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10): 기차로 횡단해본 미국(2)
보스톤코리아  2010-11-08, 15:29:06 
캘리포니아의 농업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태평양의 바닷물이 내륙으로 깊게 파고들어와 넓은 만(灣)을 이루고 있다. 기차가 출발하여 한참동안 왼켠에 호수처럼 보이는 만이 이어지고 그 다음 Sacramento라고 불리우는 큰 강이 내륙지역에서 바다를 향하여 흐르고 있었다. 버클리에 있을 때에는 산업시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버클리를 좀 벗어나면서부터 만과 강 연안에 석유정제시설이 많이 보이고 바닷물과 강을 따라 대형 석유탱크가 부지런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다음부터 캘리포니아의 풍부한 곡창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버클리를 좀 벗어나면서부터 캘리포니아의 주도(州都)가 있는 Sacramento를 지나기까지 기차로 2시간 정도를 달리는 사이 만이나 강물외에는 드넓은 평야이고 여기저기에 채소밭, 과수원, 화혜농장, 그리고 목초지가 펼쳐진다. 목초지에서는 대체로 검은 색의 소들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었다. Sacrament의 평야지대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유명한 곡창지대인데 여기서 남쪽으로 수백킬로 이상 평야를 따라 Central Valley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농업지대가 이어진다.

나는 금년 2월말부터 3월 초순사이에 중국계 여행사의 버스를 타고 1주일간 미국 서부지역을 관광했는데 샌프란시스코 남쪽에서 고속버스로 온 낮을 달려도 드넓은 평야에 끝없이 펼쳐지는 전원풍경에 감탄을 금치못했다. 이른 봄철에 여기저기 과수원에서 과일 꽃이 피어나는데 그 끝머리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버클리에서 기차를 타고 동북쪽으로 북상하면서 또 다시 캘리포니아의 곡창지대를 보게 된 것이다.

Sacrament 주변을 기차가 통과하면서 눈여겨 보았더니 논밭이 나타났다. Sacrament주변은 수원이 풍부하여 논농사를 많이 짓고 있고,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쌀은 대부분 여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아시아 농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논밭을 미국땅에서 보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러나 알고보면 미국도 세계적으로 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이라면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산업이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헐리우드의 영화산업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실상 알고보면 캘리포니아의 제일 큰 산업은 농업이다. 캘리포니아는 주 하나의 면적이 일본이나 반도 전체의 국토면적보다 휠씬 더 크다. 캘리포니아주의 GDP가 세계 제10위라 하고 (어떤 자료에는 제9위라고도 함), 농업규모가 세계 제6위라고 한다. 내가 직접 눈으로 본Central Valley라고 불리우는 캘리포니아주의 중심에 위치한 분지형의 곡창지대만도 남북길이가 아마 800km는 되는 것 같은데 이만하면 어지간한 나라의 국토면적에 맞먹는다.

이 곡창지대에서 생산되는 농축산품도 그 중류가 미국에서 제일 많다고 한다. 곡물부터 과일, 화혜, 소고기로 대표되는 가축류, 웬만한 것은 거의다 여기서 생산된다고 한다. 다만 캘리포니아 농업에도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 것인즉 수원의 부족이다. 캘리포니아지역이 워낙 건조하고 강우량이 적기에 멀리서 수로로 물을 끌어다 하는 관개농법이 보편적이다. 그 때문에 물부족이 캘리포니아 농업을 제약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국가경쟁력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이 농업과 대학교육이라고 본다. 대학교육은 시대에 따라서는 다른 나라에 뒤질 수도 있겠으나 농업만큼은 미국의 천혜의 자원이어서 어느 나라가 쉽게 대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구의 온난화가 이어지고 이상기후 때문에 장래에는 식량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제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장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일 것이다.

거목 세쿼이아
7월25일, 기차가 버클리를 떠나 약 두시간 동안 캘리포니아의 평야지대를 달리다가 캘리포니아의 주도(州都)인 Sacramento 를 지나면서 구릉지대가 나타나고 그 다음에는 산림지대에 들어섰다.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약 4시간 동안 기차가 줄곧 산림지대를 달렸다. 지도를 보면 캘리포니아를 남북으로 횡단하는 Sierra Nevada 산맥의 중간지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는 기후가 건조하고 강우량이 적은 지역인데 의외로 산림이 많았다. 통계자료를 보면 캘리포니아 전체면적의 약 45%가 산림이라고 한다. 달리는 기차에서 차창으로 관찰해보니 산에 소나무가 많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이 많았다. 캘리포니아의 산림중에서도 자랑거리가 되고, 좋은 관광자원이 되는 것이 세쿼이아수이다.

세쿼이아(Sequoia)는 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라는 삼나과의 수종인데 오래된 나무들은 수령 400년에서 1300년 정도가 많고 평균 높이가 80m가 된다고 한다. 해안에 인접한 지역의 세쿼이아는 보통 키가 크고, 깊은 산속의 세코이아는 몸체가 큰 것이 특징이다. 세계에서 키가 제일 큰 나무로 알려져 있는 세쿼이아는 캘리포니아주의 북쪽 해안가의 Redwood(紅木)국립공원에 있는데 키가 115m가 넘는다고 한다. 세계에서 몸체가 제일 크다고 알려져 있는 세쿼이아는 역시 캘리포니아주의 Sequoia국립공원에 있는데 직경이 11.1m, 둘레가 31.3m, 높이가 84m로 알려져있다. 또 캘리포니아의 산속에는 수령이 4847년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한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어와 관계되는 다섯 개의 국립공원중 두곳을 둘러봤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해안을 따라 차로 한 시간 쯤 가면 Muir Redwood라는 국가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속에 수백년에서 천년을 넘게 살아온 세쿼이아가 자그마한 골짜기를 따라 수두룩하게 서있다. 거목 세쿼이아는 북부캘리포니아 지역에 무수히 많았던 것 같은데 19세기 후반에 이 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 많이 남벌되었다. 그런 것이 안타까워 1905년에 세쿼이아가 많이 자라는 산을 하나 개인 사업가 부부가 구입하여 국가에 헌납한 것이 현재의 Muir Redwood국립공원의 유래이다. 가히 현대 환경보호사업의 시초라 할 수 있겠다. 세쿼이아수의 보호를 둘러싸고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1997년에 캘리포니아의 어느 사유지에 있는 세쿼이아 수림을 목재회사에서 벌채하려 했는데 Julia Hill이라는 23살 되는 여성이 벌채하려는 나무 위에 올라가 거기서 2년간이나 기거하면서 저항운동을 하여 끊내 목재회사가 세쿼이아 수림 벌채를 단념하게 만들었다. 그 여성은 2년사이 나무에서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고 음식은 지원자들이 정기적으로 나무위에 올려주었다 한다.

또 한 곳 세쿼이아를 내가 직접 본 것이 Yosemite국립공원에서이다. 여기에도 수령 천년이상의 세쿼이아가 여기저기 많았는데 이 공원에서 수령이 제일 오래된다는 1800년 정도의 세쿼이아를 보니 말 그대로 신령이 들어있는 신목을 보는 것 같았다. 천년풍설을 이겨내고 하늘높이 우뚝 서있는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이 숙연해진다. 세쿼이아 수림을 둘러보면 기묘한 자연현상도 발견하게 된다.

수령이 수백년에서 천년이상 되는 세쿼이아가 두 세 그루씩 나란히 자라는 경우가 많았다. 세쿼이아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있는 분의 설명을 들으니 이런 나무들은 땅위에서는 서로 다른 나무이나 실상 뿌리는 같다는 것이다. 나무들도 땅속의 제한된 자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수단으로 이런 식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조물주가 내려준 생명의 원리인지, 생명체가 스스로 터득하는 생존비결인지 아무튼 자연현상의 오묘함은 인간의 지혜로 다 해석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세쿼이아공원을 둘러보면서 나는 미국과 동아시아와의 문화적 차이에 주의를 돌렸다. 천년씩 넘어되는 고목이고 보면 애니미즘 숭배가 깊은 일본 같으면 그런 고목을 신목(神木)이라 하여 숭배의 대상으로 할 것이고 한국이나 중국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즉 신목에 빌면 장수한다든가, 소원성취한다든가 하는 민속신앙이 충분히 이런 고목앞에서 행해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런 현상을 볼 수가 없다. 기독교문화권이다 보니 이런 우상숭배가 애당초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산들을 다녀보면 어디에도 자연숭배의 현장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어떤때는 오히려 동아시아의 산신당이나 산사(山寺) 에서 손을 모아 비는 그런 정경이 그러워진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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