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권리
보스톤코리아  2011-10-10, 13:55:03 
“연방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교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교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국교의 금지, 종교의 자유,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제 1조다. 1789년 9월 발의되어 1791년 12월 비준된 수정헌법 1조에서 10조까지는 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사항들이 규정되어 있기때문에 권리장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권리장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1787년 9월, 무려 넉 달에 걸친 엄청난 산고끝에 탄생한 헌법 초안에 필라델피아 제헌의회에 참석한 각 주의 대표들이 서명했다. 각 주 대표들은 입법, 사법,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 (Checks and Balances) 원칙에 입각한 중앙 정부의 신설이라는 대원칙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가장 큰 격돌은 인구수가 많은 주와 인구수가 적은 주 간에 이루어진 버지니아안 대 뉴저지안 (Virginia Plan Vs. New Jersey Plan)의 대결이었다. 매디슨이 기초한 버지니아 안은 입법, 사법, 행정부의 3권 분립의 원칙을 제시하면서 필라델피아 의회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를 제공하는 한편, 입법부를 상, 하원 양원 (bicameral legislature)으로 구성할 것, 하원은 인구 비례로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하고, 상원은 하원에서 선출할 것, 행정부 수장과 판사등을 의회에서 선출 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인구 수가 적은 주들은 버지니아 안에 강력히 반발하였는데, 인구 수가 작은 주는 단 한명의 상원도 가지지 못하는 상황 등의 권력 불균형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버지니아 플랜에 대한 즉각적인 반발에서 탄생한 것이 뉴저지 플랜이다. 뉴저지 플랜은 단원제 입법부 (unicameral legislature)와 각 주가 동등한 수의 (주당 1명) 연방 의원을 가지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버지니아 플랜과 뉴저지 플랜의 충돌은 제헌 의회가 거의 무산될 위기까지 이르렀다가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인구 비례 대표에 의해 하원을 선출하고, 상원은 하원이 선출하되 각 주가 동수 (주당 2석)의 의석을 갖는 타협안 덕분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제시되는 아젠다마다 각 주는 이해관계를 달리하였기때문에 각종 대립이 뒤따랐다. 이 칼럼의 <인간의 범주> 편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인구 수를 계산할 때 노예를 어떻게 볼 것인가, 또 새롭게 개척하는 서부를 기존의 주와 동등한 조건으로 연방으로 가입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대립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랐다.

어쨌거나 지난한 대립과 토론, 그리고 양보와 타협의 반복을 통해 각 주 대표들은 입장 차이를 좁히고 헌법 초안을 채택했다. 이제 이렇게 탄생한 헌법을 각 주가 심의하고 비준하는 절차가 남았는데, 총 13개 주 중에서 9개의 주가 동의, 비준하는 순간 헌법이 효력을 가지기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1788년 뉴 햄프셔가 9번째로 헌법을 비준했할 때까지, 대표적인 두 개 주였던 버지니아와 뉴욕이 헌법을 비준하지 않았던 것. 설령 헌법 발효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할지라도 두 주가 헌법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생 공화국에 대한 잠재적 위험일 수 있었다.

버지니아와 뉴욕에서는 헌법 비준을 놓고 어떤 논쟁이 벌어졌던걸까? 버지니아의 패트릭 헨리가 이끄는 반연방파 (anti-federalists)들은 중앙정부가 너무나 과도한 권한을 가지게 될 경우, (과거 영국 왕이 그러했던 것처럼)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임의로 과세한다든가, 각 주의 자유와 권한을 침해하는“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헌법은 중앙 정부에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명시해야한다는 것이 반연방파의 입장이었다. 이에 응수해 뉴욕에서는 알렉산더 해밀튼, 존 제이, 조지 메이슨 등 강력한 중앙정부를 옹호하는 연방파 (Federalists)는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를 발간, 헌법 비준에 미온적인 뉴욕의 주 대표들을 설득했다.개별 주의 권한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비준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논쟁의 와중에 헌법 비준에 대한 당위와 (반연방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권리장전의 필요성이 양측의 논쟁 당사자들에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종교, 언론, 집회의 자유(수정 헌법 1조)에서 헌법이 명시하고 있지 않은 권한은 각 주에게 보유된다 (수정 헌법 10조)는 데에 이르는 권리장전은 미국 헌법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
3주째, (극소수의 부자가 아니라) “우리가 99%다” 를 외치며 세계적 경제 위기의 근원인 월가를 겨냥, 미국 금융 자본의 부패와 탐욕에 항의하는 <월가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 시위대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자본이 권력이자 국교가 된 시대에 대한 저항이자 분노다. 그리고 “연방정부는 …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사항의 교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대신, 99%의 권리장전에 귀기울일때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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