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논쟁, 방송사 간 다툼으로
보스톤코리아  2009-09-25, 00:10:15 
주요 일간지에 실린 폭스TV의 전면광고.
주요 일간지에 실린 폭스TV의 전면광고.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주요 방송사들 사이의 공방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오바마의 정책에 반대하는 성향을 띤 폭스TV가 18일 주요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대규모 반정부 집회 소식을 자신들만이 보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그 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프라임 타임 기자회견 생중계를 외면하는 등 오바마 정책에 반대입장을 고수해온 폭스TV는 이 광고에서 “ABC, CBS, NBC, MSNBC, CNN방송이 어떻게 이 집회를 빠뜨렸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갖고 있는 시위대의 사진을 실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진 지난 12일 워싱턴 도심의 티파티(Tea Party) 시위는 7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정책과 과도한 세금 부과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항의 집회로 주요 언론들은 집회 관련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그러나 폭스TV의 공격을 받은 다른 방송사들은 “광고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폭스TV를 비난하고 있다.

CNN은 18일,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매시간마다 폭스TV의 거짓 광고를 비난하며 당시 방송했던 시위 관련 뉴스 화면을 증거로 제시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특히 CNN의 앵커 릭 산체스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폭스TV의 행태를 평한다면 단 두 마디면 된다”며 “거짓말하고 있어(You lie)”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You lie”는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당시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이 고함을 치면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던 표현이다.

CBS와 NBC, MSNBC 등도 “12일 집회는 주요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했다”고 반박했고, ABC방송은 “폭스 뉴스의 명백한 거짓 광고도 문제이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이 같은 광고를 게재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광고 내용이 불법이거나 가치관에 반하는 것이 아닌 이상 광고주가 누구냐에 따라 광고를 거부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편 폭스TV의 전면 광고는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폭스TV만을 제외한 채 ABC, CBS, NBC, CNN, Univision 등 5개 방송사와 릴레이 인터뷰를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 중 폭스TV에는 출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그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프라임 타임 기자회견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중계하지 않은 폭스TV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성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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