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과 점(占) : 창조-1
보스톤코리아  2010-09-06, 11:40:49 
점이란 본래 하늘의 뜻을 알기 위한 방법이었다. 점의 방법을 체계화하여 설명해 준 것이 주역(周易)이라는 경전이다. 그런데 그 주역의 이론이 매우 심오하여 천지창조와 세상 만물의 생성 원리, 그리고 인생의 운명과 그 길, 흉, 화, 복을 판단해주는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의 설명에 앞서서 하늘에 대한 관념과 하늘의 명령이라고 하는 천명(天命)에 대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아시다시피 땅 위에 있는 인간과 모든 사물은 그 위에 하늘을 높이 하고 있다. 인간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며 따라서 경외하며 살아왔다. 그 하늘의 정체는 무엇일까. 물질인가 아니면 정신인가 오랜 역사를 두고 인간이 질문해온 바이다.

옛날 학자들은 하늘을 윤리적 내지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 정신적인 관념의 세계로 보는 견해도 있고 또는 물리적 내지 자연적인 존재로 보는 견해도 있어 그 이론이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6세기경에 중국 양나라의 주흥사(周興嗣)가 지었다는 『천자문』의 첫머리에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이라고 하였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눌하며, 우주는 크며 망막하다.”라 번역한다. 이 『천자문』을 옛날 서당 학동들이 배우던 글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천자이지만 천지창조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농업, 윤리 등 모든 면에 걸쳐 중요한 사항만을 선택하여 4자어의 고시체로서 설명한 중국학의 기본도서라는 것이다. 『천자문』은 글자 하나하나도 깊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4언의 시구(詩句)로 되어 있어서 넉자를 붙여서 읽어야 그 의미가 확실해진다.
그래서 나는 종래의 번역과는 달리 “하늘은 아득하고 오묘하며, 땅은 넓고 황갈색이다.” 라고 번역하였다. 하늘에 숨겨져 있는 오묘한 진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역의 『계사전』에 보면 “유태극생양의”(有太極生兩儀)즉 태극이 있어 두 의를 낳는다. 라고 하여 우주의 탄생원리를 음양(陰陽)의 두 본체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유학자들은 태극을 말하여 무(無)라고 하면서 그것은 대덕(大德)으로 만물을 생육(生育)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유교경전인 『서경』과 『시경』에는 천지창조에 대한 이렇다 하는 언급이 없다. 그런데 『서경』에 이르기를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하였다. 즉 하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존엄과 함께 하늘의 뜻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큰 위력을 가진 하늘의 정체는 무엇일까.
천지를 창조하고 인생과 세상만물의 본체가 되는 근본은 철학적인 과제로 끊임없이 추구되어 온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그것이 과연 철학이나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해명될 수 있었던 것인가.
천지창조의 근원과 세상만물의 본질에 대한 것이 철학적인 과제로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중국의 청나라 때 이후이다. 이 때에 주역이 점책의 사명에서 벗어나 고차원의 세계, 우주의 근원과 세상 만물이 본성을 밝히는데 있어서 기본학이 되었다.

이후의 중국학을 신유학 또는 송학(宋學)이라고 하는데 송학의 시조인 주염계(周濂溪)는 주역에 근거하여 말하기를 우주 만물의 근원은 무극(無極)이며 그것은 곧 태극(太極)이다. 라고 하며 그 이론에 따라 『태극도설』을 지었다. 송학의 4대 학자 중의 한 분인 정명도(程明道)는 말하기를 천지만물의 본체는 인(仁)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천지법칙인 도리 즉 천리(天理)라고 하였다. 그에 따라 그는 『리』일원론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그의 동생 정이천(程伊川)은 말하기를 성즉리(性則理)라고 하면서 『기』는 물질적인 것으로 만물은 그 기를 소재로 하여 생성되었다. 『기』를 기 되게 하는 것이 『리』라고 하여 이기 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창하였다. 그런데 송학의 대가인 주희(朱熹)는 말하기를 태극은 『리』의 극치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기』와 더불어 공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기론』을 체계화하여 이기 일원론(理氣一元論) 대성한 이가 주희 즉 주자(朱子)이다. 사실 주자 이전의 학자인 주염계, 정명도, 정이천, 장횅거 등의 논저는 비체계적이고 단편적인 논문 또는 어록으로 된 것이었다. 그런데 주자에 이르러 그것을 체계화하여 철학, 윤리학, 역사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유기적인 연계를 갖게 하는데 성공하여 주자학을 성립시킨 것이다.

송대의 소위 신유학은 천지만물의 생성을 주역의 음양론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것이 『기』일원론 이건 『리』이원론 이건 간에 그 모두가 3차원적인 현실세계를 두고 논의하여 온 것이며 시공을 초월한 천상의 세계 즉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에 대한 진리에는 접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 3대 철학자 그 이름이 높은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화담 서경덕도 주자학의 범위 즉 이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아시다시피 퇴계 이황은 주자의 논저를 집대성하여 그것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파헤친 대유학자이다. 퇴계는 성(誠)을 중요시 하여 경(敬)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예학에도 했다. 퇴계는 주자의 『이기 이원론』을 확대 발전 시켜 『기』는 『리』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하여 『이기호상설』(理氣互相說)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성즉명(性則命)이라고 하며 주자의 성리학을 완전히 정리하여 놓은 주자학의 대가이다.

▶▶다음호에 계속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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