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 뉴딜에 얽힌 어떤 오해
보스톤코리아  2010-08-02, 11:02:06 
오바마 뉴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 뉴딜, 한국판 뉴딜, 그리고 현정부가 2009년에 접어들면서 경제 정책의 기조로 내세운 “녹색 뉴딜”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서 “뉴딜” 작명이 인기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공황타개정책으로 뉴딜을 실시했던 것처럼, 새 판을 짜고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도가 읽힌다.

테네시강 공사는 정말로 뉴딜의 핵심이었을까?
그런데 (현재 한국판) 녹색 뉴딜에서의 핵심 프로젝트는 4대강 사업이고, 4대강을 주도하는 측에서는 “부수효과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서 이른바 ‘뉴딜’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해왔음을 주지하라. 많은 이들에게 뉴딜은 테네시강 개발유역 공사니 후버댐 공사 같은 정부주도 대규모 토목 공사를 통한 경기 부양의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필자도 중학교 사회 시간에 대공황-루즈벨트-뉴딜-TVA에 밑줄 치고 달달 외운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미안하지만 그건, 뉴딜에 대한 오해였다. 루즈벨트가 집권 후 가장 먼저 했던 뉴딜은 인위적 경기부양이 아니었다. 공황의 원인을 부의 편재와 소득분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매력 저하에서 찾은 루즈벨트는 1920년대 후버-쿨리지-하딩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전임 대통령들이 친재벌, 작은정부, 규제완화, 완전한 자유방임 (laissez-faire) 경제 정책을 노골적으로 실시하는 동안 표면적인 번영 속에 곪아왔던 환부를 도려내는 일에 총력을 기울였다.

상업은행의 방만한 운영을 규제하기 위한 글래스-스티글 법안의 제정, 예금주들을 은행 공황의 파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예금보험기구(FDIC) 설립, 증권 거래소법 제정, 노동자들에게 자유로운 발언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와그너법, 최저임금제와 최대노동시간제 등을 통한 노동환경 개선, 소비세가 아닌 (누진) 소득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를 도모한 정책, 대기업의 독점 금지법 등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사회 안전망 구축이 우선이었다
대선 시기 루즈벨트는 “오늘날 같은 불행한 시대는 경제 피라미드의 바닥에 있는 ‘잊혀진 사람’에 대한 신뢰를 공고히 하는 플랜을 요구하고 있다”는 연설로 뉴딜을 촉구한 바 있다. 뉴딜의 핵심은 복지였다. 제일 먼저 연방긴급 구제국(FERA)을 통해 빈민, 실업자 직접구제를 실시했고,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을 통해 빈민에 대한 정부 보조를 시행하는 등 미국 복지의 인프라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 이때다. 말하자면, 사회 안전망 구축은 뉴딜의 핵심적인 정치철학이었고, 현재 뉴딜에 대한 분분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루즈벨트 대통령을 미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 하나로 만들어준 요인이기도 하다 (물론 당시 부유층은 사회보장제의 재원이 자신들이 소득세를 통해 충당된다는 사실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었지만).

뒷얘기 하나. 실업자, 홈리스, 기아의 문제를 정부 구제를 통해 해결하자는 주장은 대공황이 시작된 후버 시기에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철저하게 개인주의자였고, “미국인들이 쓰레기를 파뒤지는 동안에도 백악관에서 격식을 갖춘 정찬을 즐겼던” 후버대통령은 국가의 구제 사업을 공산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정책으로 여겼기에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TVA, 뉴딜의 아킬레스건
후반기 뉴딜에서 실업자 문제에 대한 해법은 직접 구제에서 고용창출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뀐다.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와 도로, 항만 건설, 공공 문화 사업을 통한 예술인 고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뉴딜하면 떠올리는 TVA는 실패한 공공사업의 전형으로 꼽힌다. 목적은 전력생산, 홍수방지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였지만 실제 고용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국가 정책 덕에 저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투기자본이 판을 치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재정건전성을 해쳤던 탓이다. 후에는 효율성 문제, 안전 장치 문제, 환경 문제로 인해 뉴딜의 성과를 가리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다시 작은 정부를 들고나와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이 가장 통렬히 비판했던 사업도 TVA 이다.)

***

지난 22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4대강 공사 현장인 낙동강 함안보의 타워크레인과 한강 이포보의 교각을 점거한 채,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함안보의 시위등을 거론하며 4대강을 재검토해달라는 김두관, 안희정 지사등을 겨냥, 4대강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인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한다. 그렇다. 4대강은 정책의 문제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요인을 망각하고, 실패요인을 답습하는 정책이 성공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역사가 필요하다.

읽어볼만한 책
- The Forgotten Man: A New History of the Great Depression (Amity Shlaes, 2007)/ 잊혀진 사람: 다시 쓰는 경제 위기의 역사(위선주 역, 리더스 북). 우파의 시각으로 대공황과 뉴딜에 접근한 책.
-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 시리즈 중 6권, 대공황과 뉴딜혁명도 재미있다.

U.S. History Key Words
• laissez-faire: 자유방임주의 (경제)
• 3R: 뉴딜의 핵심기조. 회복 (relief), 재건 (recovery), 그리고 개혁(reform).
• The first 100 days루즈벨트가 취임 직후 의회와 함께 공황의 원인을 분석, 뉴딜의 큰 그림을 짠 기간. 뉴딜의 뼈대는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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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sophia
2010.08.05, 21:51:00
댓글 감사합니다. ^^''
IP : 173.xxx.27.3
mudaepo69
2010.08.05, 10:25:31
어떤 사람들은 토목 공사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번다고 믿고 이를 한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 같더군요. 정부가 하는 큰 공사는 대기업에서 다 수주해서 가져가고 하청에 하청을 주기때문에 제일 큰 떡은 일하나 안하고 정부공사를 딴 대기업이 대략 70%의 공사비를 가져가고, 그 다음 하청업자, 다음 하청없자. 실질적으로 최종업자가 받는 경비는 총 경비의 20%가 안된다는 말도 들은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대형 기계들이 공사를 하는 바람에 삽들고 하는 일용직 사람들은 많이 오랬동안 필요하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이것을 많은 국민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간다고 선전하며 홍수도 작은 지류에서 하면 적은 일이 될 것인데 전체 물이 모이는 하류에서 하려니 공사 규모도 크지고 효율도 떨어지는데 대체 무슨 큰 이득이 있길레 이렇게 들 하시는지. 공사 전후로 경비 지출 내역을 철처히 조사해 보면 많은 것이 밝혀 질 것 같습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지나간 과거의 일들을 소상히 공부하고 분석하여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죠. 지금 한국에서는 지나간 외국의 실수들을 다시 재현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른 나라에게 연구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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