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몸의 기억: 러브 커낼 (Love Canal) 비극과 수퍼펀드법 (2)
보스톤코리아  2016-05-16, 11:37:24 
1955년, 화학 산업 폐기물 매립지가 된 러브 커낼 부지 위에 지어진 99번가 초등학교가개교했다. 한편 1957년 시 교육위원회는 학교 주변의 땅을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판매하였고, 99번가 학교 주변으로 주로 아담한 주택들이 대거 들어서게 되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집 근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바로 아래 독성 화학 폐기물들이 매립되어 있고, 그것이 자신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리고 시내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학교나 공원, 적당한 주택 가격 등 “매력적인 주거 조건”을 갖춘 러브 커낼에는 개발 붐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몇 몇 주민들은 이미 알수 없는 위험의 신호를 감지하고 있었다. 역겨운 화학 약품의 악취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있었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폭발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지하실로 스며드는 검고 끈끈한 액체와 그로 인한 냄새로 고통받는 주민들도 있었다. 가령 Aileen Voorhees 와 Edwin Voorhees 부부는 러브 커낼 부지 바로 옆에 새 집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실 벽을 타고 흐르는 정체 모를 검은 액체를 발견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온갖 방법을 동원했으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이 부부는 화학약품 냄새와 함께 살아야했다. 

학교 운동장의 아이들은 종종 운동장에서 불빝이 나는 신기한 돌을 주워들고 (“Fire Rock”) 놀기도 했는데, 그 정체는 진흙에 덮인 인광물질로 작은 폭발사고를 내곤  했다. John과 Joel이라는 이름의 어린 형제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웅덩이에서 넘어졌는데, 끈적한 기름기가 도는 검은 액체가 묻은 옷은 빨아도 그 검은 얼룩이 잘 지지 않았고, 아이들을 씻겨도 2주 이상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동생인 Joel은 얼마 뒤 청각 장애를 입었다. 
한편, 1970년 이후, 원인 모를 유산을 겪는 산모들이나 선천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들, 흔치 않은 질병을 안고 사는 어린 아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런 문제들의 원인 역시 주거지 근방의 독성 화학 폐기물이었음은 나중에 밝혀진다. 

문제의 원인을 “기분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던 지역 정부의 무책임은 주민들을 오랜 시간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역 화학 회사에 고용되어 있던 터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랐었다. 
상황이 급반전된 것은 언론 덕이었다. 1978년, 나이애가라 가제트의 기자 마이클 브라운이 건강 문제와 주거환경의 문제를 겪고 있는 다양한 주민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1940년대부터 매립된 유해성 화학 폐기물의 존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탐사보도 기사를 내보내면서, 주민들은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로이스 깁스등이 조직한 주민대책위원회는 직접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주민 건강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러브 커낼 부지에 근접해있는 가정일수록, 그리고 거주 연한이 긴 가정일 수록 유산과 기형아 출산, 희귀 암, 피부 질환, 호흡기질환, 등의 문제가 비정상적으로 그리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같은 해 뉴욕주 보건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이 지역의 화학 물질 오염은 주민 건강에 심각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보건당국은 주정부 차원에서 “러브 커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99번가 초등학교를 폐쇄조치하였다. 며칠 뒤, 지미 카터 대통령은 러브 커낼 지역연방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천 만 달러의 예산을 긴급 편성하여 러브 커널에 가장 근접한 239 가정의 보상과 이주를 지원했다. 이후 추가 예산 등으로 러브 커낼 주민 전체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카터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이 지난 1980년 의회는 일명 수퍼펀드법 (Super Fund Act of 1980)을 통과 시켰다. 유해물질로 인한 주민 피해를 구제하고 오염지역을 정화시키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법이다. 한편 뉴욕주는 이 비극적인 사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후커 케미칼즈(후에 옥시덴탈 페트롤륨으로 개명한다)를 대상으로 6억 3천 5백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패소한 후커 케미칼즈는  총 2억 3천만 달러를 의료 펀드, 정화 비용 등으로 물게 되었다. 

러브 커낼 사건은, 아직 기업의 환경 오염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자리 잡기 이전에 시작된 재앙이었으나, 잠재적 위험을 알고도 방치한 기업의 비도덕성과 무책임이 초래한 비극이기도 했다. 한편 러브 커낼 사건은 이후 매사추세츠 놀스 우번의 공장폐수로 인한 식수 오염이 원인이 된 희귀 백혈병 문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로 유명해진 PG&E가 방출한 크롬이 야기한 주민들의 기관지 및 만성 폐질환 문제 등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대기업들에 대해 징벌적 손해 배상을 묻게 되는 첫 사례가 되었다.

물론, 대기업들의 천문학적 금전적 배상으로도 오염지역 주민들과,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가 짊어 지고 가야하는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공포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죽어간 산모와 어린아이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이 그러하듯.  


보스톤코리아 칼럼리스트 소피아
소피아 선생님의 지난 칼럼은 mywiseprep.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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