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 대한 공포와 배제의 시대가 부른 비극 |
보스톤코리아 2010-08-09, 12:13:42 |
전기충격의자에서 사형당한 사코와 반제티
1920년 4월, 브레인트리의 한 공장에 무장한 강도들이 침입하여 직원 두 명을 살해하고 거액을 탈취했다. “강도 중 두 명이 이탈리아인처럼 생겼다”는 한 목격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매사추세츠 경찰은 이탈리아계 이민자였으며 무정부주의자로 알려진 두 사람, 제화공 사코와 생선장수 반제티를 긴급히 체포했다. 검찰이 제시했던 물증도 빈약했고 증인들의 증언은 서로 엇갈렸다. 뿐만 아니다. 제 3의 인물이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법정은 이를 기각했다. 피의자들의 재심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세계 곳곳의 양심적 지식인들과 일반 노동자들이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동맹휴업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불공정한 재판에 대한 전세계의 비난여론과 항의시위에도 불구하고, 사코와 반제티는 1927년 전기충격의자에서 사형당했다. 1920년의 마이너리티리포트, 이민자와 무정부주의자에 대한 제국의 시선 사코와 반제티 사건은 공정치 못한 재판의 표본이자 미국 사법사의 최대 과오로 기록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재판이 가능했을까? 판사는 재판도중 줄곧 “이 무정부주의자들 두고보자”는 노골적 언사를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이는 피의자들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편견과 판단이 개입한 것이다. 즉, 피의자가 무정부주의자라는 사실로부터 범죄를 일으킬 확률이, 그로부터 다시 유죄의 증거가 유도된 일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식 판결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해당판사의 “개인적 편견”은 사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이었다. 1920년대의 미국은 “비 미국적인” 것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배타성을 드러냈다. “미국적이지 않은” 흑인, 유태인, 카톨릭 신자와 외국인을 표적으로 KKK단이 다시 급성장했고, 볼셰비키 혁명 이후 적색 혁명에 대한 공포로 급진분자 척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파업을 하는 노동자는 위협적인 인물로 낙인찍혔고, 이민자의 출신국가를 제한하는 쿼터제가 시행되기도 했었다. 사코와 반제티가 이민자이자 무정부주의자였다는 점에서 당시 미국인들이 혐오하는 부류에 속해있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 말도 안되는 재판을 이해할 수 있는 핵심일 수도 있다. 이민단속법과 반이민 정서, 타자에 대한 혐오를 재현하다 2010년 7월 29일, 위헌 논란과 연방 법원의 예비금지명령에도 불구, 아리조나주의 초강경 불법 이민 단속법 (Arizona SB 1070)이 시행되었다. 한쪽에서는 강력한 이민단속법이 조지아와 버지니아등 다른 주들로 확산될 예정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강력한 이민 단속을 환영하는 미국인들의 논리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가진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이미지는 라틴계, 공립학교의 질을 저하시키거나 범죄율을 높이고, “스패니쉬”를 표기해야하는 비용을 발생시키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서 “미국시민”들의 고혈을 짠 세금으로 충당되는 복지혜택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이용하는 “타인들”로 고착화되어 있는 듯했다. 아마 많은 한인들도 그들을 “멕시칸”이라고 불렀고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우월적 구별짓기를 내재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inside-out이방인인 우리는 강경한 반이민 정서가 함축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잊고 있던 얼마 전 기사 하나를 더 찾아봤다. 2010년 6월, 멕시코계 불법 이민자인 32세 남성이 교통법규 위반을 이유로 조사중 불법이민 사실이 적발되었다. 그는 본국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 이민국 직원이 쏜 테이저건 (전기충격 총)을 맞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다 사망했다. 26년을 미국에 거주했던 그는 다섯 아이의 아버지였다고 한다. 더 읽어볼 책들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당시 신문, 뉴스를 통해 꼼꼼하게 하지만 나름의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접근한 책으로는 브루스 왓킨스 (Bruce Watkins)의 Sacco & Vanzetti: The men, the Murders, and the Judgment of Mankind가 있다. 이 책은 2009년 한국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사코와 반제티: 세계를 뒤흔든 20세기 미국의 마녀재판 (브루스 왓킨스 저, 이수영 역, 삼천리 출판사, 2009) 사코와 반제티가 사형된 다음해인 1928년, 20세기 초반의 대표적인 폭로작가(Muckraker) 업튼 싱클레어 (Upton Sinclair)도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Boston이라는 소설로 각색하여 발표하였다. 참고로 업튼 싱클레어의 또다른 작품인 The Jungle (1906)은 SAT II에도 자주 등장하는 작품으로, 미국 육가공업계의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인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같은 해 육류 검사법 (meat inspection act of 1906)이 통과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소피아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칼럼니스트 소피아는 과학사와 과학 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미국사를 튜터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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