하고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하는 그녀는 자신과 같은 입양아들에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제나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다.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말을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수줍은 제나 씨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 가족 코믹 뮤지컬 ‘애니’는 보스톤 리버웨이에 위치한 윌락 패밀리 극장에서 공연 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부터 시작 된 애니는 오는 11월 22일 월요일이 마지막 공연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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