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겸손
보스톤코리아  2022-02-21, 11:30:24 
유튜브에서 봤다. 김형석교수님의 강연이다. 여러편 올라가 있는데, 그중 몇편을 골라 봤던 거다. 조근조근한 목소리는 여전했고, 흐트러짐없는 선생의 자세 역시 평안해 보였다. 나 역시 학교에 다닐적에 선생의 강연을 두어번 들은 일이 있다. 

놀란게 있다. 선생의 강연엔 원고가 없었다. 그저 청중을 바라보고 1시간 남짓 말씀하는 거다. 선생은 예나 지금이나 조리있는 말씀과 아울러 격한 감정도 들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겸손한듯 언변과 자세는 예전과 다름이 없어 보였던 거다. 이젠 자랑하실 만도 하실 텐데도 말이다.

겸손이라.  어린이 한국어사전에 따른다. 남을 높이고 자신을 낮춤이란다. 마침 지난달 광화문 글판이 바뀌었다. 제목 또한 겸손하다. 해석을 더했는데 존중과 경청의 의미를 담았단다. ‘겸손은 머리의 각도가 아니라, 마음의 각도다’
겸손이라면 이해인수녀의 시도 있다. 마지막 구절이다. 

겸손히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이해인 수녀, 겸손의 향기)

한편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아닐 수도 있겠다. 결례로 비춰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겸손하다고 느끼는 순간보다 더 교만 할적도 없다 했던가. 스스로 겸손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교만이라는 거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속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단다. 겸손도 지나치면 교만.  그럴적에 겸손의 반대말은 교만과 오만이나 거만쯔음 되지 않을까. 

삼가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삼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는 ‘ 청원서를 삼가 올립니다.’ 등으로 쓰이지 않겠나 말이다. 삼가라는 말이 한자말이 아닌가 싶어 사전에서 찾아 봤다. 순 한국말인데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라는 뜻이란다. 

김형석교수님이 하셨다는 말씀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은 겸손하고, 겸손한 사람이 경건해질 때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입니다.’  역시 겸손한 태도엔 머리가 저절로 숙여질 게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마태 11: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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