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떨어졌다고 징징거리기는... (2)
보스톤코리아  2013-06-17, 14:18:19 
일개 고등학생이 쓴 기고문이 오랜 전통의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실렸다는 것은 사실 꽤 주목할만한 일이다. 최근에는 USA Today지에 밀리긴 했지만 WSJ는 오랜 기간 미국 내 판매 부수 1위를 자랑하던 전통과 권위 있는 일간지이기 때문이다. 

"나를 물먹인 (모든) 대학들에게: To (All) Colleges That Rejected Me" 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Suzy Lee Weiss에 동의하며 속 시원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많은 학생들, 그리고 그 학부모들은 많은 부분에서 Weiss의 글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Weiss의 주장은 단순하면서 감정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사정 과정에 대해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아무도 내게 특별한 특기를 개발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대학교가 입시생에게 조언이라고 해주는 말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잖아.' 라는 식의 주장이 Weiss의 칼럼 내내 계속 된다. 내 실패를 다른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편하니까.

Weiss는 자신을 불합격시킨 대학들에게만 짜증내는 것이 아니다. 위로 언니만 셋인 집에서 막내로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고 하고,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방치 되어 커왔기 때문에 명문대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취미 하나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밤 늦게 들어와도 괜찮아서 편하고 좋았다'고 하니, 기고문을 쓴 Weiss는 물론, 이 기고문을 그대로 실어준 WSJ까지 함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히려 Weiss와 그녀의 글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비평한 포브스(Forbes)의 칼럼니스트 Dana Gachan이 박수를 받으며 더 큰 공감을 얻었다.

아이비리그에 합격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불행을 써먹어야 하고 대학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봉사 단체에서 활동하는 척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Weiss의 주장에서 본질을 알아챈 사람이라면 그녀의 관점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까지 삐뚤어진 마음가짐으로 그릇된 주장을 펼치는 학생에게는 동정심이나 안타까움보다는 오히려 어른으로서, 그리고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르쳐주고 바로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Weiss의 주장대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자신이 불리하고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해 불행하다면, 스스로 노력해 조사하고 미리 준비한 학생들은 모두 부정한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은 나쁜 사람인 걸까? 그녀가 가고 싶었지만 떨어진 대학들에 합격한 학생들이 모두 Weiss보다 똑똑하거나, SAT 점수가 높거나, 대단한 인생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Weiss보다는 더 열심히 준비하고, 더 많이 노력했을 것이다. 대학교들은 그 차이를 확실히 보았을 테니까. 

Weiss가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자신이 칼럼에 쓴 것처럼 여름 캠프에 참여하거나 인턴십이라도 했어야 한다. 다만, 그녀의 주장처럼 기회가 없었다고 징징거리거나,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무시해버리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고 노력을 했어야 한다. 유명한 여름 캠프라면 겨울 학기가 시작하면서 이미 모집을 마치기 때문에, 서둘러 지원을 하고 준비를 하면 캠프에 참여할 수 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그나마 이름 있는 기업에서 커피 심부름이라도 하며 인턴십을 하고 싶다면 몇 달 전부터 이력서와 인터뷰 준비를 하는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인턴십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걸 본인도 갖고 싶다면, 혹은 더 좋은 것을 갖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Weiss는 왜 몰랐을까.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에 있는 고대 유물 박물관에는 이상하게 생긴 그리스 신 한 명을 묘사한 자그마한 부조가 있다. 꾸부정하게 서 있는 이 신의 앞머리는 길게 흘러내리는데, 뒤통수는 머리카락 한 올 없이 맨들맨들하다. 이 신의 이름은 카이로스(Kairos), 로마 신화에서는 오카시오 (Occasio)다. 영어 occasion의 어원이기도 한 이 '기회의 신'은 등과 두 발에 뻗어 있는 날개 4쌍으로 한 순간에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린다. 만약,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적기(摘記: Opportunity)'가 오는 것을 기다린다면 카이로스의 풍성한 앞머리를 바로 낚아 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하고 있다가 지나가버린 기회는 아무리 잡아보려고 손을 열심히 뻗어봐도 소용 없는 일이다.


오승준 (Albert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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