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여기자 140일만에 석방
보스톤코리아  2009-08-06, 16:23:41 
미국에 도착한 북 억류여기자 로라 링(왼쪽)과 유나 리(가운데)가 밥호프 공항에 도착,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미국에 도착한 북 억류여기자 로라 링(왼쪽)과 유나 리(가운데)가 밥호프 공항에 도착,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미국의 여기자 2명이 5일 오전 5시50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3월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돼 북한에 억류된 로라 링(32) 기자와 유나 리(36) 기자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특별기 편으로 밥호프 공항에 내렸다.

북한 법원에 의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던 이들은 전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 사면에 따라 석방돼 억류 140일만에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의 감격을 누렸다. 유나 리는 남편 마이클 살다테, 네살 된 딸 하나와 뜨거운 눈물의 상봉을 했고, 로라 링도 남편 레인 클레이튼과 언니 리사 링과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기간은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면서 “사면을 허용해 준 북한 정부에 매우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북한의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 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수행팀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30시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 억류된 죄수들이었고, 매 순간마다 노동 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난 순간 어둡고 긴 악몽 같았던 시간이 끝났음을 알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여기자들이 무사히 도착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여기자들이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미국민들 전체의 기쁨”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여기자들을 석방시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탁월한 인도주의적인 노력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단히 기쁘다”면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추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케냐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여기자 2명을 석방한 것과 핵 협상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특히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기자 2명의 불법 입국과 적대 행위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3월부터 여기자들을 억류한 이후 북미간 석방 협상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을 파견해 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두 여기자가 소속된 커런트TV 공동 설립자인 앨 고어 전 부통령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제안을 거부해왔다.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한 전기는 지난달 중순 여기자들이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여기자들은 가족들에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다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용의가 있다는 북한측의 의사를 전했다.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달 24일과 25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제임스 존스 보좌관과 대화하면서 방북 의향을 처음 밝혔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방북은 순전히 인도주의적인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길 원했고, 자신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여기자 석방 가능성이 높은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

이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미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브리핑을 받았으며 방북 직전인 지난 1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함께 워싱턴 자택에서 브리핑을 들었다. 이는 백악관측이 클린턴의 방북을 순전히 개인적 차원의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전에 구체적인 조율과정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클린턴은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특사 가운데 가장 거물급 인물이며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김정일과 직접 면담을 나눈 인사가 됐다. 북한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 미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함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북미 간 직접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클린턴은 김정일이 뇌졸중 등에 시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그를 만난 최초의 미국인”이라며 “매우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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