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의 이해: Art Schools (4)
보스톤코리아  2014-04-07, 13:28:54 
미술에 관심은 많지만 대학교 4년을 그림만 그리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디자인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공학 설계를 통한 건축도 배워보고 싶다. 지금은 광고 기획을 배우고 싶지만 2년 뒤에는 다른 전공에 관심이 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미술에 대해 더 배우고 싶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 미술을 업으로 삼을 자신이 없다면 종합 대학교에 소속된 미술 대학을 추천한다. 

전통적으로 Academic이 강하다고 알려진 종합 대학교 중에서도 미술(을 포함한 예술) 학부가 미술전문대학교 못지 않게 강한 학교들이 여럿 있다. 유명한 예로, US News가 매긴 Yale University의 Fine Arts Program 랭킹은 RISD보다 상위인 1위다. 전공 분야별로 보자면 Photography와 Painting/Drawing이 1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Graphic Design과 Sculpture가 각각 2위에 있다. 하지만 이는 예일 미술 대학원(Yale School of Art)의 순위고, 학부 과정(Yale College)은 오히려 기본 교양 교육(Liberal arts)에 치중되어 있는데다가 그마저도 입학의 문턱이 높다. 아무리 미술 전공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높은 내신 점수(평균 4.0)와 SAT 점수(평균 2280)가 없으면 합격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술 전공으로 졸업해도 BFA(Bachelor of Fine Arts: 미술학 학사 학위)가 아닌 Bachelor of Arts(문학사 학위)가 주어지기 때문에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학부에서의 미술 전공 프로그램을 따져보면 예일보다는 미술 대학이 분리되어 있는 코넬 대학교나 카네기 멜론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이 더 유명하다. 이 중 코넬 대학교는 최고의 명문 사립 대학인 동시에 뉴욕 주로부터 일정 부문 재정 지원을 받아 주립 대학의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총 학생 수가 2만 명이 넘는 대형 대학으로 분류되면서, 뉴욕 주 주민인 경우 등록금이 약 1만 6천 달러 정도 할인이 되고, 뉴욕 주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교육기회프로그램(EOP/HEOP)을 통해 많은 학비 보조를 해주기도 한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합격률이 가장 높아 들어가기 쉽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졸업률은 가장 낮은 만큼 절대 만만히 볼 학교가 아니다. 

코넬의 미대(College of Architecture, Art, and Planning)는 건축과 미술, 도시 계획의 세 분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다른 학위를 수여하는 점이 재미있다. 코넬의 건축대학의 경우 NAAB(National Architectural Accrediting Board)의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5년간 180학점을 이수하면 BArch(Bachelor of Architecture: 건축설계학 학사 학위)를 딸 수 있고 미국 건축설계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BArch는 BA Architecture(건축학 학사)나 BS Architecture(건축공학 학사)는 물론 BFA, Architecture/Architectural Design(건축미술 학사)과 완전히 다른 학위다. 이런 학위만으로는 건축설계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에 비해 미술 전공은 BFA 학위를, 도시계획(Department of City and Regional Planning) 학과에서는 특이하게 BS URS(도시계획 공학 학위)를 수여한다. 코넬 미대 2년차 학생들에게는 BFA와 BA를 같이 딸 수 있는 복수 전공의 기회도 주어진다. 

카네기 멜론 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 CMU)의 학제간 학위(Interdisciplinary Studies) 프로그램은 또 다른 의미로 유명하다. 명성 높은 공과 대학을 포함해 여러 단과 대학 간의 전공별 경계를 뛰어넘어 미술과 인문학, 과학과 미술, 심지어 미술과 프로그래밍을 복수 전공할 수 있는 Intercollegiate Degree Program(BXA)은 CMU만의 자랑이다. CMU의 컴퓨터 공학 전공은 특히 미국 내에서 탑클래스에 속하는데, 높은 수준의 전공 과목 덕분에 다른 단과대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학교 재정이 튼튼하기 때문에 최신 컴퓨터와 프로그램은 물론 비싼 3-D 프린터 등의 설비를 가장 먼저 구입해 어느 전공이던 불편함 없이 시대를 이끄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CMU의 미술 대학(School of Fine Art)는 건축(School of Architecture), 순수 미술(School of Art), 디자인(School of Design), 드라마(School of Drama), 음악(School of Music)으로 세분화 되어 있고, 이 중 미술이나 디자인, 혹은 음악을 전공할 경우 BXA(학제간 학위)에 지원할 수 있다. 건축 전공은 앞서 말했던 5년제 BArch 학위를 목표로 하고 미술/디자인 전공과 달리 SAT Subject test Mathematics, 그리고 Physics나 Chemistry 중 하나를 봐야 한다. 게다가 다른 학교의 건축 전공과는 다르게 미술 대학 소속이므로 기초적인 미술 실력을 필요로 하고(CMU 건축 전공 학생 중 꽤 많은 학생들이 실력 부족으로 매년 유급을 당한다)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것이 입시에 유리하다. 
(다음 칼럼에 계속)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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