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역전逆轉의 명수
보스톤코리아  2017-02-13, 15:04:11 
  2002년 서울 월드컵때이다. 수도원 수녀님이 말했단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모르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수녀님은 사회와 동떨어져 수도원안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월드컵 축구경기는 시청했던 모양이다. 하긴 교도소에서도 절에서도 월드컵은 봐야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짜릿하다.  

  역전逆轉의 명수. 군산상고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아직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이다. 고교야구가 한창 인기였다. 쟁쟁한 고교야구 명문들이 있었다. 그중에 군산상고는 유별났다. ‘역전의 명수’ 였기 때문이다.  큰 점수차로 지고 있을 적에도 한방에 게임을 뒤집어 버렸다. 스포츠 경기중, 막판 역전승이 가장 아찔하다. 이긴다는 보장만 있다면 역전승처럼 재미있는 건 없다는 말이다. 역전패 당하는 쪽에는 위궤양이 퍼진다. 그것도 급성이다. 이번 슈퍼볼 다음날이었다. 애틀란타 지역 어린이들에게 괴질병이 퍼졌단다. ‘Falcon Depression.’ 많은 아이들이 등교시간을 놓쳤다고 했다.

  슈퍼볼 데이 저녁이었다. 듣던 중계방송을 껐다. 전반전을 마친 다음이다. 이미 전세戰勢는 한참 기울었다. 아쉬움만 가득했다. 두통이 밀려오는 듯 했다. 그래도 브래디는 최고의 선수라고 혼자 위로했다. 한 시간이나 지났나?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분명, 28-3인가 였는데, 28-28. 동점이다.  내가 잘못봤나. 세기의 사건이 일어났던 거다. 20여점 차이를 동점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수십 초를 남기고 말이다. 이제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몇 분만에 다시 터치다운!! 짜릿한 역전승. 2년전, 수퍼볼에서도 역전승이었다. 이번에 다시 뒤집어 이겼다. 패트리어츠이 역전의 명수되었다. 

  운運도 실력이라 했다. 연장전에선 코인 토스도 한몫했다. 선제 공격권을 얻어낸 것이다. 하긴, 이미 모멘텀은 우리쪽으로 넘어왔다. 극한 상황에서 기록과 통계는 그저 단순한 숫자놀음이다. 상황을 지배하는 건 멘탈이나 정신력이다. 침착함,  빠른 판단,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  일일히 열거하지 않아도 많다. 쿼터백 브래디는 웬만한건 다 갖췄다. 그런 그가 운까지 불러들였다. 마이클 조던마냥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노련함에 더해 대단한 연습벌레라 들었다. 쉼없이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God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벤자민 프랭클린)

  한국의 정치판엔 벼랑끝 전술이란게 있다. 막판에 몰렸을 적에 한방에 되치기 뒤집기로 넘겨 버리는거다. 지고 있는 경기를 한 방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것과 같다. 이번엔 역전이 가능할까. 벨리첵 패트리어츠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주문이 있다. ‘Do your job’. 정치에도 연장전이 있던가?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마태 25:4)

  1. 내 모교도 군상상고 한테 두어번 졌다. 그러니 내가 그 팀을 좋아 할리가 없다.
 2. 중학교 영어 참고서에서 처음 봤다. 스스로 돕는 자 라니. 도대체 이건 무슨 말인가? 이해 할 수 없었다. 한참 세월이 흘러서야 말 뜻을 어렴풋이 눈치챘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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