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닌 재능 남을 위해 쓰고 싶어요
보스톤코리아  2010-08-02, 12:57:43 
한인들을 위해 수년간 컴퓨터 수리 봉사를 해오고 있는 구부성 씨
한인들을 위해 수년간 컴퓨터 수리 봉사를 해오고 있는 구부성 씨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 김현천 기자 =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은 행복할 수 없지만,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은 행복합니다.”
자신이 지닌 재능을 사랑하고 그 열정을 봉사에 쏟아 넣는 구부성(48세) 씨가 시처럼 읊는 말이다.

그는 보스톤 지역 한인, 특히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년 간 컴퓨터 수리를 해주고 있는 기술 봉사자이다. 리포터, 논문 등 중요한 정보를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이들의 컴퓨터를 수리해 주고 오는 길은 그에게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때로는 한국의 LG나 삼성 서비스센터 기술자와 몇 시간 동안 국제통화를 하면서까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때도 있다. 저녁에 시작한 일이 새벽 2~3시에 마무리 돼도 이른 아침 일어날 때 피곤하지 않다고 하는 그는 “이 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남에게 나눠 주고 그로 인해 도움 받은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기운이 절로 난다는 것. 그 뿌듯한 마음이 그에게는 보약이 된다.

그가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진태원 전뉴햄프셔한인회장 부부와 어느 중년 부인 모 여사의 꾸준한 봉사를 보면서이다.

늘 이웃의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 채워주는 진 회장 부부와 홈리스 등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로 일관 된 삶을 살고 있는 모 여사를 보며 “나는 뭘 하고 살았을까? 결국 무덤에 들어갈 일만 남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 후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으로 할 일을 찾았고, 많은 유학생이나 갖 이민 온 한인들이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사례가 많음을 알게 돼 그 일에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바치기로 마음 먹었다.

“어디든지 연락만 받으면 퇴근 후 달려가 몇 시간이 걸려도 해결해 주고 온다”는 것이 그의 자세이다. 거리가 멀든 가깝든, 문제가 심각하든 가볍든 그는 30불을 부과한다.

이 점에 대해 몇몇 한인은 봉사라며 왜 그 금액을 받느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컴퓨터를 좀 아는 사람들은 “봉사정신이 아니고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그의 편을 든다. 보통 3시간에서 5시간, 그 이상이 걸리는 일인데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직접 찾아가서 그 일을 한다는 것은 남을 돕고자 하는 자세라는 것.

구 씨 또한 “무료로 하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사소한 문제까지도 요청이 오면 내가 혼자 다 감당할 시간이 안돼서 그렇게 기준 가격을 정했다”며 웃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두번 방문 수리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일이 많아져 수입이 늘게 되면 그 것은 불우한 이웃에게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온 지 14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배운 지는 10년 됐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 근 3년 간 그는 쇠고기 공장에서 일했다. 당시, 6불 대 임금을 받고 냉장고 상태의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던 시절이 그에게 있었다.

임금을 좀더 받아보려고 밤일을 자청한 그는 밤새 자기 키 높이만큼 되는 쇠고기를 뜨거운 화덕에 넣고 구워 내야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며 “정말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그렇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돌아볼 마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몇몇 친구들과 돈을 모아 양로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그는 “하루 종일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음식을 나누고 노래 공연 등을 하고 돌아 왔다. 우리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눈물 흘리시던 그 분들 모습이 마음에 남아 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남은 일생은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난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표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일진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다가 얻은 것 모두 내려 놓고 홀연히 떠나도, 넓은 우주 속에 자리한 한 점 흙으로 남을 뿐 아니겠냐”는 말로 그 이유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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