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꽃을 아시나요 |
보스톤코리아 2015-05-04, 11:55:36 |
꽃 피는 봄이다. 신록의 계절이기도 하다. 목련이 핀 걸 며칠 전에 봤다. 목련은 사월인데, 진달래도 봄 꽃이다. 지금은 김포쪽에서 한강 건너편을 일산이란다. 그때는 아직도 고양군이었고,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그러니 일산대교를 놓기 훨씬 전이다. 난 대한민국 육군 졸병이었다. 그해 봄, 강 넘어 저편 강둑엔 진달래가 지천이었다. 멀고도 긴 강둑을 덮은 붉은색은 이른 봄 연푸른색을 압도했더랬다. 너무 붉어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 한강 바람이라도 얼핏 불어당길 적엔, 질금 오줌방울마저 지릴 지경이었던 거다. 푸른 한강물과 진홍 진달래는 격렬한 조화였던 거다. 지금이야 모두 없어졌을텐데, 그런 진달래의 장관을 본 적이 없다. 봄이면 화려하던 진달래 꽃 군집을 떠올린다. 소월의 진달래꽃과는 사뭇 다른 정서일게다. 가냘픈 진달래도 뭉쳐있을 적엔, 감정이 다르다. 이번 봄엔 소월素月을 그냥 넘길수는 없다. 소월은 흩어진 진달래꽃 몇 송이 일게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이어령 교수의 해석에 의하면, 소월의 진달래꽃은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건 아니란다. 오히려, 사랑 투정이라던가. 만약에 떠나신다면 하고 앙탈부리는 투로 읽어야 한다는 게다. 해석이 오히려 그럴싸하다. 그럼 그럼, 떠남과 이별은 가을이라야 하지 않겠나. 봄이면 떠났던 이들도 돌아와야 한다. 봄은 푸른 계절이고, 이별을 노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신록예찬이다. 이양하 교수가 썼던 수필이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다. 읽지 않았고, 배웠다라고 해야 한다. 그저 외우기에 모든 정성을 바쳤으니 말이다. 한 반 세기 지나서 다시 읽었다. 이번엔 읽었는데 몇 구절만 옮긴다. ‘……. 우리 연전延專 일대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나의 문법 시간이 끝나자, …..나의 자리를 찾아 올라간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마다 나는 한 특권이나 차지하는 듯이, 이 자리를 찾아 올라와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선생의 자리와는 지척인데, 학교 교정 언덕배기엔 진달래가 한 군락 있었다. 봄이고 이맘 때면, 참 보기좋게 꽃은 피곤 했다. 밤에 가로등 밑에서 보던 모습이 더 가관이었고 더 맑았고 더 간지러웠다. 아내는 그 꽃무더기 속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내 아버지가 찍어 주셨다. 아내는 곱기만 했는데, 진달래보다 더 붉었다. 그때 우린 한창 청춘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게 진달래꽃은 이별보다는 간지러운 사랑의 꽃이라 해야 할게다. 이어령의 해석을 따른다. 미국엔 진달래가 있던가. 사촌인 철쭉은 우리집 뒷마당에 있기는 하다. 하긴 이 꽃나무도 철쭉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냥 철쭉이겠거니 하는 거다. 게다가 이 꽃을 보고 그냥 진달래겠거니, 내 입맛대로 진달래 완상玩賞법이다. 철쭉을 보면서, 진달래 사랑법을 되새긴다. 누가 이 꽃을 아시는가.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계절이 이 땅에 돌아왔소.’ (아가 2:12, 새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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