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11) : 기차로 횡단해본 미국(3)
보스톤코리아  2010-11-15, 15:11:42 
사막에 핀 꽃-카지노사업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의 네바다주 측에 있는 도시 Reno(인구 20만명 미만)를 지나면서부터 네바다주의 대사막지대를 기차가 달렸다. 버클리를 떠난 7월25일 오후 5시경부터 기차 안에서 잠들기 시작한 밤 12시까지 차창을 내다 보니 줄곧 거의 비슷한 사막의 풍경이었다. 나는 26일 아침 5시 반 경에 기차에서 깨어났는데 그 때보니 산악지대가 보이고 기차가 이미 유타주 경내의 럭키산맥에 들어서고 있었다. 기차가 네바다주의 사막에서 달린 시간을 계산해보니 25일 오후 5시부터 내가 잠들기 시작한 12시 경까지 7시간, 그리고 기차에서 잠자는 사이에도 지도를 보니 아마 5시간 정도는 네바다주와 유타주 경내의 사막지대를 달린 셈이다. 장장 12시간 정도 기차가 사막을 달렸으니 그 크기를 상상할 만하다.

25일 오후 5시부터 12시 사이에 관찰해본 사막의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드넓은 대지에 건조한 모래와 돌멩이가 쫙 깔리고 그 위에 힘겹게 솟아나온 메마른 풀과 키가 낮은 관목이 자라고 있었다. 가끔 가다 지면에 소금이 스며나와 풀도 자라지 못하는 메마른 모래땅도 보였다. 산도 가끔 보였는데 나무가 거의 없었고, 한 여름인데도 높은 산의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이 지역이 해발이 높은 고원지대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인가가 보이는 사막 속에 목초지가 나타나고 밭도 보였는데 아마 관개를 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금년 2월 말부터 3월 초에 미국서부지역을 1주일간 버스로 여행하면서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네바다주의 사막지대를 달려봤는데 대체로 내가 기차에서 본 풍경과 비슷하였다. 사막이라 해서 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처럼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메마른 풀과 키가 작은 관목은 자라고 관개를 한다면 농사도 짓을만 하였다. 그래도 사막지대이니 기후가 극히 건조하고 사람살기가 쉽지 않아 어디를 가도 인가가 드물다. 이번에 기차로 네바다주와 유타주의 사막지대를 통과하면서 약 12시간 달리는 사이 정차한 기차역이 두곳밖에 없었고 그 것도 다 자그마한 시가지였다.

캘리포니아의 번영하는 도시와 농촌지역을 보다가 이런 사막지대를 보니 환경이 인간의 생활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막속의 작은 시가지에도 지극히 미국적인 풍경이 있으니 그것인 즉 햄버거점이다. 미국은 어디가도 햄버거점이 없는 시가지가 없을 정도로 햄버거점 안내판이 높이 붙어있다.

그러면 거의 사막밖에 없는 네바다주의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알고보니 네바다주는 광산업, 농목축업, 관광산업이 주요산업인데 관광산업은 대부분 카지노에 의지하고 있었다. 소문을 들으니 네바다주에 그럴만한 산업이 없기에 미국연방정부에서 네바다주에 특별히 카지노산업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기차로 통과한 Reno도 그렇거니와 라스베가스는 카지노에 의지해 번영하고 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나는 금년 2월말에 라스베가스를 방문했는데 찾아가기 전과 찾아본 후의 인상이 전혀 달랐다. 라스베가스를 찾아가기전에는 국제적인 관광도시인 라스베가스의 멋진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는데 라스베가스 주변을 버스로 돌면서 황량한 사막의 풍경을 먼저 보고나서 라스베가스에 들어서니 전에 가졌던 멋진 이미지가 많이 사라졌다. 라스베가스의 주변은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산으로 둘러쌓이고 평야도 사막뿐이다. 시내도 수원이 모자라 가로수나 잔디들은 물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아마 여름에는 대단히 더운 도시일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오니 그것도 흥미로운 일 아닌가? 카지노만이 느낄수 있는 짜릿한 긴장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 주변 사막의 황량한 풍경과 최고급호텔에서 즐기는 카지노, 그 어떤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라스베가스의 중심가에는 최고급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거리공연이나 극장의 쇼 등 볼거리가 많다. 거기다가 명품가게가 많아 돈 많은 사람들이 쇼핑도 즐길 수 있다. 도박산업이라 카지노는 다가가기 어려운가 생각했더니 라스베가스 시내의 어디에서도 손쉽게 카지노를 할 수 있었다.

또 소문을 듣고 제 눈으로 관찰해본 바에 의하면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업계에는 중국계 직원이 아주 많았다. 라스베가스를 찾는 관광객중에 중국대륙이나 홍콩, 대만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관계라고 한다. 중국계 여행사의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금년 봄에 중국의 어떤 부자가 카지노를 하려고 라스베가스에 찾아왔는데 샌프란시스공항에 도착하니 카지노업자가 소형전용기로 마중해서 라스베가스에 모셔갔다 한다. 그만큼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업에도 중국의 존재가 커지고 있다. 실지 내가 라스베가스를 방문했을 때 마침 중국의 구정( 설) 기간과 겹치는 관계도 있어서인지 호텔마다 중국어 춘련을 붙여놓고 중국식 붉은 색의 등롱을 걸어놓고 있었다. 좀 과장적인 표현을 한다면 라스베가스가 중국인에게 점령당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는 속담처럼 결국 외국에서 번 돈을 미국에 와서 쏟아놓고 가는 셈이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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