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하버드 출신 월가 애널리스트, 글짓기 교사가 된 사연
제인첸, 월가의 애널리스트에서 에듀 테크 스타트업 레터럴리 창업까지
연7, 8만달러 사립학교 교육을 민주화, 내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
??????  2025-03-13, 16:53:32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에서 글짓기 교사 이후 에듀테크 CEO로 변신한 제인 첸 레터럴리 대표.(사진 = 제인 첸)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에서 글짓기 교사 이후 에듀테크 CEO로 변신한 제인 첸 레터럴리 대표.(사진 = 제인 첸)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뉴욕의 명문 브루클린테크놀로지고교는 한국의 과학고에 해당하는 학교다. 까다로운 입학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도 상당수 재학 중이다. 한 학년 학생 수만 약 1,5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학교다. 이 학교 학교 학부모회(PTA)는 글짓기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레터럴리(Letterly Academy)와 협업으로 12학년인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대학입학 에세이클래스를 개설했다. 첫해에는200명이 등록했다. 두번째 해에는 400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6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프로그램 시작 당시 학생들의 글쓰기 자신감은 5점중  2점에 불과했으나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는4까지 향상됐다. 

레터럴리는 이 같은 성공적인 글짓기 교육을 바탕으로 초기 학교이던 레터럴리 아카데미에서 에듀테크(EdTech)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현재는 뉴욕을 비롯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국과 전 세계에서 약 3천여명이 등록학생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터럴리의 CEO 제인 첸(Jane Chen) 대표는 중국계 2세다. 하버드대 출신의 첸 대표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10년간 충분한 돈을 모은 후 그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자 월가를 떠났다. 

미국에서 출생, 중국에서 약5년 거주하다 뉴욕으로 돌아와 학창시절을 보냈다. 뉴욕의 공립 초등학교와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사립중학교의 경험은 이민자인 첸 대표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높은 수준의 개인화된 고품질의 인문학 교육을 받기 위해 매년7-8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도시 두 다른 학교를 경험한 것이 그녀를 교육계로 이끈 계기가 됐다. 

이후 자신의 지식을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길을 택했다. 이민자 자녀로서 고가의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고품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녀는 고교시절부터 영어와 글쓰기를 가르쳤다. 월가에서 일할 때도 플러싱과 할렘을 찾아가 학생들을 가르쳤고, 하버드에 재학중에는 아시안 이민자들의 시민권 시험 준비를 도왔다.  

화려한 스팩의 월가의 애널리스트가 글짓기 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첸 대표는  “우리가 이 세상에 들어왔을 때보다 떠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는게 신념”이며 “내게는 모두가 인문학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민주화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 그 능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레터럴리는 뉴욕의 비영리단체 로빈후드의 사회적 기업 인큐베이터인 블루리지랩스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소재 에피펠라직 벤처의 2백5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적인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현재 레터럴리는 하버드동문들과 미국내 최대 교사 비영리단체인 티치포아메리카 출신 그리고 보스톤컨설팅그룹 출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월 28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에피펠라직 벤처에서 제인 첸 대표와 첫 만남을 가졌다. 보스톤코리아는 레터럴리와 협업을 통해 한인 2세들에게 글쓰기 자신감을 키우고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저널리즘 부트캠프를 논의했고 MOU를 맺었다. 

다음은 첸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본인을 소개해 달라.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5년간 거주하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유치원 시절부터 보낸 뉴욕의 공립 초등학교는 교사당 학생수가 30-40정도였다. 6학년때 맨해튼의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사립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그는 같은 뉴욕시에 존재하는 학교이지만 이 두학교의 차이가 너무 커다란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하버드에서 역사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M&A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해지펀드 애널리스트로 10년간 일했다. 충분한 돈이 모이자 내가 하고자 했던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글쓰기를 하게 된 것은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생활은 어땠나?
인생에서 가장 많은 글쓰기를 해본 것은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투자를 유도하는 투자 제안서였다. 이것을 위해 수백, 수천장의 연간 리포트, IPO 유망주보고서, 펀드 투자 연구 등을 읽어야 했다.

그러나 마치 연구원처럼 읽었던 이 경험은 강력한 투자 논거를 만들고 투자 제안서(Investment pitch)의 구조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주식과 회사들에 대한 수백 페이지를 투자제안서를 쓸 때 나의 인문학적 배경과 철학, 그리고 투자 은행에서 경험했던 기술적인 측면이 무엇보다 좋은 조합이었다. 

-좋은 스펙의 월가 애널리스트가 왜 글짓기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게 됐나?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영어와 글쓰기, 인문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지속해 왔다. 고등학교 시절 교내 신문 편집자였고 지역 사회 뉴스레터를 창간하기도 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하버드에 다닐 때는 보스턴 지역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시민권 시험 준비를 도왔다. 월스트리트에서 일할 때도 할렘으로 가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민자의 자녀라는 개인적인 배경 덕분에 나의 소명을 일찍부터  찾게 된 것이다. 나는 세상이 한정된 자원을 가진 곳이며, 우리가 이 세상에 들어왔을 때보다 떠날 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모두가 인문학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민주화된 접근성을 제공하는 것이 그 능력이었다. 

-레터럴리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첸 : 레터럴리의 플랫폼은 어떻게 글을 쓰는 지 배워서 자신감을 얻고 출판을 통해서 소통하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통합된 플랫폼이란 점이 다르다. 레터럴리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형성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글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글쓰기 플랫폼들이 있지만 레터럴리의 특징은 초고 작성에서부터 최종 본의 출판까지 진행한다는 점이다. 즉 글쓰기를 생각을 조합해서 잘 다듬어진 소통의 형태로 보고 접근하기에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글을 다듬는 과정을 가르친다. 쓰고 수정하고 하는 편집의 과정을 거쳐 언론사에서 하는 것처럼 최종본을 출판하게 된다. 자신의 글을 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출판해서 수많은 다른 대중들과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레터럴리는 글쓰기를 가르쳐 글의 게재 후 소통까지를 진행한다는 것이 강력한 특징이다. 

-보통 다른 기관과 협업하는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는가?
레터럴리는 독자적인 브랜드 형성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보스톤코리아와 같은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기관들을 보조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레터럴리는 호주의 오스트렐리아의 준정부기관의 청소년 과학잡지인 더블 헬릭스와 협업해 청소년 STEM부트캠프를 마쳤다. 또한 브루클린테크놀로지하이의 PTA와  Brooklyn Tech PTA program란 시니어 대상 에세이 작성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에듀테크 회사들이 최근에는 AI를 적극활용하고 있는데 레터럴리의 접근 방법은 어떤 것인가?
레터럴리는 또한 2020년 글짓기 학교인 레터럴리 아카데미에서 출발해 추후 교육 테크놀리지 회사로 전향했다. 다른 교육테크(EdTech)플랫폼이 인공지능(AI)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전문 글짓기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AI는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캠프에서는 교사가 배정되어 학생들과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 캠프가 끝날 때까지 계속 학생의 글짓기 지도를 맡는다. 레터럴리의 교사들은 75%가 아이비리그 출신이며 전원이 미국내 탑 20위 대학 내 출신의 교사다. 또한 이들 교사들에 대해 강력한 훈련코스를 거치게 만들어 글짓기 교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AI는 우리 교사들이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만 사용되고 있다.  글짓기 교사들의 수정 과정은 학생들과의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고 글쓰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게 만든다. 또한 정말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글짓기 캠프후 학생들이 얼마나 발전하는가. 
캠프에서는 3주간 과학, 테크, 스포츠, 예술, 창작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의 사건들을 매일 읽고 쓴다. 더구나 매번 글쓰기 마다 수정을 거친 후 두차례 써야 하며 편집 선생님이 지적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그런 후 출판 과정을 거치는데 사실 이 같은 캠프는 정말 어려운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어려운 만큼 효과도 확실하다. 

레터럴리가 지난 2년간 실시한 플래시-킨케이드(The Flesch–Kincaid)라고 불리는 방법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는 경우 3주를 마치면 약 절반 학점 정도의 글쓰기 성적이 올라가는 것으로 발견됐다. 부가적으로 ELA 성적도 크게 향상된다. 

물론 이 같은 결과를 위해서는 매일 읽기와 쓰기를 해야 한다. 즉 매일 12시 마감시간 까지 글을 제출해야 하는 자기관리(Discipline)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간이 지나면 글짓기 시간이 끝나서 더 이상 글 작성이 불가능하다. 수정을 거쳐 출판을 하게 되면 자신의 글이 게재됐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하고 글을 제때 제출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지 않나?
우리는 결코 모든 글짓기 과제를 학생들이 완성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이 100%을 끝내지 못한다. 이 부분을 학부모들은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75%에서 90%만큼 글쓰기를 하는 편이다. 90%를 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는 매일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글쓰기 제출을 독려한다. 학생들은 글짓기 교사들과 매주 면담을 할 수 있으며 이것 또한 학생들은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명중 8명은 면담을 선택하며 그 과정에서 교사들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이 글을 제출하도록 설득하게 된다. 
학생들이 글짓기를 완료하지 못하면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이 내용이 통보된다. 적절하게 아이들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글이 출판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
자신의 글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매년 학생들은 약 1만5천여개의 글을 레터럴리에 게재한다. 이중 상당 수의 학생들은 출판된 글을 글짓기 대회에 제출한다. 많은 학생들은 스칼라스틱(Scholastic)에서 골드나 실버키를 수상했으며, 몇명은 아주 어려운 존 로크(John Locke)의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또한 최근 한 학생은 뉴욕타임스 tiny memoirs competition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들은 저널리즘 서머캠프를 통해서 향후 각종 글짓기 경연대회에 제출할 수 있는 자신의 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2020년 처음 학교를 시작했을 때였다. 케빈은 대부분의 5학년 학생처럼  글짓기를 싫어했다. 클래스에서 늘 아무 것도 쓰지 않고 백지를 제출하곤 했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다.그는 마인크레프트를 하고 싶어했으며, 심지어 글쓰기만 아니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는 차츰 자신의 비디오 게임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수정을 거친 이후 이를 출판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다. 엄마나 학교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었다. 차츰30단어가 50단어로 늘었고 마침내 200단어를 넘겼다. 그는 학교에 오피니언을 게재했으며 이를 친구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저널에는 이처럼 이를 공유하는 기능이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구들이 그의 글을 좋아하자 그는 이후 엄마에게 부탁해 3번이나 저널리즘 캠프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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