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 부부는 죽음의 교도소에서 무엇을 보았나 (2)
보스톤코리아  2011-08-22, 15:26:02 
“너희 아빠와 엄마는 죄가 없으며, 아빠와 엄마는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없음을 너희가 기억하기 바란다”
재판정에서 로젠버그부부는 이념과 소련에 대한 충성심으로 고아로 남겨질 자신의 아들들을 방치한 부모라 조롱을 당했었다. 그런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두 아들에게 남긴 편지는 단호하게 그 조롱에 답한다. 본인들의 선택은 양심의 귀결이라고.

로젠버그 부부에게는 가난한 유대계 이민자 가정 출신, 뉴욕 변두리 빈민가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젊은 시절 직, 간접 적으로 공산주의 운동이나 노동쟁의에 가담했었는데, 실제 재판도 이들의 행위보다 이들의 출신성분과 “사상”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어쩌면 공산주의자였기때문에 간첩이었다.

마찬가지로 에설은 과거 공산주의자이자 줄리어스의 아내였기때문에 간첩이었다. 좌파 학자 엘리자베스 셜트의 말을 빌자면 로젠버그 부부처럼 평범해빠진 사람들이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간첩이었다면, 평범한 이웃 그 누구라도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주변을 맴돌며 암약하는 간첩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라는 이름으로 밀고하게 만드는, 결국은 엄청난 수의 빨갱이 사냥이라는 매카시즘 광풍의 밑바닥에 깔린 논리다.

“만약 우리가 정부에 협조한다면, 우리는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결백하다는 진실을 저버리라고 우리에게 요구함으로써 정부는 우리의 무죄에 대한 스스로의 의구심을 인정했습니다. 거짓된 유죄선고와 야만적인 판결의 악취나는 기록을 씻어내려 애쓰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진실에 대한 존경과, 양심, 그리고 인간적 존엄성을 팔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줄리어스가 어떻게든 스파이행위에 관여했다면, 순수하게 무고했다는 주장은 다소 약해질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언급되었다시피 당시의 재판에서 가장 “유력”했던 증거는 데이비드 그린글래스의 증언과 그가 넘긴 원자폭탄 설계도이기에는 너무나 유치하고 조잡한 스케치 원자폭탄 설계도였다.

게다가 그의 아내 에셀의 법정에서 밝혀진 스파이 “음모”의 행위는 “타이핑”이었다. 아마 이들도 누군가 평범하고도 충격적인 스파이 행위자 이름을 사법당국에 건넸더라면 사형은 모면했을 터이다. 그리고 이들 부부는 실제로 사법당국으로부터 모종의 제안을 받았기도 했었다. 이를 거부한것은 존업, 정의 같은 가치였다.

“정의는 최고가를 부르는 입찰자에게 팔려질 싸구려 보석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형당한다면, 그것은 무고한 사람에 대한 살해이며 그 수치는 바로 미국 정부의 수치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든 죽든 역사는 기록할 것입니다. 우리들은 이 나라의 역사상 가장 흉악한 음모(frame-up)의 희생양이었노라고.”

재판이 진행되고 전세계의 양심이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여기 저기에서 로젠버그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사르트르와 아인슈타인, 프리다 칼로와 리베로, 교황이 나섰다. 물론 미국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미국인들도 재판의 부당함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로젠버그 구명운동 단체들이 생겨났고, 크고작은 시위를 조직했다. 부부의 사형집행 예정일 하루 전에는 이들이 몰려와 철야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고독과 어둠침침한 무덤의 억압적 본질이 우리와 … 외부 세계의 강한 연대를 막아서는 안됩니다. 여기 갇힌 우리는 오직 우리의 무고함을 항변하고 강건히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없습니다. 사형집행자의 손을 붙들어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몫입니다.”<줄리어스 로젠버그, 에설에게 보낸 편지>

죽음의 교도소라 불리는 싱싱교도소에서 로젠버그 부부는 무엇을 보았을까? 부당한 판결과 (외부적으로는 핵폭탄 제조 기밀을 넘긴 스파이였던 이들의 공식 죄명은 간첩 음모죄였으며 증거도 빈약했다!), 아홉차례나 기각된 탄원, 가족의 배신, 그리고 부모를 잃을 아이들. 그 모든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양심에 따라 행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희망 아니었을까?

“저는 혼자가 아니며, 또한 역사가 저의 남편과 저에 대한 진실을 입증할 것임을 알기에, 명예와 존엄을 가지고 죽습니다” <에설 로젠버그>

누군가가 함께 해준다는 희망,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고, 자녀들에게 떳떳하고 싶은 희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희망 같은 것들. 절망의 상황에서 로젠버그 부부가 봤던 것은 그렇게 희망이었다.

“우리는 순교자나 영웅이 아니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죽기에는 아직 젊습니다. 너무 젊습니다. 우리는 어린 두 아들 마이클과 로버트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 우리는 언젠가 사회에 복귀해서 평화와 빵과 장미가 충만한 세계를 건설하는 데 우리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에게 정직한 사람들만이 지닌 소박한 존엄을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 <로젠버그 부부가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 중>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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