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이 동생 광태

2005년 작
감독 : 김현석
주연 : 김주혁, 봉태규, 이요원, 김아중, 정경호

광식이에게는 광태라는 동생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지요. 연애관이 판이하게 다른 형제지만 한 번도 여자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을 보고나니 광식이가 주인공일까 아니면 광태가 주인공일까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물론 영화에서는 형제가 공평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결국 광식이와 광태의 이야기인 셈이지요. 그래도 보통 앞에 붙는 말은 뒤에 오는 명사의 수식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광식이의 동생인 광태가 더 부각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됩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늘 누구의 동생으로 불리는 것이 좋을까요? 보통 자매, 남매, 형제들이 있는 집에는 첫째의 이름이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나머지 형제들의 이름까지 대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누구네 집으로 시작해서 누구 엄마, 그리고 누구 동생에 이르기까지....... 광식이는 일종의 가족의 브랜드 네임입니다. 광식이네 식구들은 광식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됩니다. 광식이네 집, 광식이 엄마, 광식이 아빠, 광식이네 둘째, 광식이네 막내 등등이지요. 게다가 광식이가 공부도 잘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서 유일무이한 단독 브랜드로 고정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도 광식이네 둘째보다는 광식이 동생 광태가 광태입장에선 훨씬 나을 듯 싶네요. 적어도 자신의 이름이 명확히 드러나니까요. 광태는 공부 잘하는 형을 둔 덕에 학교에서는 모범생 광식이 동생 광태로 선생님들께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게 되겠지요.

광태가 묻어가기 좋아하는 성격인 경우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는 괜찮은 타이틀입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요. 그리고 덤으로 좋은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광태가 자의식이 강한 성격인 경우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로 사는 것이 정말 견디기 힘든 멍에일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쭉 그래왔으니까 특별히 기분 나쁠 일도 아닐 수 있지만 사사건건 형인 광식이와 비교되는 것이 너무 싫을 것이고 항상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누구의 동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화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적어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광태가 이렇게 불리는 것에 전혀 불만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소개할 때 광식이 형 동생 광태라고 직접 말을 하기까지 하니까요.

광태가 광식이의 동생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광태를 그 많은 수식어 중에서 광식이 동생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한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