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아빠와 탈북여성의 로맨스 보스톤 연극무대에
김선재 감독의 연출로 SpeakEasy연극 무대
3월 17일부터 4월 8일 3주간
보스톤코리아  2023-03-09, 17:54:40 
김선재 감독(32)
김선재 감독(32)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기러기 아빠와 탈북여성이 인터넷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작품이 보스톤 다운타운 소재 연극단인스피크이지(SpeakEasystage)에서 공연된다. 

정한솔 극작가가 써서 2018년 뉴욕에서 공연된 이 은 5년 후 팬데믹으로 인해 인터넷과 줌 등의 원격 커뮤니케이션이 삶의 한 부분으로 고착화 되면서 보스톤의 연극무대에서도 오르게 됐다.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된 김선재 감독(32)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예술디렉터가 한국인 감독을 찾았는데 마침 스피크이지 극단의 마케팅디렉터인 고교 친구의 소개로 이 작품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 작품이 선택된 것에 대해 김 감독은 “인터넷이라는 우리 모두가 매일 존재하는 공간을 재치있고 재미있게 표현한 개성있는 작품이어서 (예술디렉터가)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은 기러기 아빠인 민성(Jeffrey Song)이 점차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는 아내와 딸로 인해 외로움을 겪다가 자신의 외로움과 성적인 갈망을 달래기 위해 러브지니라는 데이팅 사이트에서 탈북여성인 난희(Eunji Lim)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리허설 장면,  인터넷 속의 난희 역의 Ciaran D'Hondt (left)와 난희 역의 Eunji Lim. (SpeakEasy제공, Anabel Rios Photography)

난희는 처음 기러기 아빠인 민성을 만나기를 주저한다. 처음 가라오케바에서 ‘친구’로서 만나기로 했지만 외롭고 성욕에 굶주린 이들은 빠르게 육체적인 관계로 변한다. 그러나 이들의 로맨스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민성은 여전히 가족을 찾고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페이스북 등을 전전하며 가족의 연락을 기다린다. 난희는 민성과 첫 육체적 관계를 맺고 나서는 아버지의 혼이 자신에게서 사라지면서 당황해 한다. 

난희는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John Haggerty)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로잡혀 있다. 아버지는 중간중간에 등장한다. 김선재 감독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아빠는 난희의 잠재의식에 존재하는 캐릭터다.

난희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떠난 것에 대한 죄책감, 남은 가족들이 괜찮나 하는 두려움, 그러한 감정들의 종합체라 보면 된다”말한다. 

 난희 아빠역의 John D. Haggerty 와 난희역의 Eunji Lim. (SpeakEasy제공, Anabel Rios Photography)

연극 초반에 시작하는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는 작가가 막판에 약간 변화를 가미했다. 김 감독은 아버지가 난희에게 “자유를 찾을 기회가 있으면 떠나라”며 난희가 탈북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한 맥락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연극무대의 코러스는 액션, 고함, 노래 그리고 셀폰 울림, 이모지, 다양한 인터넷의 기능 등의 음향효과를 대신한다. 

김선재 감독은 자신이 지금까지 연출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라 털어놨다. “팬데믹으로 연출을 맡지 않고 쉬었기에 약간 적응기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배우가 8명이며, 중간에는 탈북자 유난희, 기러기 아빠 국민성의 러브스토리에 앙상블 음악도 있고 배경 장소가 많이 바뀐다. 시간도 시적으로 흘러가는 컨셉이라서 여러가지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지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인데, 지금껏 연출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렵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인 관객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친숙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한국인이면 더 (쉽게) 느껴질 조크 등이 많다”고 말한다. “미국 관객들도 잘 알 수 있도록 설명이 되어 있지만 한국 관객이 보시면 더욱더 와 닿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김 감독은 밝혔다. 

김 감독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사회적 이슈가 미국의 연극무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지만 이 작품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러브 스토리, 인터넷을 통한 사랑 스토리이다. 한국 분들이 많이 오셔서 크게 웃어주시면 고맙겠다”고 한인들에게 당부했다. 

 리허설 사진, 민성 역을 맡은 Jeffrey Song (SpeakEasy제공, Anabel Rios Photography)

김 감독은 자신이 한 때 기러기 가족이었으며 콩코드아카데미에서 고등학교시절을 보내 보스톤과인연이 있다. 노스웨스턴대학을 졸업했다. 김 감독이 연극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콩코드 아카데미에서 데이비드 개먼스 감독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왔는데 외로웠고 또 배우를 하고 싶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서 항상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연극을 하면 친구를 사귀기가 수월했다. 연극 안에서는 국적 인종을 넘어서서 조그만 세상을 만든다. 그게 많은 위안이 됐다. 그러나 배우의 재능이 없어서 우울해 했는데 연출을 적성이 맞아서 연극계에 뛰어 들게 됐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자신의 소개 글에서 “(기러기인)부모님의 희생이 내게 날아오를 날개를 주었을까? 아니면 그냥 날지 못하는 이방인인 펭귄으로 태어난 것일까?”라고 조기 유학생이었던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기러기 가족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묻자, 각자의 상황이 다르다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개개 가족의 선택인 것은 맞지만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낸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나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리허설 사진 From left: Eunji Lim, Ciaran D'Hondt, Amanda Centeno, Elaine Hom, and Ryan Mardesich. (SpeakEasy제공, Anabel Rios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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