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르포] 36년만에 우승한 아르헨, 축제 분위기…"마라도나도 행복할 것"
승부차기 끝 승리하자 수만명 시민, 응원가 부르며 오벨리스크로 행진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았지만 우리가 우승할 줄 알았다
보스톤코리아  2022-12-18, 20:28:03 
'7월9일대로'를 점령한 시민들, 18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4-2로 프랑스를 격파하고 우승컵을 쟁취하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의 광화문 광장격인 오벨리스크로 행진하고 있다.
'7월9일대로'를 점령한 시민들, 18일(현지시간)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4-2로 프랑스를 격파하고 우승컵을 쟁취하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이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의 광화문 광장격인 오벨리스크로 행진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 "메시 만세! 아르헨티나 만세", "하늘나라에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도 아주 행복할 것이다"

18일(현지시간) 폐막한 카타르 월드컵 대회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사투' 끝에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확정하자 아르헨티나는 축제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최근 경제난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우승한 지 36년만에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모처럼 시름을 잊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의 광화문 광장 격인 오벨리스크로 몰려들어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도심은 응원가로 떠들썩했다.

시민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오벨리스크로 향하던 3명의 아르헨티나 청년들은 감격에 겨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명이 함께 경기를 시청했다고 소개한 뒤 프란시스코(25, 웨이터)는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갑자기 경기를 불과 몇 분 남겨놓고 동점이 되자 심장마비가 오는 줄 알았다"며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에 토마스(26, 프로그래머)는 웃으면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난 우리 팀이 우승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대표팀은 최선을 다했고 멋지게 싸워서 이겼다"며 자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강조했다.

오벨리스크로 연결되는 산타페대로는 순식간에 시민들로 가득 찼다.

유모차에 탄 아기부터, 학생들, 어르신 등 연령을 불문하고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기를 들고 응원가를 같이 부르면서 행진했다.

엄마와 함께 힘차게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면서 걷던 루이시다(20, 법대생)는 "경기를 보는 내내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며 "리오넬 메시가 우승컵을 들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엄마인 아날리아(52, 안무가)는 딸과 달리 너무나도 떨렸지만 지금 딸과 함께 오벨리스크로 가는 이 길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꺼번에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오자 시 정부는 안전을 위해 오벨리스크로 가는 모든 대중교통편 운행을 중지시켰고, 도심의 거리는 이미 도로를 '점령'(?)한 시민들로 자동차 이동도 거의 불가능했다.

이런 가운데 빈 버스로 차고로 이동하던 디에고(45, 버스기사)는 차고가 오벨리스크 방향이라면서 길가의 시민들을 태웠고 빈 버스는 순식간에 시민들로 가득 찼으며 '광란의 버스'로 돌변했다.

시민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메시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가장 좋아한다는 라모스카(La Mosca) 그룹의 무차초스(Muchachos)라는 응원가를 큰 소리로 부르면서 버스 안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가 '인공 눈'과 같은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고 응원가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자신을 공대생이라고 밝힌 올해 스물두 살 바르비는 친구인 엘레나(21, 의대생), 알리네(21, 경영학)와 같이 경기를 봤는데 2-2 동점이 되자 죽을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골키퍼 디부 마르티네스를 믿었고 우승을 확신했다"면서 셋은 나이트클럽에 온 것처럼 버스 안에서 방방 뛰며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축하했다.

오벨리스크 근처에 도착하자 몰려드는 인파와 그들의 부르는 응원가로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오벨리스크 주변에선 모든 연령대의 시민들이 아르헨티나팀의 유니폼을 입고 각종 치장을 하고 기쁨에 겨워서 행진하고 있었다.

가족과 친구들 20명과 같이 경기를 봤다는 페데리코(44, 변호사)는 대형 국기를 신나게 흔들면서 "견디기 어려울 만큼 초조하게 경기를 봤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행복하다"며 "3-2에서 프랑스 페널티 킥이 선언되자 슬펐지만 결국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하자 '7월9일대로'에서 오벨리스크로 행진하는 시민들이 기쁨에 겨워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오벨리스크는 불과 300m를 남겨두고 있지만, 사방에서 몰려드는 시민들로 시내에서는 자동차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은퇴한 축구선수 쿤 아구에로의 이름을 딴 강아지 쿤은 시민들이 "아르헨티나"라고 환호하면서 소리칠 때마다 음을 맞추며 짖어대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쿤의 주인인 알레한드로(58, 직장인)는 경기를 보면서 하도 소리를 질러 응원했더니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다며 즐거워했다.

그가 "다 이긴 경기가 페널티 킥으로 3-3 동점이 되자 정말 숨이 멎을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강아지 쿤이 그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컹컹 짖었다.

밀려드는 인파에서 빠져나와 겨우 갓길의 코너에 도착하자 현지 방송국 카메라와 취재진의 모습도 보였다. 취재진도 시민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하며 모처럼 하나가 된 시민들의 모습을 경쟁적으로 담았다.

오벨리스크에서 시민들은 행복한 얼굴로 시도 때도 없이 방방 뛰면서 환호했고 모든 응원가를 메들리로 부르는가 하면, 때때로 메시를 비롯해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고 "아르헨티나 만세"를 외쳤다.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행복감은 훨씬 더 뜨겁게 느껴졌다.

9살 딸과 같이 팔레르모 공원에서 경기를 봤다는 마르가(50)는 "하늘나라에 있는 디에고 마라도나도 아주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라고 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우승컵을 들고 금의환향한 지 36년 만에 메시가 19일 우승컵을 들고 아르헨티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의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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