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배터리 양극 개발한 이윤정, 이현정, 윤동수 씨 인터뷰
보스톤코리아  2009-05-15, 23:45:42 
바이러스 배터리의 양극을 개발한 팀원. 왼쪽부터 윤동수 박사, 이윤정 박사과정, 이현정 박사 과정
바이러스 배터리의 양극을 개발한 팀원. 왼쪽부터 윤동수 박사, 이윤정 박사과정, 이현정 박사 과정
바이러스를 이용해 배터리의 양극을 구현한 MIT의 한국인 연구자들을 만나봤다. 이들의 연구는 어떤 것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바이러스 배터리의 양극을 개발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하자면 어떻게 할 수 있는가?**
< 이윤정>: 바이러스는 표면에 특정한 물질을 키울 수 있는 단백질을 유도할 수 있다. 단백질을 유도해 놓고 그 위에 전극 재료로 쓸 수 있는 물질을 키워서 배터리를 조립하는건데 3년 전 다른 팀에 의해 음극이 먼저 개발됐으나 음극만 갖고는 전체 배터리가 안되므로 양극이 필요했다. 우리가 한 일은 그 양극 물질을 연구한 것이다. 양극 물질은 키우기가 좀 어렵다. 전압이 높은 쪽이므로 물질 합성이 어렵고 합성을 하더라도 물질 자체만 가지고 전극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극이 되려면 전기가 잘 통해야 하는데 양극으로 쓰는 물질들이 보통 절연체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가 잘 통하게 복잡한 조작들을 해줘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법은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로 탄소를 써 왔는데 그것만으로는 전체적인 전기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복잡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 각기 다른 단백질 종류로 구성이 되어 있는 한 개체의 바이러스에 전기가 잘 통하는 탄소나노튜브를 달라붙게 조작하여 전기전도도가 높은 물질과 잘 섞이게 만들어서 좀더 성능을 좋게 만든 것이 우리가 한 일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어떤 것인가?**

<이현정>: 전자가 양극을 통해 잘 퍼져 나가게 하는 물질로 탄소나노튜브를 썼다. 이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전도 성능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쓰려고 했으나 워낙 작고 물속에서는 분산이 잘 안돼 이용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크기가 워낙 작고 원하는 부위에 특정 물질을 잘 달라 붙게 하는 특성이 있어 탄소나노튜브를 붙일 수 있었다. 즉 바이러스로 양극 물질을 키운 건 이윤정 씨가, 탄소나노튜브를 바이러스에 잘 붙도록 기능을 부여한 건 내가 한 거다.

**지도교수와 팀에 대해 소개해 달라. 또한 다른 연구자들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윤정>: 벨처.(Angela M. Belcher) 교수 밑에 있는 Biomolecular Materials Group이 우리의 팀 이름이고 김우재 박사와 KAIST의 강기석 박사가 같이 연구했다. 강 박사는 이 곳에서 연구한 후 돌아가서 KAIST로 간 것이다.

벨처 교수는 바이러스로 무기물질을 합성하는 연구를 많이 하신 분이다.

**실험의 묘미를 무엇이라 소개하겠는가?**

<이윤정>: 벨처 교수님이 맡은 반은 바이러스 물질을 키우는 반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갖고 눈에 보이는 분야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당시 바이러스로 음극을 개발했던 남기태 박사는 자성 재료를 쓰고 싶어 물질을 키웠는데 다른 물질이 나와 좌절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 물질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대체 에너지나 리튬이온배터리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상황과 맞물려 본격적 연구를 하게 돼 음극을 개발한 것이다. 목표했던 바는 아니지만 연구 중에 우연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현정>: 나도 역시 다른 분야를 연구하다가 우연히 바이러스 배터리를 개발한 경우에 속한다. 나는 원래 탄소나노튜브에 관심이 많아 그것을 활용할 곳을 찾고 궁리하던 중 우연히 이윤정 씨와 토론하다가 ‘바이러스에 결합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시도하다가 된 경우다.

한 사람이 여러 방면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우연히 깨닫게 해 줄 수도 있는 게 팀을 이루어 연구하는 목적 중 하나인 것 같다.

**바이러스 배터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윤정>: 그렇게 작은 물질로 DNA를 조작해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바이러스 배터리는 조작이 간단하고 원하는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현정>: 전통적 방법은 고온에서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데 비해 바이러스배터리는 제조 공정이 상온에서 만들 수 있으므로 간단하고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앞으로 더 개발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윤정>: 실용화 시키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과정이 어렵다.
<이현정>: 고기술이 있으면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그 부분이 해결된다면 실용 단계에 상당한 힘을 받을 것이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윤정>: 실험할 때 바이러스보다 숙주인 박테리아가 좀 걱정됐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를 감염시키면서 자기복제를 한다. 그러나 이용은 하지만 파괴는 하지 않는 착한 바이러스인 셈이다. 그걸 다루는 실험이라 박테리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좀 걱정은 됐었다. 그러나 큰 걱정은 아니었다.

<윤동수>: 바이러스와 탄소나노튜브가 연결된 모습을 과학현미경으로 찍어 두어야 해서 찍으려 하면 현미경 빛이 들어갈 때마다 흔들려 찍는 데 애를 먹었다. 빛도 에너지이므로 그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윤정>: 실험실 환경은 생명체를 다루므로 아기자기하고 좋다.

<이현정>: 바이오 등 생명체를 다루므로 대화가 가능하다. 바이러스는 굉장히 예민해서 어르고 달래며 교감을 느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실험은 일일이 손으로 그들을 다루며 못살게 구는 것이므로 애정 어린 관심으로 다뤄야 한다.

김현천hckim@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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