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롱패딩 그리고 평등
보스톤코리아  2019-12-19, 16:58:51 
새 운동화를 신고 출근했다. 연구실 젊은 직원이 농을 던졌다. ‘새 스니커다.’ 가만히 듣고만 있을 내가 아니다.  ‘내 나이키 운동화 어떠냐?’ 나이키에 힘줘서 되물었던 거다. 그의 대답이다. ‘나이키가 아니다. 뉴 밸런스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것도 괜찮은 브랜드’. 위로인지, 조롱인지 헷갈렸다. 운동화엔 굵게 ‘N’ 자가 붙어있다. 유사품에 주의 하시라.

아이들에게는 나이키가 제일인 모양이다. 마치 지난 겨울 유행했던 한국 롱패딩 마냥말이다. 롱패딩은 중공군 전투복 처럼 누빈 겉옷을 말한다. 재작년인가.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직후였다. 한국 젊은이들이 모두 롱패딩을 입었다고 했다. 한국에선  유행에 유난히 민감하다고도 했다. 그럴적에 모조품이건 뭐건 명품은 반드시 걸쳐야 한다. 남과 달리 튀는게 무서운 건데, 균일성이 출발선 인게다. 나이키에선 롱패딩도 만들어 파는가? 

프로이드의 말이다. ‘인간은 차별을 받을 적엔 평등을 원한다. 가장 참지 못하는것도 평등이다.’ 평등은 평등인데, 남과 조금은 다른 평등이어야 한다는 말일 게다. 정호승 시인이다. 슬픔의 평등이라 했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평등인지, 무차별인지. 한국에는 유난히 검정색 자동차가 많다고 했다. 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의 차와는 달리 차별은 지어야 속이 풀린다고 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고급차를 타는 거다. 차별과 차등이 가격과 무상관인게다. 프로이드의 말을 바꾼다. 한국인은 차별을 받을 적엔 무차별을 원한다. 한편 가장 참지 못하는 것도 무차별이다.

한국선수들이 입고 있던 롱패딩의 가격이다. 무려 한벌에 700달러가 넘는단다. 그런 롱패딩도 평등이라면 평등 일 수있을 것인가. 롱패딩은 투박해 보이는데, 따뜻하긴 할게다. 내아내가 입은 롱패딩도 잘 어울린다. 

무리의 대다수는 그들의 겉옷을 길에 펴고 (마태 21: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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