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 흑인 민권운동의 전주곡을 연주한 재키 로빈슨 |
보스톤코리아 2010-09-06, 14:48:51 |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황금 배트”를 선물 받는다고 한다. 8월 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부터 14일 기아와의 경기까지 연속 9경기 홈런이라는 기염을 통하면서, 종전의 8경기 연속 홈런의 세계 신기록을 깨고 야구 역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은 이대호를 위해 마련된 특별한 선물이다.
이런저런 언론 보도를 넘기다 보니, 이대호 선수의 성취는 황금 배트나 9경기 연속홈런 같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세 살 때 아버지와 사별한 후 할머니 손에서 자랐던 가난한 어린 시절 이야기, 친구 추신수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하면서 어려운 형편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할머니와 그의 재능을 알아본 감독들의 이야기, 원래 투수로 프로 데뷔를 했으나 부상으로 좌절했었고, 그 시련을 타자로 전환하며 극복한 이야기 등 드라마 같은 인생 역정 덕이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비 시즌이면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을 날라왔다는 뒷얘기들도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아마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오늘의 기록도 깨지기 힘들겠지만, 설령 언젠가 그 기록이 깨진다 해도 역경을 딛고 밝게 자라 멋지게 성공한 청년의 드라마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재키 로빈슨, 메이저리그의 벽을 넘어선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 이대호 선수의 스토리를 읽다가 불현듯 재키 로빈슨 (Jackie Robinson, 1919 ~ 1972)을 떠올렸다. 아마 나의 룸메이트 같은 야구광들에게는 낯설지 않을 이름일것이다.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기억되는 재키 로빈슨은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 (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성, 그 해 도루왕과 신인상을 수상했다.* 곧이어 49년에는 타격왕과 “올해의 MVP”로 선정되었고, 은퇴후인 1962년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로망,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다. 여담인데 로빈슨은 다저스 입단 이전인 45년, 다른 두 명의 흑인 선수들과 펜웨이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입단 테스트를 보는 도중, 구단 고위관계자가 스피커로 흘려 내보낸 “검둥이들 내보내!”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돌아선 적이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1959년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 중 가장 늦게 흑인 선수를 영입했다. 레드삭스는 반세기가 지나 45년의 펜웨이 구장의 트라이아웃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지만 오래도록 레드삭스의 인종차별주의는 두고두고 “씹혔다”. 입단 후에도 로빈슨은 동료와 팬들의 인종차별적 협박과, 심판들의 편파 판정 등,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빈슨은 묵묵히 경기력으로 이를 극복, 메이저리그의 빗장을 다른 흑인들에게도 열게 하는 노둣돌이 된다. 재키 로빈슨, 흑인 민권운동의 기수가 되다 로빈슨은 1956년, 길지 않은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그런데 당시는 로자 파크스의 몽고메리 버스보이콧 사건을 계기로 민권운동이 불붙던 시기다. 은퇴한 재키 로빈슨은 마틴 루터킹 목사의 열렬한 지지자로 민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했다. 2004년, 로빈슨이 다저스에 입단한 날을 기려 4월 15일이 재키 로빈슨의 날로 지정되었다. 게다가 그의 등번호 42번은 “전 구단에 걸쳐 유일하게” 영구 결번으로 헌정된다. 로빈슨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인 야구선수들은 역사적으로 숱하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야구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고, 남부의 짐크로우 법 등 흑백인종간 차별과 분리가 엄존하던 시대의 벽을 넘고, 결과적으로는 메이저리그와 미국사회의 인종장벽을 허무는데 근본적으로 기여한 때문이다. *굳이 흑인 최초를 따지자면 로빈슨에 앞서 1884년 아메리칸 어소시에이션의 톨레도에서 활약했던 워커 형제가 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 리그가 1887년 흑인 선수와의 계약을 금지시키면서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방출된다. 이후 재키 로빈슨이 다저스에 입단하기까지 반세기 동안 흑인들은 메이저리그의 장외, “니그로 리그”에 머물러야 했다. 로빈슨도 바로 니그로 리그 출신. U.S. History Key Words *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 남북 전쟁 이후 미국 남부 지역 많은 주에서 실시되었던 흑백 분리정책을 지칭. 노예제 금지 (수정 헌법 13조, 1865년)와 과거 노예의 공민권 (수정 헌법 14조, 1868년) 및 참정권 (수정헌법 15조 1872년)이 헌법으로 확인되었지만, 공립학교에서 대중교통, 식당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구석구석은 흑인용과 백인용으로 구분되어 사실상 인종간 차별을 야기했다. *플레시 대 퍼거슨 사건(Plessy v. Ferguson, 1896년): 짐크로우 법이 “분리하되 평등하다(separate but equal)”고 명시한 미국 대법원의 판결. 남부의 공립학교의 흑백 분리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브라운 대 토피카 사건(Brown v. Board of Education of Topeka, 1954년)에 이르러서야 뒤집어진다. * 민권법(Civil Rights Act of 1964) 공공시설에서의 차별뿐 아니라 인종, 피부색, 종교, 성, 출신국가를 근거로 취업에서의 차별을 전면 금지시킨 법.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mail protected] 이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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