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화랑세기花郞世紀, 원화源花 미실美室(7)
보스톤코리아  2023-12-11, 11:30:47 
사다함은 가장 친한 친구 무관랑이 월성 담벼락에서 구지(해자)로 떨어져 사망하자, 그의 죽음을 애통해 하다가 같이 죽기로 결심하고 식음을 전폐하였다. 이에 이화랑(4세 풍월주
)이 찾아와서 사다함의 마음을 돌리려고 설득해 보았지만 그는 이미 삼도천三途川461) 을 건너가고 있었다.
이화랑이 말하기를 “아우는 아직 어린데, 왜 굳이 죽음을 택하며, 아우가 죽는다면 따르는 낭도들은 누가 이끌거냐?” 며 애석해 하였다. 사다함은 가늘고 희미한 목소리로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미실의 남편 세종을 차기 풍월주로 세워서 자신이 이끌던 낭도들을 지휘해 달라고 하였다. 이에 이화랑은 지소태후에게 나아가 사다함의 유지 받들어 주길 청하였다. 태후가 처음에는 세종이 유약하다며 받아드리지 않았지만, 이화랑은 계속 태후를 설득하였다. 동시에 미실은 남편 세종에게 용기를 북돋워 풍월주의 위位에 오를 것을 종용하였다. 결국 세종은 죽은 사다함을 이어 6세 풍월주에 올랐고, 부제는 사다함 휘하에서 부제로 있었던 설원랑(사다함의 이부동복 동생) 을 연임시켰다. 
미실은 사랑하는 전 연인 사다함의 장례를 천주사天柱寺462) 에서 치르고 그의 명복을 빌었다. 그날 밤 미실의 꿈에 사다함이 현몽하여 말하기를, “너와 내가 부부가 되기를 원했으니, 너의 배를 빌어 태어날 것이다” 라고 했다. 이에 미실은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고, 곁에는 세종이 뒤척이고 있었다. 세종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그 역시 이상하게 여겼다. 그날밤 미실은 임신을 하였고, 달이 차서 아들(하종)을 낳았으니 그 모습이 사다함을 빼어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임신하여 입궁한 후 낳은 아들이라고 수군거렸다(화랑세기에는 그렇지 않다는 기록도 있다). 
새로이 6세 풍월주에 오른 세종은 부인 미실의 도움으로 많은 낭도들을 뽑아 화랑도의 조직을 더욱 확대 발전시켰다. 
이 무렵 진흥왕의 장남 동륜태자가 많이 성장해 있었다. 그래서 지소태후는 자신의 딸 만호공주(아버지는 이화랑이다, 즉 지소태후는 자신의 딸과 손자를 부부로 맺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김백정이 바로 제26대 진평왕이다) 를 태자비로 삼아 진골정통으로 하여금 인맥姻脈을 이으려고 하였다. 
한편 사도왕후(진흥왕의 비)는 대원신통의 여인을 자신의 며느리로 삼기 위하여 미실을 불러 의논하였다. “나의 아들은 좋은 아이이니, 태자와 더불어 서로 친하여 아들을 갖게 되면 곧 너를 후后로 삼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자 미실은 크게 기뻐하며 태자와 더불어 상통하였다. 여기서 부터 미실의 색공과 색사는 방향을 가리지 않고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미실은 태자 동륜에게 색공을 하면서도 동륜이 왕으로 즉위할 때까지 기다리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미실은 당시 왕인 진흥왕의 은총을 입으려고 기회가 될 때마다 교태를 흘렸다. 이와 함께 진흥왕은 왕후 사도에게 말하기를 “너의 조카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미녀인데, 어찌 너의 잉첩(곁에서 시중드는 여자 종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사도왕후를 도와 왕을 모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되지 못하고 다른데로 시집갔는가?” 라고 물었다. 즉 진흥왕은 미실을 친히 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데 어째서 자신의 후궁으로 들이지 않고 세종의 부인이 되기까지 보고만 있었는가?’ 라며 힐문하듯 왕후에게 물었다.
드디어 사도왕후는 미실을 진흥왕에게 보내 색공을 하게 하였다. 왕은 ‘천하 으뜸 미색’ 미실을 한번 사랑하고 두 번 사랑하고 나서는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부동복 동생이자 미실의 남편인 세종전군에게는 출궁시켰던 전 부인 융명을 재입궁하게 하여 부인으로 삼게 하였다. 왕은 미실에게 전주殿主라는 품계를 내리니 그녀의 지위는 왕후 못지 않았다. 아울러 그들의 사랑함이 사해四海를 뒤집을 만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들의 운우지정을 가히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겠다. 왕이 가는 곳에는 늘 미실이 있었다. 게다가 문장을 잘했던 미실은 왕이 조정에 나아가 업무를 볼 때도 동행하여 문서를 참결하며 그들의 옳고 그름을 왕에게 고했다. 미실이 왕의 총애를 독차지하게 되자 조야의 권세가들은 모두 옥진궁에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옥진은 미실의 외조모로 미실에게 색공의 도道와 가무를 가르쳤다. 결국 미실로 인해 대원신통의 인맥姻脈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461) 삼도천三途川(Sanzu River) 은 불교에서 말하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는 강이다. 그리스 신화의 스틱스(Styx) 강이나 유교이념의 황천黃泉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462) 천주사天柱寺는 삼국유사(천사옥대조天賜玉帶條)에는 제26대 진평왕이 창건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동서 사금갑조射琴匣條에는 제21대 소지왕 때 이미 궁궐 내에 있었다. 화랑세기에는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가 법흥왕의 후궁이었던 금진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하여 천주사에서 5년간이나 발원기도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이미 제23대 법흥왕 대에도 그 사찰은 있었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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