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여름의 향내
보스톤코리아  2024-07-01, 11:31:17 
올여름 광화문 글판이 걸렸단다. 신문에서 읽었는데, 계절이 바뀔적 마다 새 글판을 선보인다. 바뀌는 글판을 보는 건 또다른 재미이다. 

이번엔 영국 작가의 시중 한 구절이란다. 여름 장미의 향기가 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영시에 문외한이라 그런가. 한국어 번역이 더 향기롭다. 

Your happy laughing faceDoes like a scented Summer roseMake sweet the dullest place.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은
여름날 장미꽃처럼
가장 따분한 곳까지
향기롭게 해

미소보다는 밝게 웃는 얼굴이라 바꾸었으면 어떠한가. 여름엔 미소보다는 환하게 웃는 얼굴이 더 그럴듯 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요즈음 보스톤의 맑은 여름날씨처럼 말이다. 

여름날 장미는 진한 자주색이 화려하다. 장미의 향香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향내라면 아카시아 꽃이 있다. 향내가 지독하다 싶게 진한데, 이맘때면 어렵지 않게 기억한다. 

꽤 오래전 한국에서이다. 우리집은 이사를 가야 했다. 새집은 아카시아로 담을 둘러친 고등학교 앞이었다. 이삿짐을 나르던 날이 유월초 어둑한 저녁이었는데, 진하다만 쉽게 맡을 수없었던 향내가 진동했다. 이삿짐 나르는 걸 거들던 내가 궁금했다. 이게 무슨 냄새. 그건 아카시아 꽃향내 였고, 나중에 어른들이 알려 줬다.

과연 그랬다. 아카시아는 꿀을 머금은 꽃송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나비는 모르겠다만, 벌들을 제법 몰렸으리라. 짙은 아카시아 향내는 미소를 넘어 환한 웃음처럼 퍼져나갔던 거다. 

 이삿날 동네 분들이 애어른 모두 나와 이삿짐 나르는 걸 도왔다. 웃음이 넘쳐 흐르던 정경인데, 따분하기는 커녕 오히려 활기가 넘쳤던 거다. 아카시아 향내 덕이라 여긴다.
 보스톤에도 향기로운 여름이 한창이다.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 구나. (아가 2: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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