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불안전한 공생
보스톤코리아  2009-11-23, 23:39:03 
중국 방문 기간 중 18일, 만리장성을 관람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중국 방문 기간 중 18일, 만리장성을 관람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현재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초고속 성장을 하며 장차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잠재적인 슈퍼 파워 국가로 통하는 중국. 이 두 국가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서로가 서로를 어찌할 수 없는 복잡한 역학 관계로 얽혀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첫 중국 방문에 맞춰 경제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 미중 관계를 조명했다. WP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마치 냉전시대에 존재했던 ‘상호 확신 파괴전(Mutual Assurance of Destruction, MAD)’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MAD는 냉전시대에 핵무기를 보유했던 미국과 소련의 핵 억제 전략으로, 적이 핵 공격을 가해오면 적의 공격 미사일 등이 도달하기 전에 또는 도달한 후에라도 핵 보복 공격을 이용해 상대방도 끝장낸다는 개념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전쟁을 시작하면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지만 공격을 했을 경우 자신도 공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전하지만 평화가 유지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WP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에 묶여 있고, 중국은 미국의 달러 올가미에 걸려 있는 얽히고 설킨 관계”라고 규정했다. 즉, 양국이 모두 지금의 관계가 건전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맘대로 깨뜨릴 수도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극심한 재정 적자로 허덕이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8천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의 채권국이다. 값싼 제품을 생산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경우는 미국이 최대 시장이다.

그러나 이 같이 엮여 있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 의회와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대량 매각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미국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만과의 관계나 중국 내부의 인권 문제와 같이 민감한 사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중국 입장에서도 달러 올가미에 걸려 포로가 되고 말았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달러화 자산을 너무 많이 보유하다 보니 내다 팔 곳이 마땅치 않고, 팔겠다는 의사만 알려져도 달러화 보유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오히려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지난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자 수천개에 달하는 광둥성의 공장이 문을 닫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던 사례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물론 그 동안 미국의 저축이 늘어나면서 국채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다소 낮아졌고, 중국도 외화 자산의 다변화 차원에서 미 국채를 일부 팔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확신 파괴전’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불안한 평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권 문제나 언론 자유 문제를 공공연히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을 방문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상하이 과학기술관에서 가진 대학생들과 대화에서 “표현과 종교의 자유, 정보 접근의 기회와 정치 참여는 보편적인 권리이며, 인터넷에서 정보의 소통을 자유롭게 할수록 사회가 더욱 건전해진다”면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와 자유 억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만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지지하며, 대만과의 긴장 관계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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