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뉴햄프셔주의 가필드산(Mt. Garfield, New Hampshire)을 찾아서
보스톤코리아  2021-12-06, 12:02:19 
동이트기 전 이른 토요일(2021-11-6) 아침 6시 집을 나섰다. 바깥 기온은 섭씨 영하 4도로 매우 쌀쌀했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자동차의 유리창을 닦으며 GPS에 집결지 주소를 입력시킨 후 자동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보스턴산악회가 주관하는 정기산행 뉴우햄프셔주 화이트마운텐 가필드산(Mt. Garfield) 9.6마일(15.36km)을 걷기 위해서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1/4 지역과 메인주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이트마운텐(White Mountains)은 고도 6,688피트(1,917m)을 중심으로 고도 4,000피트(1,200m) 이상의 수많은 산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가필드산(Mt. Garfield)은 이들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의 작은 독립된 산봉우리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미국대륙은 동부를 중심으로 아팔라치안 산맥과 서부에는 록키산맥이란 양대 산맥이 남북으로 두개의 축을 이루며 길게 뻗어있다. 그 가운데 아팔레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은  총길이 2,180 마일(약 3,500km)로 북미대륙의 남쪽 조지아주(Mt. Springer in Georgia)에서 출발하여 북쪽 메인주의 카타딘(Mt. Katahdin,Maine) 산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으로 5-7개월이 소요되며 가필드산(Mt. Garfield)도 통과지점이다.

출발하기 하루 전날. 인터넷을 찾아 목적지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젊은 20대 청년시절 한라산 등반과 백록담에서 겁없이 몸을 던지며 차거운 물속에 뛰어들던 그 용맹스런 추억을 더듬으며 기쁨과 흥분으로 기다리는 반세기만에 가지는 첫 산행길인 셈이다. 그간 잘 이루지도 못한 공부와 직장생활에 마누라 고생만 시킨 자신이다. 그러나 어쩌다 운이좋아 자식농사 하나는 큰 성공을 거둔셈이다. 

사실은 이것도 마님 덕분일 것임에 분명하다. 20대에 도미하여 50여년 별 문제없이 70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왔으니 이것도 큰 성공이라 생각한 고지식한 대감이다. 기껏해야 요즘은 매일 평지에서 5~6마일 걷는것이 72세의 나이든 마음만 청년(?) 이다. 솔직하게 고지 1,200 미터 쯤의 산정은 별거 아니란 생각과 자신감을 가지고 얄팍하게 보는 영감이다. 그래서 산행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직도 아팔라치안 대장정길을 포기 못하고 있는것이다.

입산하여 곧 2개의 개울을 만났다. 개울물은 차갑게 졸졸 소리내며 흘렀고 살짝 얼어붙은 얼음과 눈으로 덮인 징검다리는 어느 누군가에게 이른겨울 산개울에서 목욕을 선물할 모양새다. 개울을 건너자 펼쳐진 트레일은 그저께 살짝뿌린 눈과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과 더불어 낙엽쌓인 산길을 더욱 미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영하4도에서 출발하여 고도를 높일수록 가파르게 기온은 더욱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엽이 떨어진 수림을 헤치며 따스한 햇볕이 가늘게 파고들고 있었다.  

평지에서 걷는 속도로 산행을 쉬지않고 계속했다. 새로 사입은 방풍용 등산복 윗도리에 새로 준비한 두개의 트레킹 지팡이를 내리 찍으며 오르막길을 쉬지않고 계속 올랐다. 둘레의 수림은 낮아지기 시작했고 하늘이 차츰 열리기 시작했다. 한시간 반쯤 지나서 잠시 목을 축이며  5분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일어섰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서 통증이왔고(get a cramp) 연거푸 왼쪽다리에도 통증이 함께 찾아왔다. 바로 정상을 0.5마일 앞두고 더 이상 오르막길을 오를수록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몇몇분들의 도움을 받고 다시 시도했다. 더이상 무리를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하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찾은 뉴햄프셔주의 가필드 산(Mt. Garfield)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내게 던져주는 값지고 따끔한 교훈이 있었다. 무엇이든 겸손한 자세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배워보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아닌가 싶다.


이상우(닉: 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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