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시작하는 봄
보스톤코리아  2024-04-15, 11:25:26 
봄의 문턱이다. 세금보고. 3월이면 해야 하는 일이다. 해마다 봄이면 거를 수없는 연례행사인 게다. 보고를 마쳐야 한해가 온전히 간걸 실감한다. 진정 봄이 시작되는데 보스톤에선 꽃이 피기엔 아직 이르다. 

4월 15일이 세금보고 마감일이다. 패트리엇 데이와 곁친다. 나무는 세금보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해 봄이면 나무가 하는 일이 따로 있다. 지난 겨우내내 곱게 품었던 싹을 틔우는 일이다. 그리고 연이어 꽃을 피운다. 우리집 마당 개나리도 그러하다. 

꽃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꽃은 열매를 위해 피는 거다.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싹이 나서 틔우고 자라면 꽃을 피운다. 봄이면 나무가 하는 일이다. 개나리도 노란 꽃이 피는데, 볼적마다 유난스럽다. 

광화문 글판이 바뀌었다. 새봄을 맞는 응원가라 했고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고도 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그대가 피는 것인데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밀려 올라선 꽃망울을 보았을 게다. 긴겨울을 견디어 온 꽃망울 향한 찬사이다. 반가워 오히려 떨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없다고 했다. 곧 꽃망울은 꽃이 될터이고, 꽃은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겠지. 연이어 여름을 거쳐 가을이면 열매를 맺으리라. 

무화과無花果란게 있다. 이름도 범상치 않은데,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이름풀이 이다. 과일은 열매이며 씨일텐데, 꽃이 없이 열매를 맺을 수있을 것인가.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무화과 꽃과 씨는 몸속에 품고 있단다. 참 별스럽다. 

꽃은 피었으면 져야 한다. 그래야 열매를 맺을 수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는거다. 생성과 소멸의 반복이며 개화와 낙화의 순환일터. 더불어 과정은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며, 추억이 될것인데, 이런 걸 사랑이라 한다. (김수영, 거대한 뿌리에서) 

자연에서 배우는 세상이치인데, 해마다 봄이면 새롭다. 세금보고는 하셨나요. 

무화과 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마가 13: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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