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阿鼻叫喚) 속에서
보스톤코리아  2007-04-24, 02:21:59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유난히도 바람이 불었던 까만 밤이었다. 그 전날 밤은 그렇게 서 있던 나무들이 꺾이고, 쓰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지는 무서운 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밤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느닷없는 소식(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의 가슴은 더욱 두근거렸다. 뉴스에서는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시안계 학생'이라는 보도는 '제발 한국학생'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었다. 얼마 후, 그 범인은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는 보도가 있었던 것이다. 먼저 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께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아수라장 속에서 겪었을 죄 없는 젊은 학생들의 끔직한 고통의 시간들이 몸으로 전해져 오는 시간이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심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용의자 학생에 대해서 뉴스 방송을 통해 하루종일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어릴 적 작은 아이는 푸른 꿈으로 부모님을 손을 잡고 이민길에 올랐을 말간 아이의 눈을 생각했다. 그 때는 그랬을 것이다. 현실적인 환경의 변화와 감당하기 어려운 타국에서의 처음의 생활은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차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생활고로 바쁜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돌볼 사이 없이 새벽과 밤을 오갔을 것이다. 주변에도 이민자들의 생활이 늘 그렇기에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피부로 와 닿는 것이리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계신 부모님과 학업에 열중이었을 아이들이 모인 한 가정은 아주 평범한 가정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안쓰러운 마음과 가슴으로 보듬으며 살았을 평범한 풍경이 그려지는 것이다.

아마도, 특별한 게 있었다면 학교 생활에서의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말이 서툴러서 주목을 받았을 아이 그렇게 자신의 부족함에 실망하고 상처받고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만났을 것이다. 상처는 점점 커지고 자신감은 점점 결여되니 친구들과의 관계도 자연히 화합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자연히 아이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혼돈이 왔을 것이다. 미국 아이들 틈에서 함께 공부를 하면서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욱 멀어지는 자신에 대한 혼돈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사람인 자신과 미국에서 사는 미국사람인 자신의 사이에서 확실하지 않은 그 무엇이 깊은 고민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사춘기 아이들을 셋을 키우는 부모로서 늘 어려움이 이런 부분이다. 부모로서도 다 해결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이기에 가슴속의 얘기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한 번씩 '무서운 폭발'을 한다. 아이들 아빠(남편)가 만 6살 때 일찍 이민을 오긴 했지만, 한국 정서가 남은 한국 아빠인 탓에 가끔은 아이들의 불만을 비껴 가질 못한다. 이런 일들을 만나며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고 시려온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까.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울분이 울컥 이기도 한다. 귀엽게 자라던 젊은 아까운 생명들은 어찌할까. 남은 부모들과 형제들 그리고 친구들의 가슴에 남을 상처는 또 어찌할까. 생각에 꼬리를 물며 어수선한 하루를 보냈다.

아수라장인 아비규환(阿鼻叫喚) 속에서도 한 노교수가 아이들의 생명을 위해 빠른 동작을 취했던 것이다. 이 대학 기계공학과 수석연구원 겸 강사인 리비우 리브레스쿠씨는 용의자 조승희 학생이 강의실로 들어오려는 순간 문을 막으며 학생들을 빨리 도망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노스승의 '생명의 사랑'이었다. 자신은 결국 다른 학생들의 20여 명의 생명을 건지며 용의자 조승희의 총격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꿈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받아질 것이며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오가며 싸움을 즐기는 '컴퓨터 게임기'에 깊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사건 앞에서 누구를 탓하기 이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이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하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현실이 못내 눈물겹도록 안타까운 일이다. 자식을 위해 이민을 온 부모들이 많다. 이처럼 안타까운 일을 접하며 또한 남은 자들도 겪어야 할 아픔이고 고통일 것이다. 또한 용의자가 '한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으니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이가 늘어날 것이다. 지난 번 북한의 핵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할 내 집이기에 더욱 더 가꾸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아픔이 그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 때, '외톨이'가 되고 요즘 한창 유행어인  '왕따'가 되고  고립되어 이처럼 경악을 금치 못할 무서운 일들이 이어진 것일 게다. 아직도 남은 마음의 아수라장을 잘 정리하며 살기를, 또한 아직 남은 삶의 여정의 아비규환(阿鼻叫喚)속에서 바로 걸어갈 수 있도록 바른 정신과 올바른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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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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